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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Contents

1. 마더 구스의 시
2. 애거서 크리스티추리소설
2.1. 등장인물
2.2. 영화판
2.3. 한국판
2.4. 좀 아쉬운 트릭

1. 마더 구스의 시

Ten little nigg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열 명의 흑인 소년이 식사를 하러 갔다가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Nine little nigg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아홉 명의 흑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다가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Eight little nigger boys travel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여덟 명의 흑인 소년이 데번을 여행하다가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Seven little nigg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f, and then there were six.
일곱 명의 흑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다가
한 명이 자신을 반으로 갈라 여섯 명이 되었다.

Six little nigg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여섯 명의 흑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다가
땅벌이 한 명을 쏘아서 다섯 명이 되었다.

Five little nigger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다섯 명의 흑인 소년이 법률을 공부하다가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Four little nigger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네 명의 흑인 소년이 바다로 나갔다가
청어가 한 명을 삼켜 세 명이 되었다.

Three little nigger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b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세 명의 흑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다가
큰 곰이 한 명을 귀찮게 해서 두 명이 되었다.

Two little nigg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두 명의 흑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다가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One little nigger boy living all alone;
He got married, and then there were none.
한 명의 흑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결혼을 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태클을 걸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5명이 살았다!사실 5명이 있었다!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nigger를 soldier로 바꾼 버전도 있다. 그런데 이 시가 있었던 옛날에는 nigger가 오히려 흑인을 정중하게 부르는 말이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라틴어에서 검은 것을 의미하는 형용사 'niger'에서 유래한 중립적인 단어였고, 이 때문인지 당시엔 'negro'는 'black'보다 고상한 것으로 여겨졌다. (현재도 Negroid는 흑인종을 의미하는 학술적인 용어로 사용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nigger' 역시 당대에는 '피부가 검은 사람'을 뜻하는 일반적이고 중립적인 단어였다. 따라서 노예매매가 성행했을 때의 미국에서, 진보적이고 노예제에 반대한 북부 몇몇 사람들은 자녀들에게 흑인을 (특히 첫 글자를 대문자로 하여) 'Negro' 혹은 'Nigger'로 지칭하라고 지도하였다. 시간이 지나 비하적 용어로 바뀌어 변경된 판본. 이는 영미권 한정이고 남미에서는 여전히 비칭이 아니다.

아래의 크리스티 작품에 나오는 판본에서는 흑인 소년을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소년으로,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결혼을 해서'를 '목을 매어서'로 바꾸어 실렸다. 황금가지판에서는 흑인 소년을 위에서 말한 변경된 판본을 활용해 인디언 대신 꼬마 병정, 인디언 섬 대신 병정 섬으로 번역했다.

참고로 개구리 중사 케로로애니판이 이 시를 패러디한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2. 애거서 크리스티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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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최고 대표작이자 추리소설 최강의 인기작.

영국에서의 원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Ten little indians)》이지만 세간에는 미국 출판명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란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고 이 제목이 굉장히 분위기 있어서 원제를 아는 사람들도 선호하고 있다. 마더구스에 수록된 원제목 '열 명의 흑인 소년'을 '열 개의 인디언 인형'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섬의 이름이 '인디언 섬'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맞추었다는 설, 흑인을 들먹이면 인종차별 소지가 있어서 바꾸었다는 설, 미국에는 본래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이라는 동요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었다는 설이 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8월 8일 지역주민들에게 '인디언 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에 8명의 남녀가 초대된다. '얼릭 노먼 오언'이란 의문의 사람에게 초대받아 온 일행 앞에 정작 주인인 얼릭 노먼 오언과 그 부인인 '유나 낸시 오언'은 없고 하인 부부만이 그들을 맞이하는데...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느닷없이 그들의 죄를 꾸짖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 지방에 내려오는 인디언 인형 노래에 맞춰서 끔찍한 참극이 벌어진다. 태풍이 몰려와 봉쇄된 작은 인디언 섬에서 일행은 하나하나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런 설정 영화나 추리만화 같은 데서 많이 봤는데? 할 것이다. 이런 설정을 처음으로 확립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공포감과 긴장감이 적절히 배여있는 추리 스릴러로, 크리스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걸작이다. 범인을 스포일러 당하고 읽었음에도 그 긴장감과 공포감 때문에 읽는걸 멈출수 없었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일본 몇몇 언론 선정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과 '환상의 여인'이 있다. 이 선정은 일본에서 언급된 것이지, 정작 미국이나 영국에선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래도 세계적인 소설이라는 점에선 알아주는 건 마찬가지. 어쨌든 인기 측면에선 가히 다른 소설과 비교할 수 없다. (앞에 3대 추리소설로 언급된 작품들까지도...)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로 꼽히며 그 부수가 무려 1억 부를 넘는다. 판매부수에서만큼은 추리소설 중 가히 최고봉이다. 인기면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의 범주를 뛰어넘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다보면 소름끼칠 장면이 많다. 이 소설의 트릭( 트릭 말이다)은 다른 작품들에서 수없이 오마주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신선하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쓰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사실 트릭은 그렇게까지 유명하진 않지만, 위에서 언급되었듯 배경, 분위기 등 설정이 무척 유명해서 백년가량 아주 널리 쓰여오고 있어서 김전일 코난 등을 보다가 뒤늦게 이 소설을 본 사람들은 이거 진부한거 아니냐는 소리를할 수도 있다(...)[1]

