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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그램

last modified: 2015-04-07 00:53:33 by Contribu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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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명
2. 리포그램의 어려움
3. 서러운 취급
4. 리포그램의 예시
4.1. 유니보컬릭
5. 이야깃거리


1. 설명

Lipogram.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λειπογράμματος’(leipogrammatos)로, ‘배제된 글씨’의 의미를 지님.

리포그램은 언어유희, 그 중에서도 소위 ‘제약된 글쓰기(constrained writing)’[1]의 일종으로, 특정 글씨들 없이 글을 쓰는 것. 예를 들면 글을 쓸 때 모음 ‘a’ 없이 쓰는 경우 등을 일컬음. 이론적으로는 ‘글로 쓰일 수 있는’ 어떤 언어든 그 언어에 대응되는 표기체계에 대해 리포그램을 해볼 수 있긴 있는데, 중국어로는 좀 힘들 듯. 이는 중국어를 적기 위해 쓰이는 표기체계의 특성 때문이며, 동일 이유로 중국어로는 팬그램도 해보기 어렵기 때문에 세부 정보는 팬그램 문서를 보는 것을 추천. 어쩌면 중국어도 성모·운모·성조로 분리는 되니 시도해볼 수 있을지도 모름. 주음부호로 써서 시도해 보든지, 혹은 빈번히 쓰이는 특정 부수를 빼는 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음.

실수로 키보드를 떨어뜨려서 일부 키를 부숴먹을 경우 리포그램을 경험해볼 수 있음(...)

2. 리포그램의 어려움

보통 리포그램문을 지을 때는 특정 언어에서 빈번히 쓰이는 글씨를 빼서 지으며, 그래야 리포그램으로서의 의미를 얻을 수 있음. 예를 들어 영어로 리포그램을 해볼 경우, 영어에서 매우 적은 출현빈도를 보이는 ‘q’, ‘z’를 뺀 채로 글을 쓰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을 못 느낄 터임. 그러면 영어에서 매우 빈번히 쓰이는 모음 ‘e’를 뺀 채로 글을 쓰려면? ‘he’, ‘she’, ‘the’, ‘-es’, ‘-ed’ 이런 것들을 전혀 쓸 수 없으니 진정 미친듯이 어려워질 것임. 그런데 용케도 이런 미친 짓을 해낸 분이 있으니, 미국 출신 글쓴이 Ernest Vincent Wright는 ‘e’ 없이 대충 5000개의 10배 넘는 어휘로 구성된 매우 긴 소설을 썼으며, 이는 KBS의 스펀지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음. 구체적인 내용은 문서 E를 통해 보시길.

물론 지금 이 글에 쓰인 언어로도 리포그램을 시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국어에서 최고의 빈도수를 보이는 음은 ‘’이니[2] 여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음. 물론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듦. 국어 어미로 꽤 쓰이는 ‘은’, ‘이’, ‘을’을 전부 빼고 글을 써야 되는데 이게 어디 쉬울지? 특히 영어의 표기체계에는 초성, 중성, 종성의 구분이 없는 것에 비해 국어의 표기체계에는 구분이 있기 때문에, ㅇ을 빼려면 초성의 ㅇ, 종성의 ㅇ 양쪽 모두 빼고 써야 되기 때문에 더 어려움. 애초에 여태 이 문서에서 ‘ㅇ’이 몇 번 쓰였는지를 세보면 리포그램이 어느 정도 어려운 언어유희인지 대충 느낄 수 있을 터. 모음을 빼고 쓰는 것도 좋은 시도이고. 실제로 보통 리포그램에서는 모음을 빼는 쪽이 더 선호됨.

위에서도 설명했듯, 언어 내에서 적은 빈도수를 보이는 글씨를 빼면 리포그램으로서의 의미도 별로 없어서 결국 높은 빈도수의 글씨를 빼서 리포그램을 해보게 되는데,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글씨는 없어질 경우 대부분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매우 치명적인 문법의 제약이 생기게 됨[3]. 또 글씨의 제약이 곧 어휘의 제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리포그램의 어려움을 높이는 요소임. 예를 들어 불어에서 제일 빈번히 쓰이는 e의 출현빈도는 약 16.7%#인데 실제로 e 없이 구성된 불어 어휘의 수는 전체의 20%도 못 넘김#. 즉, 열 개의 어휘로 구성된 리포그램문을 지을 경우 그 중 여덟 개는 e 없는 어휘로 고쳐 쓰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를 미치도록 굴리는 게 싫으면 그냥 포기를 해야 되는 것이 이 리포그램임. 그리고 글을 쓰는데 이런 어려운 제약이 있는데도 글을 읽는 이들이 구성된 글에서 껄끄러움을 못 느낄 정도면 제대로 된 리포그램으로 일컬을 수 있겠음.

