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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제5번(베토벤)

last modified: 2015-04-02 22:28:23 by Contributors

정식 명칭: 교향곡 제5번 C단조 작품 67
(Sinfonie Nr.5 c-moll op.67/Symphony no.5 in C minor, op.67)

목차

1. 개요
2. 곡의 형태
3. 초연
4. 에피소드
5. 악보 및 가필 관행



정명훈이 지휘한 '운명'.

1. 개요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 흔히 베토벤이 1악장 첫머리의 인상적인 여덟 개 음의 동기를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라고 칭했다며 '운명' 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데, 물론 작곡자 자신은 절대 이런 제목을 붙인 적이 없다. 베토벤의 빵셔틀집사를 자처했던 쉰들러가 퍼뜨린 카더라 통신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 하지만 3번의 '영웅' 과 마찬가지로 간지폭풍이라 그런지 지금도 비공식적으로 많이 쓰인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운명' 이라고 갖다붙인 거라며 까기도 하는데,[1] 독일에서 나온 음반에도 간혹 운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서양 교향곡들 중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교향곡이고, 초연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 곡과 관련된 이런저런 인용이나 고사, 에피소드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작곡 시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1804년에 곡에 쓰일 기본적인 악상들을 메모한 것이 남아 있지만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1806년으로 여겨진다.

완성은 1808년 초에 이뤄졌는데, 시기가 나폴레옹프로이센을 탈탈 털고 땅까지 빼앗은 '틸지트 조약'의 수립과 맞물려 있어서 당시 독어권 지역에서 강성했던 게르만 민족주의의 영향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곡을 공동으로 헌정받은 로브코비츠 공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이 베토벤의 중요한 귀족 후원자들이자 극렬 프랑스까였던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베토벤이 단조 조성을 처음 사용한 교향곡이기도 한데, 3번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고전 교향곡의 틀을 상당히 많이 깨뜨렸고 '간단한 재료로 최고의 효과를 노린다' 는 원칙을 거의 완벽히 발휘시켜 본격적인 낭만주의 교향곡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하는 이들도 많다.

2. 곡의 형태

역시 4악장 구성인데, 1악장의 틀 자체는 소나타 형식이지만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를 변형시키는 발전부가 꽤 길어져 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여덟 음 동기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첫 번째 것인데, 굉장히 단순한 형태의 주제로 이 정도까지 강렬한 인상을 준 작품은 없었다. 주제를 다시 내놓는 재현부에서는 갑자기 오보에의 솔로가 흐름을 끊고 갑툭튀하기도 하고, 종결부도 다시 길어져 있다.

느린 2악장은 3번의 4악장과 비슷한 변주곡 형식인데, 기본적으로는 주제를 제시하고 여기에 여러 개의 변주를 병치하는 형식이지만 그 사이에 간주부나, 소나타 형식에서 따온 전개부를 연주하고 있다.[2] 목관과 금관 등 관악기가 꽤 자주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 [3][4]

3악장은 특별히 기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케르초인데,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주제는 특이하게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4악장 주제와 틀이 거의 비슷하다. 이어 1악장 첫머리에서도 강하게 나왔던 8분음표 세 개+4분음표 하나의 리듬이 여기서도 호른 연주로 응용되어 나오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부에서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시작으로 비올라-제2바이올린-제1바이올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푸가토(짧은 푸가)를 응용하고 있다.

중간부가 끝나면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는데, 완벽하게 반복되는 것은 아니고 굉장히 조용한 연주로 일관하고 있다. 현악기도 피치카토(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함)로 일관하는 등 기존의 ABA 3부 형식을 많이 거슬러놓고 있다. 그리고 팀파니가 조용하게 1악장 첫머리 리듬을 두드리다가 음량을 점점 크게 해서 곧바로 4악장에 들어가는 '이행부' 개념이 여기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5]

