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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last modified: 2014-09-27 00:46:49 by Contribu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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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aio sobre a Cegueira[1]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가 쓴 장편소설. 후속작으론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다.[2]

'만약에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명만이 볼 수 있다면'이 주 내용으로,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수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으며 시력을 잃는 전염병이 창궐해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어떤 막장으로 가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원초적인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눈먼 자들의 도시'로 은유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흔히 쓰이는 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몇 안 되는 작품. 재미있게 읽자면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쉬울 만큼 빠르고 재미있으며 본격적으로 문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면 머리가 터지게 하는 은유로 가득한 소설. 어쨌든 '재미있다'.

주제 사라마구가 60대의 노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예를 들면 의사의 아내가 '삽을 가져올게요'라는 말을 작중에서 2번 쓰게 되는 이유와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 등. 처음 읽으면 마침표와 쉼표만 사용되어 당황하게 된다. 장(챕터)구분도 없고 문단과 문단 사이가 더블스페이스 없이 빽빽히 들어차있다. 이건 이 소설 뿐만 아니라 주제 사라마구가 사용하고 있는 특유의 문체이다. 이야기꾼이 말하는 것처럼 풀어 쓰는 것.

등장인물의 직접적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안과의사의 아내', '안과의사', '회사원의 아내' 등으로 등장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지역색과 인종적 특성을 모두 제거해 버린 것도 특징. 익명의 어떤 도시를 상정하고 있으며 그 도시는 리스본일 수도, 뉴욕일 수도, 서울일 수도 있다.

영화도 나왔다. 시티 오브 갓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에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엘 가르시아 베르날, 드라 오[3] 등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었지만 평은 그닥 좋지 않았다. 2008년 칸느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본 작품에서는 지명이 일절 언급되지 않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배경이 포르투갈임이 명시되고, 백색 실명 전염병이 퍼진 곳이 수도라고 언급된다. 일본 쪽에서 제작비를 댄 관계로 회사원과 그의 아내가 동양계로 설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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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사태 초기에 회사원 한 명이 최초로 갑작스럽게 원인모르게 실명하고, 안과의사를 방문하는 동안 근처 사람들이 차례로 시력을 잃어가며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실명사태 초기에 정부가 회사원과 안과의사, 그리고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폐기된 정신병원에 격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 아내는 시력을 잃었다는 거짓말로 의사 남편의 뒤를 따라 격리장소로 간다.

폐병원은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격리되어 있었다. 더구나 정부는 감염방지를 위해 격리장소를 벗어나는 환자는 가차없이 사살하며 환자들끼리 서로 죽이게 만들어 수를 줄이려는 비밀지령을 내려둔 상태였다. 더구나 실명한 사람 근처에만 접근해도 전염된다는 것이 밝혀지며 군인들도 공포에 질려 툭하면 환자들을 쏴버린다.

회사원과 접촉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끌려오고(회사원의 아내, 차도둑[4], 매춘부, 사팔뜨기 꼬마, 택시운전수, 경찰관 등) 장님들만 모인 곳에서 의사 아내가 눈이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른 장님들이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해 의사 아내마저도 장님인 척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된다.[5]

이후 질병이 무서운 전파력으로 환자들이 떠나온 도시에서 감염, 확산되며 폐기된 병원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해가고, 도중에 유입된 불량배들에 의해 권력투쟁과 약탈까지 벌어지는 동안 식량배급까지 줄고 생활은 더 엉망이 되어간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장님처럼 행동하는 의사 아내와) 장님들만 모여 사니 일상생활, 목욕, 청소, 병원관리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화장실은 물론 거주지까지 사방팔방 배설물 밭이 되고 더러운 냄새가 진동한다.

막판에는 폐병원에서 혼음, 불량배들의 강간과 살인까지 일어나는 막장사태로 치닫고, [6] 참다 못한 환자들이 의사 아내의 주도로 불량배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폐병원은 불타고 또다시 많은 환자들이 죽는다. [7][8] [9]막상 불량배들을 물리치고 보니 실명사태는 전 국가로 퍼졌고 지키던 군인들은 이미 실명해 떠나버린 상태였다. 자유의 몸이 된 환자들은 기운이 다해 쓰러져 죽던가 살 길을 찾으려 발버둥을 치고, 살아남은 환자들은 의사 아내를 중심으로 초기에 시력을 잃었던 소수 사람들을 끌어모아 전에 살던 도시로 향한다.

그들이 도착한 도시는 말 그대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고 있었고,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장님들이 사방 팔방을 돌아다니다 쓰러져 죽는 막장사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널린 배설물과 쓰레기, 시체를 뜯어먹는 짐승들 속에서 식량을 확보하며 초기 생존자들과 함께 간신히 의사의 집에 돌아가 거주지를 확보하지만, 도시 자체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로 변하는 상황에서 의사 아내를 포함한 일행은 모든 희망을 잃어간다.

삶을 위한 마지막 시도로 시골로 떠날 것을 고려하는 순간, 최초로 실명했던 회사원이 시력을 되찾고 이후 시력을 잃은 순서대로 다시 시력을 되찾고, 마침내 모두가 시력을 되찾자 의사의 아내가 이제 자신의 차례일 것이라 생각하고 두려움 때문에 눈길을 아래로 돌리면서[10] 이야기가 끝난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언반구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이 특징.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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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원제를 직역하자면 "눈멈에 관한 수필"이지만 cegueira에는 무지라는 뜻도 갖고 있다.
  • [2] 눈먼 자들의 도시의 '사건'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며 몇몇 등장인물이 다시 등장하지만 주제의식과 전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 참고할 것.
  • [3] 이쪽은 카메오.
  • [4] 매춘부에게 손을 대다가 구두굽에 다리를 찍히고 상처가 감염되어 군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공포에 질린 군인에게 사살된다.
  • [5] 물론 알게 모르게 수용자들을 돌보고 이끈다.
  • [6] 눈이 멀쩡한 의사 아내도 눈이 멀쩡하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강간을 당한다. 생각해 보면 불량배들이 총을 들어봐야 '보고 쏠 수가 없으니'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해서 의사 아내가 무쌍을 찍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이 또 용하다.
  • [7] 처음에는 의사 아내가 불량배의 리더를 단죄하고 수용자들을 결집시켜 불량배들을 공격했지만, 오히려 많은 희생자를 내고 이후 의사 아내가 단독으로 불량배들의 병실에 불을 지른다.
  • [8] 이 과정에서 결국 눈이 멀쩡한 의사 아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불량배들의 리더는 '총'을 가지고 다른 수용자들을 억압했는데, 이게 소란 중에 의사 아내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총을 떨어뜨린 상황에서 장님들을 못찾고 헤매는데, 결국 주웠다.) 빵야빵야(...)
  • [9] 소설의 내용 전개와 다른 것으로 보아 분량 압축을 위한 영화편의 변경으로 추정돈다.
  • [10] 의사의 아내의 눈이 멀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는 묘사를 보아도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를 보아도 의사의 아내의 눈이 멀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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