3. 서러운 취급

글쓴이의 처지에서 보면 뇌세포들이 신속히 줄어드는 느낌을 주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임에도, 리포그램은 여느 언어유희에 비해 비교적 무시되는 경향이 짙은데, 그 이유로는 크게 세 종류를 댈 수 있음.

먼저, 리포그램이 의미를 지니려면 글이 충분히 길어야 되기 때문에[4] 리포그램이 적용되어 있는 글은 최소 1패러그래프 혹은 1페이지, 능력이 충분히 되면 수백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지님. 그래서 리포그램문(文)은 거의 대부분 소설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곧 글을 쓸 때 어휘의 제약은 물론 소설의 문예성(文藝性)도 더불어 고려해야 되는 것. 애써 리포그램을 적용시켰는데 소설의 내용이 터무니없게 재미없으면 언어유희고 뭐고 그냥 혹평 세례를 뒤집어쓸 수 있음(...). 심지어 글쓴이의 어휘력이 별로이면, 리포그램을 위해 도중에 문맥에 어울리는 어휘를 못 떠올려내고 억지스러운 어휘로 대체해버려서 소설을 읽는 이들의 이해도를 저 끝으로 떨어뜨리는 뭥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으며, 결국 이런 소설이 지니는 문예적 의의는 0에 근접해짐.

역으로, 어찌어찌 노력을 기울이고 필력을 키워서 양질의 리포그램 소설을 썼는데, 리포그램의 임팩트 때문에 오히려 소설의 내용이 묻히는 경우도 있음. 현재 소설 ‘개즈비’의 지명도는 ‘e 없이 쓰인 꽤 긴 분량의 소설’ 정도이고, 소설을 읽어본 이 또는 줄거리에 대해 지식이 있는 이는 전혀 없는 것처럼. 이는 글쓴이에게 있어서도 매우 서러운 시추에이션일 것. 소설을 썼는데 왜 읽지를 못해

세 번째로, ‘리포그램’으로 불리는 이 제약된 글쓰기는 비현재성(非顯在性)이 매우 짙은, 즉 (짙은 농도의 공기처럼 ?) 그 존재를 느끼기 매우 어려운 언어유희이기 때문에, 글쓴이의 언급이 있기 전에는 글이 리포그램임을 못 눈치채는 일이 빈번히 있음. 여보게저기저게보여, She sells seashells on the seashore, 싈싈싈싈싈싈싈싈싈싈싈싈싈(...) 등의 언어유희는 그 특징이 비교적 두드러지는 것에 비해 리포그램은 애초에 특정 요소의 ‘결핍’이 특성이니, 즉시 눈치를 채는 쪽이 천재일지도.[5]

그래서 결론적으로 리포그램은
  • 글의 내용이 별로여서 무시되든
  • 글의 내용을 읽으려는 시도들이 없어서 무시되든
  • 글이 리포그램임을 눈치 못 채서 무시되든
이리 해도 저리 해도 어쨌든 무시되는 그런 애처로운 취급을 무릅쓰고 있음. 영원히 고통을 겪는 리포그램

4. 리포그램의 예시

  • 위에서도 언급된 어니스트(Ernest Vincent Wright)의 ‘개즈비’(Gadsby). 두 번째 세계대전의 개시점이 된 에 공개됨.

  • 밑의 내용은 중국어 위키에 제시된 e 없이 쓴 예시문.

    This is an unusual paragraph. I'm curious how quickly you can find out what is so unusual about it? It looks so plain you would think nothing was wrong with it! In fact, nothing is wrong with it! It is unusual though. Study it, and think about it, but you still may not find anything odd. But if you work at it a bit, you might find out! Try to do so without any coaching!
    이 글은 평범에서 꽤 동떨어져 있는 글이에요. 여러분은 이 글의 특이성을 어느 정도로 신속히 눈치챌 수 있는지요? 얼핏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전혀 그릇된 점이 없어 보이지요. 실은 이 글에서 그릇된 점은 없어요. 비록 이 글이 특이 케이스이긴 해도요. 연구, 고민을 거듭해도 여러분은 여전히 모를 거예요. 그래도 조금 더 깊이 고민해보면 깨우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힌트 없이 눈치채보세요!


