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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

last modified: 2015-04-10 18:38:45 by Contributors

Contents

1. 개요
2. 원인
3. 준비
4. 영·미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5. 독일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6. 소련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7. 기동방어
8. 기타

1. 개요

機動戰, maneuver warfare(또는 manoeuvre warfare). 군대의 전술 개념. 기동(maneuver)이란 '목적과 의도를 갖고 실시하는 이동'으로, 기동전은 기동 그 자체를 통해 승리에 도달하는 전쟁 방식이다. 반의어로는 적 전투력을 소모시켜 승리에 도달하는 소모전(消耗戰, attrition warfare)이 있다. 통설로 나온 전격전 이론도 기동전을 기반으로 한다고 보인다. 사실 전격전은 역사깊은 독일 특유의 기동전 + 공군과 전차의 발명이 만들어낸 하나의 사후적 결과로 보는게 맞겠지만 말이다.

2. 원인

기동전은 후술하겠지만 상당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며, 실행과정에서도 정확한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운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망할 수 있는 등 주변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늘고 낭창낭창한 연검으로 적의 중검을 상대하는 상황이므로 컨트롤 미스를 한번만 해도 연검이 박살나고 시전자는 피웅덩이에 쓰러진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기동전을 역대 병서들이 속공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중시한다. 그 이유는 소모전은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나, 일단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각종 인원, 장비, 물자가 블랙홀에 빠져들듯이 소모되며, 적이 나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 역관광당하고, 전쟁의 당사자가 모두 동등한 실력이면 전쟁이 지리멸렬하게 오래 끄는 등 한마디로 종합하자면 지면 패망이고 이겨도 피로스의 승리로 대표되는 상처뿐인 승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모전을 수행할 정도로 각종 자원을 축적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적은 병력과 장비와 물자로 상대방을 빠르게 이겨보겠다면 기동전을 할 수 밖에 없다.특히 현대전은 국가의 모든 것을 극한까지 쥐어짜서 수행하는 총력전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기동전은 반드시 공격전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방어전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상세한 것은 후술하는 기동방어를 참고하라.

3. 준비

앞서 말했듯이 기동전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적어도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적어도 전략적인 충격을 적에게 가할 정도의 정예 병력이 필요하다. 보통 아무리 최소로 잡아도 사단 수준은 확실히 넘어가며, 보통은 군단급 이상의 편제와 실병력을 가진 정예병력이 요구된다. 이는 아무리 기동전이라도 적어도 1회 이상은 적의 주력과 정면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최소한 와해되지는 않아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정예병력이 그 이하라면 특수부대로 사용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국지적 전술우위는 가져오지만 전략적 승리를 부르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다.

  • 해당 정예병력 전원에게 충분히 지급할만한 양질의 장비가 있어야 하며, 소모품 등을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보급체제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기동전을 하는 정예 병력은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고, 고속기동을 하기 때문에 장비가 충실하지 않으면 적을 돌파하기는 커녕 기동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비가 있다고 해도 보급이 원할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전선돌파로 끝나기 때문에 적이 즉시 정신을 차리고 재반격해서 이때까지의 성과를 날려버리기 쉬우므로 보급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해당 정예병력을 매우 유능한 장교장군이 지휘하며, 이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전략, 전술적 자체판단권한을 주어야 한다. 기동전을 기본 교리로 채택한 구 독일군이 임무형 지휘체계를 발전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기동전의 특성상 유동적이고 정보도 잘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적보다 적은 병력을 가지고 적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당연히 적의 장수보다 아군의 지휘관이 더 훌륭한 능력을 보유해야 하며, 역시 유동적인 전황 때문에 일일히 상부에서 지시를 받고 움직이면 속된 말로 때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준비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기동전이 가능한 규모의 정예병력을 모은다는 것부터 어려우며, 이들에게 양질의 장비를 지급하고 충분한 보급을 해주는 것도 엄청난 재정이 든다. 그리고 유능한 지휘관을 엄선해서 배치하는 것도 일이며, 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주변국에서 그냥 내버려둘 리도 없다. 결정적으로 모든 준비를 갖춘 정예부대가 적이 아니라 현 정권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골아픈 문제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준비를 넘겨버리고 대강 병력을 모아서 약간의 물자만 가지고 기동전만 수행하는 경우가 역사책을 펼치기만 해도 무수하게 등장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그야말로 운이 많이 작용한다. 한마디로 말해 적이 나보다 더 많이 실수하면 그런 엉성한 기동전을 가지고도 승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나마 엄선된 병력이 철벽을 들이받고 전멸당하는 것으로 끝나버린다.