미국에서 출판된 이 소설을 읽어본 엘러리 퀸은 한숨을 쉬면서 자신들이 쓰던 원고를 박박 찢어서 난로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들도 비슷한 줄거리로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내봐야 표절이라고 매도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은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않았기에 크리스티 여사가 베낀 게 아닌 우연이었다. 맨프레드 리의 회고를 보면 이렇게 찢어버린 소설이 여럿 된다고 한다. 먼저 나와서 비슷한 줄거리였기에. 그리고 퀸의 'Y의 비극'과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의 관계는 정반대이다. 두 작품의 플롯, 스토리, 및 분위기는 굉장히 흡사하다. 게다가 이쪽은 '비뚤어진 집'이 실제로 출간된 작품이라는 점, 그것도 'Y의 비극'보다 17년이나 늦게 발표되었다는 점 때문에 표절이라는 비난을 꽤 받은 편이다.

어드벤처 게임 검은방 시리즈가 이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 탈출이 불가능한 장소에 갇힌 "죄인"들 : 검은방은 인물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검은방 1 한정. 검은방 2부터는 매번 류태현과 하무열이라는 사건에 관계없는 인물이 합류한다.
- 계속해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 내부의 범인 등등.

거기에 매 시리즈마다 스태프에 크리스티 여사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을 보면 확정적이다. 또한 1편의 결정적인 키워드 역시 이 작품에서 차용한 듯 하다.

한국에서는 동명의 원작으로 번안해서 남해안의 어느 무인도에 모인 10명의 사람을 소재로 했다. 제목은 《제웅도》이며 총 3부작이다. 인디언 인형 대신에 10개의 짚웅이라는 동요로 교체, 중간에 동요부분은 전인권이 작곡하고 전인권이 불렀다. 한국판의 범인은 아래에 있다.

여담으로 책 이름이 여러모로 적절해서 짤방으로도 종종 쓰인다.

2.1. 등장인물

  • 얼릭 노먼 오언
    워그레이브 판사 이하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인디언 섬으로 초대하는 인물.

  • 유나 낸시 오언
    율릭 노먼 오언의 아내. 초대받은 사람들은 얼릭 노먼 오언과 이름의 공통점을 합쳐서 U.N.오언이라 지칭한다.

  • 로렌스 존 워그레이브 판사
    속칭 "교수형 판사". 수많은 용의자들에게 자비심없이 사형을 언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 베라 엘리자베스 클레이손
    여학교 여교사. 자신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한다.

  • 필립 롬바드
    군인 출신의 사내. 아프리카에 주둔했던 적이 있다. 유일한 총 소지자.

  • 에밀리 캐럴라인 브렌트
    독신녀. 깐깐하고 고지식하며 극단적인 도덕주의자.

  • 존 고든 맥아더(매카서) 장군
    제1차 세계대전 참전영웅. 삶을 달관한듯한 태도를 보인다. 섬에 들어와서는 '우리들 중 누구도 섬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요'라고 되뇌인다.

  • 에드워드 조지 암스트롱
    의사로서 섬에서 일어난 참극에 대한 사인과 진정제 조제 등을 한다.