  • 스펀지에서 언급된 소설은 ‘개즈비’뿐이어서 보통 리포그램 소설로는 개즈비를 떠올리는데, 실은 대표적인 리포그램 소설을 꼽으면 ‘실종’을 빼놓을 수 없음. 1969년에 처음 공개된 조르주 페레크(Georges Perec)의 불어 소설 ‘실종’(La Disparition)은 ‘개즈비’의 약 1.6배의 분량으로, 역시 모음 ‘e’없이 쓰여 있음. 심지어 이 소설은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일본어, 터키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번역된 버전도 전부 리포그램이 적용되어 있음.(...) 예를 들어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터키어는 모음 e 없이 쓰이고, 스페인어는 모음 a 없이, 일본어는 모음 i 없이 번역됨. 어떤 의미로 초월번역?
    밑에 있는 내용은 프롤로그의 맨 첫 부분.

불어 영어
Trois cardinaux, un rabbin, un amiral francmaçon, un trio d'insignifiants politicards soumis au bon plaisir d'un trust anglo-saxon, ont fait savoir à la population par radio, puis par placards, qu'on risquait la mort par inanition. On crut d'abord à un faux bruit. Il s'agissait, disait-on, d'intoxication. Mais l'opinion suivit. Chacun s'arma d'un fort gourdin. "Nous voulons du pain", criait la population, conspuant patrons, nantis, pouvoirs publics. Ça complotait, ça conspirait partout. Un flic n'osait plus sortir la nuit.Today, by radio, and also on giant holdings, a rabbi, an admiral notorious for his links to Mansory, a trio of cardinals, a trio, too, of insignificant politicians (bought and paid for by a rich and corrupt Anglo-Canadian banking corporation), inform us all of how our country now risks dying starvation. A rumour or possibly a hoax. Propaganda, I murmur anxiously - as though, just by saying so, I might allay my doubts - typical politicians' propaganda. But public opinion gradually absorbs it as a fact. Individuals start strutting around with stout clubs. "Food, glorious good!" is a common cry(occasionally sung to Bart's music), with ordinary hard-working folk harassing officials,both local and national, and cursing capitalists and captains of industry. Cops shrink from going out on night shift.
일어 국어
三方の高僧、ユダヤ僧、メーソンの軍官、アングロサクソン・トラストの操る無能な高官などが、かわるがわる放送や公告を使って、飢えのおそれがあると訴えた。誰もデマだと思った。プロパガンダだとも噂された。だが、本当のことが分かってくると、誰もが堅固な棍棒を構えた。「パンをよこせ」と叫んで、雇用側、富裕層、官憲を罵倒する。ほうぼうで策が弄され、奸詐がめぐらされた。官憲ですら夜間のパトロールを避けるのだった。추기경 세 명, 스승으로 불리는 유대인, 프리메이슨 해군, 영국계 기업에게 매수된 더러운 정치인 세 명이 대중매체를 통해, 혹은 벽보를 통해, 우리들이 근시일에 극성스러운 기근에 허덕일지도 모름을 우리에게 호소해요. 처음엔 그저 유언비어로, 또는 그저그런 높으신 분들의 선전일 것으로 믿었어요. 그런데 여론은 결국 그 호소를 진실로 인정했어요. "우리에게 먹을 것을!" 모두들 곤봉을 들고 이런 구호를 외치며, 고용주, 부유층, 그리고 공무원들을 향해 욕했어요. 이곳저곳에서는 음모를 꾸미는 소리들이 들렸고, 두려움에 떠는 순경들은 태양이 진 후의 외출은 엄두도 못 냈죠.

덧붙여 이 소설 내에는 리포그램에 얽힌 직접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데[6], 그 덕분에 실제로 처음에 이 책이 공개될 때는 소설을 읽을 때 e의 부재를 못 눈치챈 이들이 여러 있었음. 심지어 그 중에는 소설 비평이 직업인 이들도 있어서, 리포그램을 못 눈치 챈 채로 소설에 대해 헐뜯은 이들은 빅을 제대로 먹음.

  • 스페인 출신 글쓴이 엔리케(Enrique Jardiel Poncela)는 1926년에서 1927년에 걸쳐 세 권의 소설을 펴내고 또 두 권의 소설을 펴냈는데, 읽어보면 모음 ‘a’, ‘e’, ‘i’, ‘o’, ‘u’ 없이 쓴 소설들임. 예를 들어 소설들 중 ‘새 운전수’(El Chófer Nuevo)는 모음 ‘a’ 없이 쓴 소설.