4. 영·미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기본 개념은 소모전의 '정면 승부'가 아닌 '뒷치기'. 적의 강점, 그러니까 일반적인 주력 병력 등을 자신의 강점인 주력 병력으로 맞부딪쳐서 말 그대로 '파괴'해서 이기는 것(소모전의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라, 부서지면 적이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취약점을 먼저 파괴해 '제대로 싸우지 않고도 적의 전투력을 떨어트리고 심지어는 와해시키는 것.'

이걸 위해 빠른 이동 속도를 활용해서 적보다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기습을 가하거나, 또는 일부 병력이 일반적인 소모전 양상으로 적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이런 작업을 해서 교란하기도 한다. …어라?

또한 전장의 형세와 상관없이 '쓸데없이 싸우는 것'을 안 좋게 여긴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전선에 영향을 끼칠 일이 없는 상황이라면 무의미한 것이고, 이겼다 하더라도 인명과 자원 피해는 발생할 것이기 때문. 일단 아무리 인명 피해 없이 이겨도 현대전 기준으로 어쨌거나 총알과 포탄은 쏘고, 병사들도 전투 때문에 지치기 때문이다.

요점은 '싸움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이지 '적 전멸'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적 전멸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면 노릴 수 있겠지만….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동전이 전투와 적 전투력 파괴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싸워야 할 장소에서 싸워야 할 상황을 만들고 싸운다는 것.

5. 독일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다른 한편으로, 나폴레옹 이후 최고의 기동전 전문가들이었던 독일군은 결코 적 전투력의 물리적 섬멸이라는 개념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독일군은 전 유럽에서 가장 적 전투력의 물리적 섬멸을 강조했다. 독일군에게 중요한 것은 기동을 통해 적 '전투력 섬멸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독일적 관점-곧 한스 델브뤽(Hans Delbrück)이 정리한 기동전과 소모전의 개념에서, 기동전이란 곧 "단기간의 결정적 전투로 전승을 달성하는 전쟁수행방식"이었다. 반대로 소모전은 "결정적 전투 없이 연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전투력 소모에 의해 전승을 달성하는 전쟁수행"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부분은, 독일군에게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이 기동전이든 소모전이든 적 전투력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독일군이 기동전(Bewegungskrieg)과 섬멸전(Vernichtungskrieg)을 결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믿은 이유가 여기 있다. 물리적 파괴의 전제 아래서는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적 병력의 대다수를 섬멸하여 적이 차후 전투력을 회복할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는, 곧 기동전을 수행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애시당초부터 기동의 목표을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전투하는 것으로 잡고 있었다.

실제 독일군은 1940년 프랑스 전역에서도, 1941년의 바르바로사 작전과 태풍 작전에서 있었던 대규모 포위섬멸전에서도 기동부대의 포위기동을 통해 승기를 잡고 적 전투력을 물리적으로 섬멸했다. 프랑스 전역이 성공한 기동전인 이유 역시 A집단군의 포위기동 단 하나에 전쟁이 결판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1941년에 단기간의 결정적 전투로 적을 패배시키지 못한 독소전쟁은 실패한 기동전이자 소모전이다.

6. 소련 군사학에서의 기동전 개념

물론 기동전 이론 중에서도 위와 정반대의 사상을 가진, '적 전투력의 섬멸'보다 '적 전투력의 마비를 중시하는 계열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영미 군사학계의 일부와 소련/러시아 군사학계가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다. 미하일 니콜라예비치 투하체프스키(Mikhail Nikolayevich Tukhachevsky)를 사상적 아버지로 둔 소련/러시아는 독일과는 정 반대로, 기동부대가 적 종심 깊숙이 돌파한 뒤 적 지휘소와 물자집적소, 통신시설, 비행장 등의 '두뇌'와 '신경망'을 공격해 적 전투력이 멀쩡히 살아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운용할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종국에는 심리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나중에 이를 소련의 작전술 교리 전반을 꿰뚫는 종심전투이론으로 집대성했다.

이쪽은 기동 자체가 공세이며, 기동을 계속하는 한 공세는 지속되는 것이고, 불필요한 전투를 통해 공세 역량을 잃어버려 한 전역에서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행위를 거부했다. '우리에게 싸울 필요가 없으면 싸우지 않고, 싸울 필요가 있더라도 싸우지 않고 공세를 지속할 수 있다면 싸우지 않는다.'로, 심하면 전투 자체를 회피해가면서 공세 지속한다. 끝없이 공세를 지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술이 제파식 전술이며, 이 전술을 시행할 전문적인 군대가 작전기동군이다. 종종 소설에서 등장하는 '싸움다운 싸움을 해 본 적도 없는데 전투서열은 무너지고 상급제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긴 어디고 우린 뭐하는건가'[1] 상황이 소련식 기동전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

단, 이런 전략은 필요하다면 100km 정도는 기본으로 후퇴해서 적의 전열을 붕괴시킬 수 있는 소련만의 전략이다. 땅덩이 안되는 나라가 시도하면 망했어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북한과 전쟁할 때 최전선인 휴전선에서 100km 후퇴하면 한강이다. 서울 시청 기준으로 보자면 휴전선까지 대략 40km. 그냥 다른 교리를 타자.[2]

7. 기동방어

기동전의 개념을 방어전에 도입한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기동전을 할 정예병력으로 아군 지역에 침입한 적 기동부대를 박살내는 것을 말한다.

