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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의 조건

last modified: 2015-03-16 14:51:08 by Contributors

아파시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VNV판, 1995년 특별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VNV판에서는 아라이 쇼지가 두번째로 이야기하면서 들을 수 있다. 특별판에서는 아라이가 사카가미에게 무슨 이유로 나루가미 학원에 왔냐라는 질문에 「1. 자신의 의사로」를 선택한 다음 다음 선택지인 「5.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 「1. 취미를 통해」를 선택하면 나온다. 아라이는 간단한 게임을 만들거나, 일부러 동인 게임을 찾아서까지 하는 하드코어 게이머이다. 그가 할 이야기는 함께 컴퓨터 게임을 즐겼던 급우 2학년 아카가와 테츠야와, 그가 산 게임 이야기이다.

테츠야는 매우 머리가 좋고, 일반인과는 다른 비범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라이와 어울려 다니며 정보를 교환하거나 판매회가 있으면 함께 나가기도 했다. 동인 소프트의 판매회는 한 해마다 몇 차례 큰 행사가 열린다. 그 때에는 많은 동인서클이 모여 대대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정말로 귀한 물건은 그런 거대한 행사보다, 소규모의 행사에 참가하는 편이 오히려 더 구하기 쉬울 때도 있다.

어느 날, 아카가와는 들은 적도 없는 서클밖에 모이지 않는 판매회의 정보를 입수한다. 입장료만 1만엔이나 받는 수상한 판매회였다. 아라이는 흥미가 없다고 했지만 아카가와가 '혼자서라도 가겠다'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한다. 판매회가 열리는 장소는 6층만 행사가 열려 있고 나머지 층에는 무슨 가게도 들어서지 않은 음침한 건물이었다. 1만엔이나 드는 판매회에는 역시나 사람이 잘 오지 않는지 인기척조차 별로 없었다. 접수대에는 온몸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마치 죽은 인형 같은 남자였다. 두 사람은 입장한 후의 광경에도 놀랐다. 접수대의 남자와 이목구비는 달랐지만 역시 까만 옷을 입은 남자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있던 것이다. 남자들의 체격은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앞만을 향하고 있다. 움직임 하나 없이, 가만히 한 점만을 응시한 채로.

아라이는 이 상황에 완전히 속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카가와는 그런 괴이한 분위기를 오히려 즐겼다. 사로잡힌 것처럼 눈을 빛내며 테이블을 여기저기 돌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있는 것은 전부 똑같았다. 접수대에 있던 깡통과 똑같이 빈 깡통, 얄팍하고 큰 봉투 하나. 봉투에 쓰여 있는 것은 타이틀, 기종, 가격 뿐이었다. 게다가 게임 소프트 하나당 6만엔이라는 놀라운 가격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걸 사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겠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아카가와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고 했다. 돌아다니던 도중 아카가와는 '액시던트'라는 제목의 게임을 발견한다. 하지만 화면 사진도 없고 무슨 장르인지도 알 수가 없었고 소프트의 내용을 물어도 판매인은 무슨 내용인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니, 아카가와를 무시한 채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아라이는 사카가미에게 당신이라면 6만엔을 주고 이 게임을 사겠느냐고 물어본다.

Contents

1. 산다
2. 사지 않는다


1. 산다

이 분기는 1995 특별판에서 추가된 분기이다.

2. 사지 않는다

VNV판에서는 분기 없이 무조건 이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카가와는 액시던트를 몇번이고 만져보다가 테이블에 놓고 다른 것을 찾아보기로 한다. 보다 못한 아라이가 이 행사 자체가 사기라고 말해도 아카가와는 '걸작이 분명히 이 안에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2시간이나 행사장을 돌아보다, 마침내 어느 한 게임을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그 봉투에 쓰여 있었던 게임의 제목은 '스쿨데이즈'[1]. 아라이는 이게 요즘 유행하는 에로게인 줄 알았지만…….

봉투를 열어보니, 매뉴얼이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한 얇은 종이와 플로피 디스크 한 개가 있었다. 봉투의 진정한 내용물은 차마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분홍색 카타카나로 '스쿨 데이즈'라고 쓰여 있을 뿐이었으며, 음악도 없고 효과음조차 없었다. 아카가와는 드디어 속았다는 걸 알았는지 분한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디스크를 빼지 않았다. 게임의 내용은 학교의 이름을 짓고, 플레이어가 교장이 되어 규모를 키우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그래픽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6만엔만큼의 가치는 전혀 없어보였지만 어쨌든 아카가와는 게임을 시작했다. 학교의 이름은 파라다이스 학원이라고 지었다. 학교의 이름뿐만 아니라 학생의 이름도 선생님의 이름도 전부 입력할 수 있었다. 이름을 붙여놓고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게임은 알아서 진행되어 갔다. 아라이가 보기에는 게임의 디테일은 좋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흥미를 끌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의 연속을 계속 상영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아카가와는 대단하다며 뚫어지게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라이는 그가 6만엔을 헛것에 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아라이는 아카가와를 내버려두고 돌아와, 스스로 만들고 있는 동인게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일이 안 풀릴 것 같으면 아카가와가 돈을 헛되이 쓰고 분하게 여기던 일을 생각하면서 아침까지 내내 프로그래밍을 하였다.