  • 일본 출신 글쓴이 츠츠이(筒井康隆)의 소설 ‘어른거리는 그 모습에 립스틱을’(残像に口紅を)은 총 6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를 넘길수록 일본어의 음절 중 어떤 것이 없어지고, 그 음절이 있었던 물체, 혹은 인물도 없어지는 내용. 예를 들어 ‘ぬ’를 없애면 그 음절이 있는 ‘いぬ’(개)도 없어지는 것. 그래서 이야기 흐름이 전개될수록 식구도 없어지고 동네도 무너지고, 결국 끝에는 모든 것이 그 존재를 잃어버리게 됨. 밑에 있는 내용은 50번째 챕터의 전문.[7] 점점 어려운 어휘들이 출현, 그 동시에 글의 구성도 조금씩 일그러짐을 볼 수 있음.

     勝夫の手が板を叩いた。板が言った。「入れ、入れ」誰かがいたっていいか。勝夫の、誰かに仮定の言い逃れの算段。板囲いを伝いつつの低回。「誰か」だって。いないさ。いないいない。
     いいさ。勝手に入れ入れ。敢行だ。ついに勝夫が犯意を抱いた。だが、さてさて、囲いのこの高さ。打開の手だては。眈眈。勝夫の偵察。
     おお。板囲いの高い一端には鉄管が。かの鉄管に手がかかって際には犯行が可能なのだがな。さて、かの高さに最短の手だては如何に。
    勝夫(かつお: 주인공의 이름)의 손이 목재로 된 임시 벽을 두드렸는데, 벽이 이르길, "들어오게, 들어오게." 여기에 누구를 들여도 되는 건지. 勝夫의, 혹시의 경우에 누구에게의 변명을 위해 궁리. 벽으로 된 경계를 좇으면서 고민. ‘누구’? 그런 건 없을 테야. 없어 없어.
    그래, 멋대로 들어서지. 해버리는 거야. 결국 범의를 품은 그. 그런데 넘기에는 높은 이 벽, 해결책은 무엇인고. 묵묵히 수색.
    오오. 벽의 높은 끝 부분에 쇠대롱이 있군. 저 대롱에 손을 뻗을 수 있으면 범행을 이룰 수 있을 듯 싶은데. 그러면, 저 높이에 대해 제일 손쉬운 해결책은 무엇인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런데 이 소설의 음(音)분포 분석에 대해 쓴 어느 논문에서, 이전 챕터에서 이미 없어졌을 터인 음이 또 쓰인 곳이 소설 1부에서 3군데, 2부에서 2군데 있음을 들추어 냈음.(...) 눈물...

  • 니시오 이신헤이세이 26년 1월에 리포그램 소설 ‘리포그래!’(りぽぐら!)를 냈는데, 일본 내에서는 ‘이건 뭐 연습지를 책으로 펴낸 거냐?’ 등의 평이 있을 정도로 니시오 이신의 소설들 중에서는 평점이 별로임. 위에서 언급된 츠츠이 선생께서 쓰신 리포그램 소설이 너무 큰 임팩트를 주었던 것도 있고, 읽는 이들이 동일 내용을 5회 읽어야 되게끔 소설이 구성된 것이 제일 큰 문제점이었는 듯.

  • 의외로 중국에서도 리포그램 소설이 시도된 적이 있는데, 정용(程庸)이 쓴 ‘도요미인’(官窑美人)은 현대 중국어에서 제일 빈번히 쓰이는 ‘的’('표적 적') 을 빼고 쓴 원고지 1500 매 분량의 소설임. 중국어에서 的을 빼면 소유격('~의') 표현, 수식어('~은', '~ㄴ') 표현을 쓸 수 없게 됨.