이렇게 쉬지 않고 들어가는 소나타 형식의 4악장은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악기들이 목청껏 연주하는 팡파르로 시작하는데, 거의 군악 풍의 캐간지를 보여주면서 듣는 이들에게 가버렷!굉장한 쾌감을 준다. 상반되는 성격의 주제 두 개가 주어지는 것은 고전적인 양식 그대로지만, 뒤이은 발전부에는 1악장과 반대로 두 번째 주제가 주로 사용된다. 그리고 발전부와 재현부 사이에 3악장의 첫머리가 갑툭튀해 반복되는데, 각 악장의 독립성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제대로 쌈싸먹은 셈. 마지막 종결부도 템포를 아예 프레스토로 땡겨서 굉장히 강렬한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악기 편성은 피콜로/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2/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교향곡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던 관악기들인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트롬본이 추가되어 변칙 2관 편성이라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대규모의 스펙을 보여준다. 다만 이 악기들은 모두 4악장에서만 쓰인다.[6]

3. 초연

1808년 12월 22일에 빈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열린 베토벤의 세 번째 '아카데미' 음악회에서 처음 공연되었는데, 추위 속에서 무려 네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당시 이런 장시간 공연은 전혀 특이한 것이 아니었지만, 원체 파격적인 베토벤 작품만 갖고 꾸민 공연이었던 만큼 공연 준비와 본 공연, 공연 끝나고 나온 평들까지 굉장한 우여곡절과 엇갈린 견해가 난무했다.

-1부-
교향곡 6번 (5번과 마찬가지로 초연)
셰나(정경)와 아리아 '아, 무정한 사람이여!'
미사 C장조의 대영광송(글로리아)
아노 협주곡 4번 (공개적으로는 최초 공연)

-2부-
교향곡 5번
미사 C장조의 거룩송(상투스)
베토벤 자신의 즉흥 피아노 독주가 곁들여진 합창 환상곡

5번 교향곡에 한한 비평은 3번과 마찬가지로 '너무 길고 복잡한 곡' 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굉장한 마초적인 이미지와 군사적인 승리감 등이 반영된 탓에 대중적으로는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베토벤 자신도 스승이었던 하이든과 맞먹을 정도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4. 에피소드

  •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후 프랑스까로 돌아선 베토벤이었지만, 이 곡이 오히려 프랑스 청중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는 것도 꽤 아햏햏한 아이러니다. 아마 강한 승리감을 안겨주는 4악장 때문에 프랑스의 승승장구를 연상한 청중들도 있었던 모양인데, 파리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한 혁명 노병이 4악장 시작 부분에서 "이건 황제다! 황제 만세!" 라고 외쳤다는 일화도 있다(...).

  • 그 이후에도 이 곡은 전쟁과 관련되어 자주 인용되거나 연주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연합국인 미국영국에서도 적국의 작곡가가 작곡한 이 곡을 애용했다. 연합국은 곡을 시작하는 첫 네 음의 리듬이 모르스 부호로 V, 즉 Victory의 첫 글자를 나타낸다고 해서 승리의 기원 격으로 여겼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럽전 승리의 날이었던 V-E데이에 열린 축하 음악회에서는 이 곡이, 태평양전 승리의 날이었던 V-J데이 음악회에서는 3번 교향곡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되었다. 추축국이야 물론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작곡가의 명곡이라는 점도 있으며 또한 이 곡이 히틀러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의 등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따따따 딴~ 하는 첫 동기는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로 유명하지만, 베토벤이 산책 도중 수풀 속에서 우는 새의 "삐삐삐 삐~" 하는 소리를 듣고 그 리듬을 떠올렸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운명의 동기"라 불리는 이 네 음에 대해 더 고약한 기원설이 있으니, 베토벤이 어느 날 창녀촌에서 한 창녀를 고르고 화대를 흥정했는데, 베토벤이 부른 화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상대방 창녀는 코웃음을 쳤다. "흐흐흐 흥~".

  • 녹음 역사에서도 꽤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는데, 교향곡으로서는 처음으로 전곡이 제대로 녹음되었다는 기록이다. 1913년 11월에 아르투르 니키슈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영국 그라모폰(현 EMI)에 취입한 음반이었는데, 그 몇 달 전에도 오데온이라는 음반사에서 6번과 함께 전곡 녹음이 되기는 했지만 현악 합주 편성으로 편곡한 것이라 무효. 지금도 EMI와 도이체 그라모폰 등의 CD 복각판으로 들어볼 수 있는데, 리얼 빈티지 매니아가 아닌 이상 폭우 속에서 녹음한 듯 심한 잡음과 빈약한 소리 때문에 몇 초 지나지 않아 꺼버릴 이들이 많을 듯.

