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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last modified: 2015-03-30 00:10:41 by Contributors

Contents

1.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2. 해리 터틀도브의 단편소설
2.1. 줄거리
2.2. 여담


1.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원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정현종 교수 번역본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쓴 시. 한 사람이 가을날 숲 속을 걷다 두 갈래 길을 마주했다가 고민 끝에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했고, 이 때문에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어떤 길을 걸었다고 이야기 하는 내용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 선택의 중요성과,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함에 대한 회한에 대해 소박하지만 인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시이다. 한국에서도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되곤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하에서 언어영역에 지문으로 출제된 유일한 외국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와 관련해 로버트 프로스트의 재밌는 일화가 있다. 프로스트는 평소 그의 시를 즐길 줄 모르고 과하게 분석하려는 대입시험에 딱 어울리는 평론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하루는 한 평론가가 인터뷰에서 장시간 시에 대한 분석을 내리고 그의 생각은 어떻냐고 물었다. 프로스트의 답변은...

"그거 그냥 산책한 거 끄적인 거요."

순진하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당연히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시로서 발표했다는 거 자체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주제의식이 있는 문예라고 시인이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대답은 하나의 총체적 존재이자 작품인 시를 갈기갈기 해체, 분석하여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의 사생활까지 작가론이라는 미명 하에 침해하는 평론가들에 대한 작가의 불만이 드러난 사례다. 이런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이러니 프로스트만이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그런 불만을 갖고 있다. 이걸 증명하려면 작가론적 연구를 해야 하는 것도 아이러니

2. 해리 터틀도브의 단편소설

비잔티움의 첩자를 쓴 해리 터틀도브의 초기 단편 중 하나로 에릭 G.이버슨이란 필명으로 발표하였다. 1에서 제목과 주제를 따왔다. 한국에서는 <최후의 신조>와 함께 <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이라는 앤솔로지에 포함되었다.[1] 단 여기에는 제목이 <선택하지 않은 길>이다.


2.1. 줄거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록솔란[2]이란 외계인 종족의 군인인 토그람 대위. 그가 속한 외계종족은 초광속 항행과 중력조작이라는 강력한 기술을 발견하여 별들을 옮겨가며 정복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토록 대단한 기술력을 가졌지만 그 외의 기술력들은 화약강철을 다루는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었지만 우주의 다른 종족들도 이들과 기술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 떨어지는 수준이라 정복 활동도 무리없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녹색으로 덮여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행성 주변에 초광속 항행이나 중력조작의 흔적이 없다는 걸 확인한다. 이에 행성의 거주민들이 열등한 종족일 것이라 판단한 록솔란인은 정복을 위해 강하하기 시작한다. 강하를 마친 록솔란인들은 토착민들이 우주선 주변으로 모여드는 걸 보자 늘 하던대로 토착민들에게 화약무기의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그들의 지도자에게 머스킷 일제사격을 가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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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강하한 행성은 2039년의 지구였다.

지구인들은 화성으로 향하던 탐사선이 처음으로 록솔란인들의 우주함대를 발견한 이후 계속 통신을 시도했으나 기껏해야 콩키스타도르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록솔란인들이 통신에 응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인류는 록솔란인들의 무응답에 우주선의 엄청난 크기와 무시무시한 기동성에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그들이 강하하는 장소에 군대를 보내 진을 치게 한다.[3]

지구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강하하기 시작한[4] 록솔란인들의 함대들 중 주인공 토그람 대위가 탄 함선은 UCLA 교정에 착륙하였고, 이들이 일제사격으로 날려버린 건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포함된 미국 사절단이었다.

이에 지구인들은 반격을 시작했고, 당연히 록솔란인들의 총검머스킷, 비행선 따위로는 자동소총탱크, 제트전투기[5]으로 무장한 미군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매한가지. 결국 고작 20분만에 록솔란인들의 모함까지 박살나고, 토그람 대위를 비롯해 살아남은 자들은 모조리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인류 연구자들은 록솔란 인들의 기술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중력조작 기술이나 초광속 항행 기술이 너무나 간단해서 인류 역사상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던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어 놀라게 된다. 프로스트의 시에서 말했듯, 다른 외계종족들은 일단 초광속 항행 기술을 개발한 뒤 우주로 뛰어드는 것만으로도 인구 증가를 감당하는 데 지장이 없었기에 더 이상 발전이 없었지만, 지구라는 땅 하나에 묶여 있어야 했던 인류는 행성 하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고도로 발달시키는 다른 종족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던 것. 작품 내에서 위의 시가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결말은 주인공인 토그람 대위가 절친한 동료인 수석 조타수와 재회하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제 다른 외계인들에게 닥쳐올 운명에 대해 암시[6]하는 섬뜩한 장면으로 끝난다.