  • 앤서니 제임스 "토니" 마스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서는 쾌남아. 무책임한 면도 있다.

  • 윌리엄 헨리 블로어
    과거엔 런던 경시청에서 있었던 사립탐정.

  • 토머스 로저스, 에셀 로저스 부부
    U.N.오웬 부부에게 고용되어 다른 여덟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던 하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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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인 얼릭 노먼 오언과 유나 낸시 오언의 공통점을 따면 U.N.오언(U.N.Owen)이 되며, 이것은 Unknown을 가지고 장난을 친 이름으로 즉 둘 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이걸 참고하게 된다.

플랑드르 스칼렛의 테마곡인 'U.N.오웬은 그녀인가?'는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다. 또한 스펠카드인 <비탄「그리고 아무도 없게 되는가?」는 이 작품의 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다.

◎희생자들의 죄와 살해 방법(차례는 희생된 순서)

  • 앤서니 마스턴
    음주운전 + 과속 운전으로 어린 남매를 치어 죽임/청산가리가 든 술을 마시고 사망.
    (목이 막혀 죽은 첫 번째 인디언 소년)

  • 로저스 부인
    남편과 짜고 모시던 주인의 심장병 약을 숨겨서 사망에 이르게 함/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영원히 잠듦.
    (늦잠을 잔 두 번째 인디언 소년)

  • 맥아더 장군
    자기 부인과 바람난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음/혼자 저택을 나가 바닷가에 있었다가 뒷머리를 얻어맞아 사망.
    (데번에 여행 갔다가 혼자 남은 세 번째 인디언 소년)

  • 로저스
    자기 부인과 짜고 주인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주인의 약을 숨겨서 사망하게 함/머리에 도끼를 맞아 그대로 두 조각남.
    (장작을 패다 자신을 둘로 가른 네 번째 인디언 소년)

  • 에밀리 브렌트
    자기 하녀가 혼전임신을 하자 내쫓았고 하녀는 다리 밑으로 투신자살/청산가리를 주사당해 사망. 살인 후 벌 한 마리를 방에 풀어놓아 마더 구즈와 이야기를 맞추었다.
    (벌에 쏘여 죽은 다섯 번째 인디언 소년)

  • 워그레이브 판사
    무죄인 자에게 유죄를 선고해 사형시킴/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 붉은 커튼으로 옷을 만들고 털실로 가발을 만들어 '판사 차림'을 하고 있었다.
    (대법원으로 들어간 여섯 번째 인디언 소년)

  • 에드워드 조지 암스트롱 의사
    술에 취해 수술하다가 환자 사망/절벽에서 떨어져 사망.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바닷가에서 놀다 훈제된 청어에 먹힌 일곱 번째 인디언 소년)

  • 블로어 탐정
    거짓 증언을 해 유죄로 몬 자가 실형을 받고 옥중자살. 그 대가로 자신은 승진/추락한 곰 모양 시계/석상에 얻어맞아 사망
    (동물원에서 놀다 곰에게 잡아 먹힌 여덟 번째 인디언 소년)

  • 필립 롬바드
    밀림에서 함께 여행하던 동아프리카 원주민 21명을 굶어죽게 내버려두고 도망침/베라 클레이손에게 자신의 총을 뺏기고 총에 맞아 사망
    (햇볕에 홀랑 탄 아홉 번째 인디언 소년)

  • 베라 클레이손
    가정교사 시절 제자였던 시릴 해밀턴을 위험한 해변인 걸 알면서도 거기서 헤엄치면 칭찬을 받는다고 치켜세워 사고사를 유도했다. 베라는 시릴의 삼촌 휴고와 연인 관계였는데, 집안의 재산은 모두 장남의 아들인 시릴이 상속받았기 때문에 휴고는 빈털터리였고 베라에게 차마 청혼하지도 못했다. 이 사실에 앙심을 품고 시릴을 죽게 만든 것. 휴고는 범인이 베라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큰 충격에 빠져 결국 둘은 헤어졌다./목매달아 자살
    (목을 맨 마지막 열 번째 인디언 소년)

아래는 범인의 정체.

진범의 정체는 바로 여섯 번째 희생자이자 대법원에 들어간 워그레이브 판사였다.