5. 악보 및 가필 관행

베토벤의 구제불능 악필 속에서 출판 악보를 만드는 작업은 그 당시에도 굉장한 일거리여서, 숙련된 필경들도 짜증을 낼 정도였다. 이 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베토벤 생전에 나온 악보와 사후 간행된 악보들이 저마다 세부적으로 차이가 꽤 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 나온 악보들은 필적 감정까지 하는 등 과학수사에 버금가는 연구를 거쳐 편집되고 있는데, 이 곡의 경우 페터 귤케라는 음악학자 겸 지휘자가 편집해 페터스 음악출판사에서 간행한 악보가 꽤 충격을 주었다. 3악장에서 ABA'라는 아치형을 그리던 스케르초를 ABABA' 라는 4번 3악장과 비슷한 형태로 만든 것이었는데, 베토벤이 써넣은 도돌이표 기호가 필사가와 출판업자의 실수로 누락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귤케 편집판은 프랑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가 처음 지휘해 소개했는데, 3악장 말고도 전체적으로 기존 악보들과 꽤 다른 내용을 보여주어 논란거리가 되었다. 귤케 외에도 베렌라이터 음악출판사에서 새로 교정한 악보를 내놓은 조나단 델 마도 귤케의 해석을 받아들여 똑같은 구조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시대 고증은 완벽해도 AB가 파격을 취한 A' 앞에 다시 반복되면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고, 지휘자나 청중, 감상자에 따라 다양한 취향과 견해가 난무하고 있다. 작곡자의 의중에 무게를 둘 것이냐, 후대 음악인들의 재해석에 무게를 둘 것이냐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듯.

다른 베토벤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내추럴 금관악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악보에 약간의 가필을 해서 연주하는 관행이 있다. 1악장 첫 주제와 두 번째 주제 사이에 호른이 연주하는 짤막한 이행부가 재현부 쪽에서는 바순으로 바뀌어 연주되고 있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연주 음역 내의 배음만 불 수 있었던 당시의 내추럴 호른[7]으로는 연주 불가능한 음이라 바순으로 바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훗날 악기가 개량되면서 연주할 수 있게 되자 다시 호른으로 바꿔 불도록 하도록 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원보대로 바순으로 부는 것이 음색 대비 효과가 강하다고 해서 그냥 바순으로 연주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호른과 바순 두 악기를 다 쓰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도 금관악기가 많이 사용되는 4악장 등에서 트럼펫이나 팀파니를 약간 가필해서 연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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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994년에 삼성 나이세스(삼성전자의 LD및 컴퓨터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던 부서로 지금은 사라졌다)에서 낸 베토벤과 음악세계에서도 이런 설명이 나왔었다.
  • [2] 정확한 악곡 구조는 제시부-간주부-1변주-간주부-2변주-전개부-간주부-3변주-코다로 되어 있다.
  • [3] 변주곡 전체적으로는 첼로와 비올라 등 찰현악기가 주된 역할이지만, 제시부와 1변주, 1변주와 2변주, 전개부와 3변주 사이에 나오는 간주부나, 소나타 형식에서 따온 형식인 전개부에서는 관악기가 주도권을 잡는다.
  • [4] 3번 이후의 베토벤 교향곡들에서도 전반적으로 확인되는 특성인데, 난청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현악기보다는 좀 더 명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관악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기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 [5] 사실 각 악장을 모두 잇는다는 이 아이디어도 엄밀히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페라 서곡에서 유래한 바로크 후기~고전 초기 시대의 교향곡들도 각 섹션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 [6] 트롬본의 경우 베토벤보다 1년 앞서 스웨덴 작곡가인 요아힘 니콜라스 에게르트가 처음 도입한 바 있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알아도 에게르트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라 안습. OTL
  • [7] 자세한 사항은 호른 항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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