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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스 내려

last modified: 2014-12-09 05:35:59 by Contributors

유머로 분류되긴한데, 사실 서울 시내 모 대학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당시 대학의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학부제로 바뀔 때였다. 인서울인 모 대학의 통폐합 관련학과 교수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학과장들은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까닭에 애가 많이 탔다.

그 학교의 공대 중에서 전자공학과, 신공학과, 기공학과 이렇게 세 학과도 하나의 학부로 통합되기에 이르렀다. 날이면 날마다 세 학과 학과장들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차후 대책을 논의했다. 세 학과장이 내심으로는 자신의 학과장입지가 어떻게 될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학과장이 나란히 강단에 서서 특강을 하게되었다. 맨 처음 강단에 선 전자공학과장이 자신의 강의 말미에, 때는 이 때다 싶어 전자공학과의 존재 이유와 자신이 학부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지금은 바야흐로 전자의 시대입니다. 요즈음 렉트로닉스라는 말을 빼고 말이 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거의 많이들 사용하는 핸드폰만 해도 그렇습니다. 에... 만일,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의 핸드폰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조그만 기계에 들어가는 전자회로 설계와 구성을 누가 했겠습니까?"

그는 전자공학과 학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강단을 내려왔다.

다음으로 강단에 선 통신공학과장은 강단에 서자마자 을 튀기며 반론을 제기했다.

"여러분, 핸드폰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요, 아무리 회로구성이 되었다하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핸드폰이라는 기계구실을 하려면 전파 등 통신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잘 설계된 전자회로의 핸드폰이라도 통신이 개입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잘 만들어진 기계 아니,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는 통신공학과 학생들로부터 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오후에 시작한 강의. 두 번의 강연을 거치면서 날은 어둑어둑 해졌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각 학과장들의 열변의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어느새 강의실 전등도 환하게 켜졌다.

마지막으로 강단에 오른 백발의 노 교수인 전기공학과장, 앞의 두 학과장처럼 열변을 토하는 대신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한창 술렁거리던 강의실이 점점 조용해지다가 급기야,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전기공학과장이 버럭 소리쳤다.

"야, 가서 도란스 내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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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여기서 도란스는 변압기(trans)를 일본어로 읽을때 토란수(toransu)라고 읽는것이 변형된것이다. 어떠한 전자기기도 일단 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전기공학과장의 신의 한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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