    太阳像一件新瓷器,明晃晃地把老街照得鳞光闪闪。
     李茗沁靠着窗台,穿一件中装灰色棉布睡衣,衔着蜜蜡烟嘴,手持黄杨木梳子,很有耐心地把头发往后边拢去。一边吐烟,一边懒懒地眺望窗外。白墙黑瓦,房屋趔趔趄趄,其间一排排树木泛着金色,冷冷地,静静地,像一幅油画,又像一帧泼墨大写意,黑白两色,浓淡组合,云气渐渐地化开。
     像往常一样,李茗沁早晨起来习惯靠在阳台上,抽一支烟。烟头烧到烟尾,再回到屋内,靠在床头,读闲书。他最近常翻看《红楼梦》。儿女情长他没有多少兴趣,注意点只在家庭摆设。······林黛玉来到荣国府那段文字,他几乎能背出来。林黛玉进入正内室,见到上有赤金九龙青地大匾,下有大紫檀雕螭案,案上搁着三尺多高青绿古铜鼎,一边是錾金彝,一边是玻璃盆,周围两溜十六张楠木圈椅。正内室东边三间耳房内,两边设一对梅花式洋漆小几,左边几上摆着文王鼎,鼎旁匙箸香盒,右边几上摆着汝窑美人觚······。每当读到这些文字,他都要羡慕,汝窑是北宋官窑,要是拍卖,起码一个亿,顶级文物竟然用来插花,这种境界大约就是物我两忘了。插花者自然知道汝窑贵重,却不像通常收藏家那样,对之敬若神明,这表明,拥有者已经超然物外,见出再贵重之物,最终要役于人,而不是人役于物。不过,到了这种境界,大约人也进入了某种虚无状态。李茗沁虽然欣赏这种状态,但这境界可望不可及,非常人所能为。

    눈부신 새 질그릇처럼, 거리를 눈부시게 비추는 태양.
    리밍친(李茗沁)은 윈도에 기대어, 솜으로 된 중국식 회색 침의(寢衣)를 입고, 입에는 궐련을 물고, 손에는 회양목 빗을 들어 지긋이 머리를 뒤로 빗으리. 연기를 내뿜으며 느긋이 거리를 보니, 그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흰색 벽 검은색 지붕의 집들이 늘어져 있고, 틈틈이 수목이 금빛을 띄며 줄줄이 서 있고, 냉연히, 정숙히, 유채그림처럼, 혹은 수묵그림처럼, 흑백이 어우러져 구름이 점점 천공에 풀어지는, 그런 풍경들.
    새벽에 깨어 노대(露臺)에 기대어 궐련을 피고, 권련을 전부 태우면 또 실내로 향해 침대에 누워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것이 그의 버릇이니, 리밍친이 요즘 훑어보는 책의 이름은 '홍루몽'. 헌데 소설의 속 인물들의 애정놀음에 흥미를 보이는 대신 그는 오히려 오로지 배경에 어떤 진열품들이 있는지에 집중을 기울이고... 임대옥(林黛玉)이 영국부(荣国府)에 오는 대목을 그는 거의 전부 외울 수 있으리. "임대옥이 내실(內室)로 들어오면, 위에는 구리로 된 용들이 그려진 청색 배경의 편액, 밑에는 로즈우드를 새긴 테이블, 테이블 위에는 세 척 높이의 청록색 구리솥, 솥의 양 옆에는 금을 입힌 그릇 그리고 유리로 된 그릇, 주위에는 두 줄로 늘어진 목재 접이식 교의(交椅) 16개를 볼 수 있고, 내실 동쪽의 익실(翼室)에는, 니스칠이 된 꽃모양의 미니 테이블 두 개, 그 중 왼쪽 테이블 위에는 미니 솥, 수저, 향을 넣는 통이 올려져 있고, 오른쪽 테이블 위에는 여요(汝窯) 미인고(美人觚)[8]를 볼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매번 부러움을 느끼는 리밍친. '여요'는 북송(北宋) 시대에 궁정용 도기들을 굽기 위해 지은 도요(陶窯)로서, 여기서 구워낸 도기들을 경매에 붙이면 최소 1억 위엔은 되겠지. 이런 최고급 문물을 의외로 겨우 꽃꽂이의 용도로 썼는데, 이런 경지는 혼연일체의 경지일지니. 꽃을 꽂은 이도 물론 여요의 보배로움을 인지했을지언정, 여느 수집인들처럼 그것에 대해 신처럼 모시는 행위는 볼 수 없었으니, 이는 이 병의 주인이, 이미 세속적인 것에 초연했음을, 또 보배로운 물건도 결국에는 인(人)에게 쓰여야지 인(人)이 물건에게 휘둘리는 것은 그릇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리. 이런 경지에 이르면 대개는 허무주의에 들게 될 터이지. 리밍친은 이를 느끼고 싶어도, 이런 경지는 인식은 쉬워도 실제로 이르는 것은 어려워서, 범인(凡人)은 능히 해낼 수 없는 것이니.


  • 어느 유튜버는 E를 모두 뺀 채로 랩을 시연. 랩에서 리포그램의 적용은 플로우 등을 고려해야 제대로 쓰일텐데(...)