실은 죽은 게 아니라 죽은 척 위장한 것이다. 의사인 암스트롱과 짜고 죽은 척 위장한 것이다. 머리에 붉은 진흙을 발라 총상으로 위장했다. 암스트롱이 맥을 짚어 사망했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마더구스 중 암스트롱의 부분 '훈제된 청어에 먹힌 소년'이 바로 이 힌트. 훈제 청어는 '죄를 짓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다는 의미도 있다. 훈제 청어 항목 참조. 물론 그 다음 암스트롱은 워그레이브에 의해 제거당했다. 그 뒤 워그레이브는 암암리에 다음 희생자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2명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이도록 유도하고, 남은 한쪽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했다. 흠좀무

사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일종의 소시오패스로 자신이 가진 사악한 본능을 합법적으로 쓰기 위해 판사일을 해왔다. 판사의 말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폭력적인 본능을 강하게 느껴왔지만 그 반대로 정의감 또한 있었기에 죄없는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판사가 되었다고. 여태껏 용의자들에게 내린 무자비한 판결들은 워그레이브 판사가 가진 잔인함이 그 정반대의 정의감에 더해진 결과였던 것.

은퇴 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워그레이브 판사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그동안 억눌러온 악한 본성을 터뜨리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워그레이브 판사에게는 사악한 본성과 동시에 정의감도 있어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여선 안된다는 정의감과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악의가 일으키는 내면의 모순 때문에 갈등하다 죄가 있는 사람만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래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살인을 저지른 아홉 명을 섬에 끌어들인 것이다. 여기서 워그레이브 판사가 죽인 순서는 다른 아홉 명의 죄의 무게를 그 나름대로 판단해 가장 가볍다고 생각한 순서이다. 즉, 죄가 무겁다고 생각되는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다음엔 나일지도 몰라'+'내 옆의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의 3중 공포를 제대로 맛보다가 죽는 것이다...

워그레이브가 판사 시절에 심판한 범죄자들은 전부 죄가 있었다. 본인 曰, '한 두번은 죄가 확실히 없다는 것을 안 사람을 배심원들이 무죄로 판단하도록 다소 유도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죄지은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죄없는 사람들을 심판하는 것보다 취향에 맞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즉, 바꿔 생각하면 열 명 중의 한 명만은 어떻게 봐도 죄인이 아니고, 역설적으로 죄가 없는 한 명만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는 사람, 즉 살인범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처음에 워그레이브 판사의 죄라고 언급된 '무죄인 자에게 유죄를 선고하여 사형시켰다'는 사실 페이크로, 워그레이브 판사가 사형선고를 내린 에드워드 시턴이 사형당하고 나서 시턴의 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즉, 워그레이브 판사는 섬에 불려 온 사람들 중 유일하게 죄가 없던 사람이었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이들 아홉 범죄자(희생자)들의 범죄 사실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우연히 승객에게 듣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즉, 증언이 있고 심증도 있지만 물증은 없는 범죄인 셈이다. 그중에는 가해자가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 한 입증이 불가능한 사건 또는 살기 위해 저지른 사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해보는게 좋다고 충동질한 사건도 있었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정식 재판으로 가면 분명히 무죄로 풀려날 이 범죄자들을 자기 생애 마지막에 직접 심판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U.N.오언 부부라는 가공의 인물 명의로 편지를 보내 해당 사람들을 인디언섬에 모이게 하고, 이들이 다 모인 뒤에는 매일 섬과 육지를 왕래하며 섬에서 쓰이는 물자를 나르고 연락원의 임무를 맡고 있는 프레드 내러코트가 섬에 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그렇게 아홉 명을 모두 다 죽인 워그레이브 판사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글을 적어 바다에 띄운 뒤, 앞에서 자신이 죽은 척한 그 방법으로 이번엔 진짜로 자살한다. 시한부 인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완벽한 미스테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스스로를 단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중에 섬에 경찰들이 도착한 후에 이걸 보고는 충격을 받고, 한 경찰이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들을 죽인 걸까요?"라는 글과 함께 내용이 끝난다. 이 부분은 독자들이 이미 다 아는 사항만을 재확인시키는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 중요한 단서가 하나 나온다. 바로 권총이 워그레이브 판사의 시신이 있는 방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스님 트롤선 선장이 건져서 런던 경시청에 보낸 워그레이브 판사의 마지막 편지로 마무리 된다.그러니까 자기의 범행동기와 살해 방법, 그리고 자신도 자살하도록 짠 트릭을 친절히 설명해준 편지. 워그레이브 판사도 운에 맡기려고 이 편지를 직접 보낸 게 아니라 병에 넣어서 바다에 던졌다. 그런데 가끔 보면 이 편지부분이 무슨 후기인줄 알고 안 읽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당연히 뭐가 어찌 된겨? 하면서 불평하다가 다 읽은 사람이 알려줘서 그제야 읽고 안다.