이튿날 아라이는 아카가와가 학교에 등교하면 위로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자신은 행복하기에 그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행복감을 만끽한 후 게임 제작에 쏟아부을 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라이의 예상을 완전히 배신했다. 이튿날, 어제의 게임을 '컬쳐 쇼크'라고까지 칭하며, 집에 돌아가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진심으로 그 게임을 좋아했다. 그 행동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아라이는 그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혹시 내가 재미있는 게임을 외면만 보고 놓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도로 불행해진다. 그 날은 시험점수도 평소보다 낮게 나왔다. 방과 후, 아카가와는 '스쿨 데이즈'를 보여준다며 아라이에게 집에 올 것을 권유한다. 아라이는 아카가와의 그 행동 때문에 잔뜩 골이 나 있었다. 아카가와의 권유도 거절하고 학원도 빠진 채 은행에 있었던 통장 잔금을 모두 빼내 판매회가 열렸던 장소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그 빌딩이 있었던 장소에는 공터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공터가 있었던 자리에는 빌딩이 있었지만 모종의 문제가 있어 5년 전에 그 빌딩을 해체했다'라고 한다. 그 건물의 6층에는 게임을 하는 중고생들을 붙잡아서 억지로 컴퓨터 게임을 만들게 했다. 자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게 하면서. 그런데 납치당한 아이들은 스스로 도망치거나 애원하지도 않은 채, 스스로 게임 제작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방불명됐으니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아키하바라에서 행방불명된 아이들은 그곳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발견했을 당시에는 이미 몇 사람은 죽고, 몇 사람은 영양 실조로 이미 사망 직전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아라이가 초등학교 시절, '샐러리맨들은 융통성이 없으니까 안 된다'라는 이유로 중고등학생에게 게임을 제작하게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는 어린아이들을 돈을 미끼로 혹사시켰다. 그 회사는 악마를 숭배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만드는 게임들도 인체 해부나 핵전쟁 같은 내용의 음침한 게임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 회사가 경찰에 조사당할 때, 몇 명의 사원이 자살했었다고 한다. 아라이는 그것이 소년들을 혹사했던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게임들은 저 세상에 있어야 할 소년들의 유작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한 번이라도 더 기회가 닿는다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게임, 이 세계에서는 단 하나밖에 없는 게임을 손에 넣기 위해 얼마라도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아라이는 게임 구매에 실패한 후 피해망상에 사로잡힌다. '내가 스쿨 데이즈를 사지 못한 이유는 아카가와가 내게서 3만엔을 훔쳤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을 누릴 자격도 없는 주제에, 내가 마땅히 누렸어야 할 행복을 가로채놓고 희희낙락하고 있다. 죽이고 싶다.' 아라이는 그에게 복수하고자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카가와의 방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그래픽과 명랑한 BGM을 자랑하는 게임이 실행되고 있었다. 그 게임의 제목은 놀랍게도 '스쿨 데이즈'였다. 아라이로서는 동명의 다른 게임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는 변화였다. 아카가와는 스쿨 데이즈를 직접 '진화하는 게임'이라고 불렀다. 프로그램 자체가 마치 영혼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이, 아카가와의 구상과 능숙함에 맞추어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라이의 머릿속은 살의로 가득찼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정말 아카가와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디스크를 되사면 물러가려고 46만엔을 제시하여도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거절한다. 오히려 '언제 친구였느냐? 우연히 너와 내가 취미가 같았기 때문에 어울렸던 것 뿐이다. 너 같이 음침하고 운동도 못 하는 놈과 진심으로 사귀었을 것 같으냐, 넌 내 노예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모욕을 준다.

열받은 아라이가 아카가와를 진짜로 죽일 생각이 들자 갑자기 화면이 바뀐다. '게임 내에서 갑자기 아라이와 아카가와의 싸움이 비쳤다. 두 사람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전경이 나온다. 그 안에서는 아카가와가 아라이를 모욕하고 있었다. 게임 속의 아카가와는 아라이와의 관계를 '친구가 없는 녀석을 내가 노예삼아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임의 광경을 태연히 지켜본 아카가와는 '내가 네 돈을 훔쳤다고 생각하는구나? 내가 언제 그랬어?'라고 물었다. 돌아가지 않으면 아픈 일을 당할 거라는 경고까지 하면서. 아라이가 돌아가지 않고 계속 모니터를 지켜보노라니, 화면에는 공작용 나이프를 든 아카가와가 보였다. 그는 진심으로 아라이를 위협하고 있었다. 게임 속의 아라이는 아무 말도 없이 체인을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아라이의 손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체인이 쥐여졌다.

체인이 칼보다 리치가 길어 둘 중에서는 아라이가 훨씬 유리했다. 아카가와는 먼저 위협한 주제에 체인을 맞고 맞공격도 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만다. 아라이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아카가와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카가와가 뒤늦게 용서를 빌어도, 체인에 머리가 깨져도 계속 내리쳤다. 아라이는 그 상황을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죽자마자 아라이의 승리를 알리며 게임이 끝났다. 스쿨 데이즈 게임 내에서 아카가와의 캐릭터가 삭제된다는 메시지가 뜨자, 그의 존재는 게임 내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현실 속의 아카가와의 시체도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그가 학교에 오지 않아도, 방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죽었어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카가와의 어머니조차 자신에게 아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 아라이밖에 없다.

아라이는 아카가와의 집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빼와서 게임을 실행했다. 하지만 디스크는 텅 비어 있었고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았다. 자신이 원혼들의 마음을 거슬리게 해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인지, 혹은 누군가가 디스크를 훔쳐갔기에 사라진 것인지 모른다. 플로피디스크가 고장났을 거라곤 생각 안 하나 보다. 아라이는 일방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혹시 그 디스크가 다른 사람의 집에서 발견된다면 그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한다. 만일 아라이가 사카가미의 집에 찾아갔을 때 플로피 디스크가 거기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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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 에피소드 안에서도 아라이가 이 게임과 동명의 유명한 에로게 스쿨데이즈를 언급하는 발언을 한다. 그러고 보니 마침 학포에도 나이스 보트가 있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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