토그람은 슬프게 귀를 흔들었다. “이건 불공평해. 고작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다른 모든 걸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인간들은 이제 하이퍼 드라이브까지 가지고 있지.” 란시스크가 일깨워 주었다. “우리 덕분에 말이야.”
두 록솔란인들은 소름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2.2. 여담

본명이 멧비둘기(Turtledove)이기 때문에 편집자의 권유로 잡지에는 필명으로 저자가 표시되어 있다. 한국판 엔솔로지에서도 필명으로 소개되었다. 앞 작품인 최후의 신조는 본명으로 나온다

해당 소설로부터 1200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외전인 허빅-하로(Herbig-Haro)에서는 영토와 자원 문제로 싸우기 싫어서 우주로 뻗어나간 인간들이 영토확장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우주에 너무 넓게 퍼져버려 구심점을 잃고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그만 전체적인 기술력이 증기기관흑색화약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퇴보해버린다(...). 지구는 구심점이 아닌가? 그래서 고대의 기술을 복원하기 위해서 파괴된 도시의 잔해를 뒤져가며 쓸만한 물건들을 찾아다닌다고. 그야말로 기술의 암흑기.

동일 작가는 이러한 세계관을 기묘하게 발전시켜 초광속 이동[7]동면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상기의 이유로 1970년대 문명 수준[8]을 가진 파충류 침공군이 1940년대의 지구를 침공하는 연작인 월드 워(World War) 시리즈를 집필한다.[9] 어라? 가지 않은 길과 마찬가지로 이 종족도 문명 발전이 정체된 반면에 지구는 외계인이 놀랄만큼 문명 업그레이드가 시작돼서 피를 본다는 이야기.

다른 분야는 둘째 치고 싸우는 분야에 강한 지구인이 외계인 침략자를 박살낸다는 구도는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관한 것은 이 지옥 같은 행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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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 앤솔로지에는 두 작품 이외에 로렌스 블록의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 프리츠 라이버의 <란크마르의 불운한 만남>, 마이클 무어콕의 <노래하는 성채>가 실려있다.
  • [2] 참고로 이 외계인들은 테디 베어를 닮았다. 작중 뾰족한 주둥이와 짤막한 팔다리, 넓은 엉덩이와 갈색 털, 둥근 귀 등으로 묘사되고 그들과 처음 조우한 군인들도 너나할 것 없이 테디 베어를 떠올릴 정도. 군인들의 복장을 보고 털가죽이라는 추측을 하는 것으로 보아 종족 자체가 옷을 입지 않는 듯 하다. 다만 무기를 착용하기 위한 벨트와 부츠는 착용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리고 생긴 것은 포유류이지만 알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 [3]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장 지구에서 나오는 외계인 관련 SF를 보면 대부분 외계인의 기술력이 지구인보다 우월한 것으로 등장한다. 당장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광년단위의 우주여행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애초에 인류는 외계인을 발견도 못 했는데 외계인은 인류의 존재도 알고 지구로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만큼 외계인의 기술력은 인류에 비해서 훨씬 월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대응은 당연했던 셈이다.
  • [4] 후속 단편인 허빅-하로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도쿄, 카이로, 뉴욕 등 스무 곳이 넘는 곳에 강하했다고 한다.
  • [5] 현재 기준으로도 넘사벽의 차이이지만 작중 배경이 2039년이기 때문에 지구인의 무기는 네오 아말라이트 자동소총과 F-29 전투기 등 지금 쓰는 것보다도 진보된 모델들이다(...). 그만둬! 이미 록솔란인들의 라이프는 제로야!
  • [6] 이 무렵 지구는 기술은 발달했지만 인구가 90억을 찍는 바람에 사실상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또한 유인 화성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토그람을 심문(?)하던 언어학자의 대사 중 록솔란인들이 몇 년만 늦었어도 지구는 자멸했으리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단순히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수준을 넘어서 폴아웃 시리즈의 세계관처럼 극도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상술했듯 이 시기 다른 외계인들의 문명 수준도 록솔란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인류의 무기 성능이 압도적이니만큼 그 어떤 외계인과 조우하더라도 모조리 일방적으로 개발살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정복전쟁에 따르는 리스크도 거의 없을 것이며, 결과야 어찌되었든 먼저 쳐들어와서 선빵을 날린 건 외계인들이고 외계인들이 세계 곳곳의 대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해서 조금이나마 인명 피해도 발생시켰으므로 전 지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의명분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상황.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선택할 길은 당연히 대성전일 것이다. For the E...arth!
  • [7] 수십년 간 동면을 해야 하는 수준의, 다른 SF에 비하면 다소 제한된 초광속 기술이다.
  • [8] 제트기, 헬리콥터, M-16 수준의 소총, 그리고 핵무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 [9] 외계인판 제2차 세계대전이 "월드 워", 20년 뒤 냉전이 "식민화"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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