작중에서 중간중간 생존자들의 심리묘사가 나오는데, 이 때 범인의 심리묘사가 나오는 때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범인의 심리묘사가 나오지 않고, 생존자 전원의 심리묘사가 '살아남아야 한다. 범인은 누굴까?' 식으로 묘사되는데, 이를 파악해서 대조해보면 진범을 파악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제작된 흑백영화판은, 원작대로 마지막에 당혹해하는 경시청 간부와 트롤선 이야기 장면 대신, 결말을 약간 다르게 했다.(결말은 밑에) 전체적으로 폐쇄된 공간 내에서의 긴장을 중요시하는 극의 흐름을 끊을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의 또 다른 작품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는 셰이터나라는 사람이 이 작품의 워그레이브 판사처럼 '살인을 저질렀으나 심판받지 않은 자'들을 모아서 개인 살인자 컬렉션을 만들려고 하는데, 제3자의 증언만 믿고 모으다 보니 실제로는 결백한 사람까지 모아 버렸다. 워그레이브 판사가 죽인 사람은 다행히(?) 모두 진짜 범죄자였지만(...)

심증은 분명하지만 물증이 없어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를 개인적으로 처단하고 자살한다는 컨셉은 후에 에르퀼 푸아로에게 계승된다. 물론 동기는 다르지만...

2.2. 영화판

영화에서는 베라 클레이슨이 자살하기 직전에 죽은 척하던 워그레이브 판사가 나타난다. 그래서 범행 동기와 수법을 다 설명해주고, 베라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어차피 사형에 준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자신과 같이 육지로 나가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그런 괴로움을 안고 자살할지를 말이다. 베라는 당연히 육지로 나가는 걸 택하고 육지의 주민들이 인디언 섬으로 오는 것이 마지막이다.

2.3. 한국판

한국판 로컬라이징 버젼에서도 역시 같은 인물이 범인이지만, 결정적으로 이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 즉 모두 죽어버린 별장을 비추고 시체를 하나 하나 비춘 다음에 범인이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숨겨놓은 보트를 타고 육지로 나간다. 그리고 다음 날 범인을 찾을 수 없는 의문의 대형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소름끼치게 웃는다. 이 부분은 원작 재현이 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과 마무리가 분위기에 맞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써니힐의 노래인 'Midnight Circus'의 가사이기도 하다.

2.4. 좀 아쉬운 트릭

독자들로 하여금 진범이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저자는 좀 아쉬운 트릭을 만들어뒀는데... 그건 진범인 워그레이브 판사가 편지를 받고 생각하는 장면이었다. 거기서 그가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체 누굴까?'라고 궁금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자기가 보내놓고선 그 따위 생각을 하는 게 좀 황당한 일이다. 차라리 누군가 대화를 하면서 '이런 편지를 받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을 끼워넣든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는 장면을 생략하던가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 런지... 도입부에서 섬에 초대된 사람들이 다들 보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사람만 빼먹거나 대화로 해놓으면 진범이 너무 쉽게 밝혀질까봐 그런 듯 하다. 그게 아니면 워그레이브 판사가 치매였거나.... 사실 자기한테 보낸 건 남한테 시킨거라 카더라

사실 트릭을 푸는 추리소설로 보고 읽으려면 아주 꼼꼼히 잘 짚어내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닌 이상 좀 어렵거나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럴 경우 추리에 집착하지 말고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2회독을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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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실 많은 명작 고전 작품들을 뒤늦게 읽으면 그런 느낌을 받기 쉽다. 그 작품에서 따온 것들을 먼저 많이 봤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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