일단 방어전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공격자보다 방어자의 병력, 물자, 장비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3] 공격자는 해당 지역 한 곳을 뚫기 위해 병력을 집중할 수 있는데 반해 방어자가 그렇게 하면 당장 전선에 구멍이 뚫리면서 그 구멍을 노리고 적의 공격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자의 공격이 집중되면 방어진은 붕괴될 확률이 높고, 일단 방어진이 붕괴되면 후방지역에 새로운 방어선이 형성될 때까지 대혼란이 발생하며, 방어선의 남은 부분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동전을 수행 가능한 정예부대가 방어측에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방어선이 붕괴되기 전에 증원군으로 투입되어 방어선을 강화, 아예 돌파를 못하게 할 수도 있으며, 설령 전선이 뚫리더라도 방어선 양측의 병력은 당황하지 않고 돌파구를 서서히 줄이는 한편, 방어측 기동부대는 전선을 돌파한 적의 기동부대의 옆구리를 강타한다던지 하는 전술을 사용해서 적이 전과를 늘리는 것을 막고, 전선에 뚫린 구멍을 메꾸게 된다. 일단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 포위당한 적의 기동부대는 결국 소멸하며, 상황이 더 좋게 돌아가면 이젠 아군이 방어전에서 공격전으로 변환해서 기동부대를 잃은 적을 역습할 수도 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2차 대전 당시 아른헴 대공세 때 101 공수사단이 바스토뉴에서 시전한 적이 있다. 단지 우회해서 적의 측면을 친다든지 하는 건 아니었고 한 곳에서 적을 격퇴하고 나면 적보다 먼저 이동해서 적의 공격이 시작될 곳에서 적을 기다리는 식이었다.

이런 기동방어를 제대로 수행한 경우는 독소전쟁시 독일군이 소련군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자주 손꼽힌다. 특히 제3차 하르코프 공방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8. 기타

영미 군사학계는 오랫동안 소모전적 개념에 입각한 교리를 고수했다. 특히 미국이 심했는데, 물량전으로 이길 자신이 있으니 굳이 복잡하고 유능한 장교단이 다수 필요한 고급 전략을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동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간기의 J.F.C. 풀러와 리델 하트가 대표적이며, 현대에는 미국의 존 워든 3세(John A. Warden Ⅲ)가 제창한 전략적 5개 동심원 모델과 병행타격 개념이 있다. 워든의 이론은 국가의 중력중심(Center of Gravity)을 타격하여 적 전투력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는 구 소련의 종심전투교리와 유사점이 있으나, 공군력을 이용한 타격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하겠다. 공군력의 운용과 종심타격이라는 점 때문에 가끔 공지전(Air-Land Battle) 교리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공지전 교리는 전형적인 화력소모전 교리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공지전은 공군과의 밀접한 협조가 요구되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미 육군의 지상전 교리이지만, 워든의 이론은 순수한 항공전 교리다.

마오쩌둥의 인민전쟁론이나 안토니오 그람시의 저작 등에서 언급되곤 하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기동전은 한자로는 같지만 영어로는 Mobile Warfare라고 번역되니 주의. 게다가 이 기동전의 반의어는 소모전이 아니라 진지전(陣地戰, War of Position)이다. 혼동을 막기 위해서 일부 서적에서는 Mobile Warfare를 운동전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기동전을 하는 사람을 기동전사라고 부른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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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피를 마시는 새 작중에 등장하는 엘시 에더리가 준 군벌화된 각 군단을 규합하는 전투를 벌일 때의 묘사가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 [2] 물론 현실세계 전략이 아닌 가상현실 속 전략이라면 굳이 저렇게까지 거대한 땅덩어리가 없어도 가능한 일부 상황이 있다. 이를테면 깜깜한 한밤중의 숲 속에서 무전기도 없이 싸우는 중세 전쟁터. 그리고 저 상황에서 기동전이 가능한 먼치킨 장군 한명
  • [3] 원래 일반적으로 발할때 방어가 공격보다 유리하다고 하는것은 공격자가 방어자가 열심히 방어용 진을 다치고 거기에 박아줄때의 일이다. 당연하지만 기동전을 하는 상대방이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런데에 박거나 할때까지 기다려줄리 만무하고... 물론 방어지역으로 통하는 루트의 수자 적을수록 이격차는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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