  • 문체에 대해 글을 쓸 때 그 문체로 쓰는 백괴전서의 불문율이 적용되어, Uncyclopedia (미국 버전 백괴)의 Lipogram 문서는 리포그램 형식으로 e 없이 쓰였음. 스페인어 버전일본어 버전에서도. 애초에 리포그램은 문체로 보기도 어려운데 왜 적용시킨겨



내용 누설 주의! 이 틀 밑에 있는 내용 중에는 본 문서의 핵심을 건드리는 부분이 일부 있으니, 본 문서의 내용 누설을 꺼리시면 이 틀 밑에 있는 부분은 읽는 대신 그냥 넘기세요.
음?


  • 그리고 지금 이 문서도 역시, 국어의 기본모음 열 개 중에서 맨 처음에 오는 모음 없이 서술되었음. 어떤 모음이 없는지 뒤져보는데 눈이 시큰거려 꽤 고생했음(...) 여태 눈치 못 챘으면 대성공![9][10] 거기에 이 모음은 우리 국어에 있는 21개의 모음 중에서 제일 빈번히 쓰이기 때문에 영어의 ‘e’에 비교되는 모음으로 볼 수 있겠음. 뭐야 그거 무서워 이 모음을 쓸 수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제약을 꼽으면:

    • 문어체를 쓸 수 없음. 문어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평서형 종결 어미에 이 문서에서 빼 버린 그 모음이 들어 있음. → 어투를 고쳐서 해결. 덕분에 이 문서는 전체적으로 어느 구덩이에 주거 중인 생물어투처럼 됨.
    • 부정문(否定文)을 쓰기 어려워짐. → ‘못’ 부정문, ‘~ 수 없~’ 구문을 써서 해결.
    • 위에 더해서, 역접 등위접속어(영어의 but)를 쓰기 어려움. 국어에서 역접 등위접속에 쓰는 대표적인 어휘들은 모조리 그 모음을 씀. → ‘그런데’, ‘그래도’로 대체해서 해결.
    • 용언, 그 중에서도 어근접미어로 구분되는 용언을 쓰기 어려워짐. 이 때 접미어는 영어의 ‘do’에 대응되는 어휘를 일컬음. → 피동표현을 쓰든지[11] 접미어를 생략해서 해결[12].

  • 등이 있음.

    여기서 범위를 더 넓혀서 이중모음 중에 ㅗ에 배제된 모음이 붙은 이중모음[13]도 비교적 오래된 버전에서는 허용되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그 이중모음이 들어있던 어휘들이 전부 교체되어서 현재는 쓸 수 없게 되었음. 그로 인해, 이 문서의 내용 전체를 국/영 키를 1회 누른 후 옮긴 뒤 Ctrl+F로 k를 검색해보면 영어 어휘 이외에는 k를 전혀 볼 수 없을 것임. 물론 ㅐ 내지 ㅙ·ㅑ·ㅒ 역시 엄밀히 물으면 이 문서에서 쓸 수 없는 모음이 들어 있으니 쓸 수 없어야 되는데, 여기서는 쓰임.[14] 그도 그럴 것이 ㅐ를 쓸 수 없으면 이 문서의 제목도 못 쓰게 되니... 리포그? 그 외에 이 문서에는 글씨, 지금 이 글에 쓰인 언어, 츠츠이 등 원래 이름대로 쓸 수 없어서 링크로 대체된 어휘들이 꽤 있는데, 링크는 커서를 올릴 시 혹은 수정시 이외에는 볼 수 없으니 본문에는 문제 없음.

4.1. 유니보컬릭

리포그램에서 더 진보된 버전으로 Univocalic도 있음. 국어로 옮기면 일모음문(一母音文)인데, 밑의 예문을 보면 수긍이 될 듯. 모음 중 ‘O’ 이외의 것을 배제시킨 예문임. 왠지 번역문도 Univocalic을 적용해야 되는 분위기인데 그런 능력이 내게 있을 리 없지

No cool monsoons blow soft on Oxford dons, Orthodox, jog-trot, book-worm Solomons.
옥스포드의 교수들에게 부드럽게 부는 시원스런 몬순(계절풍)은 없네, 보수적이며 터벅터벅 걷는 책벌레 솔로몬들이여.


les_revententes.jpg
[JPG image (472.46 KB)]

리포그램의 예에서 언급된 조르주 페레크는 소설 ‘La Disparition’을 쓸 때 e를 못 쓴 것이 무척 억울했는지, 이후에 별도로 펴낸 소설 ‘Les Revenentes’에서는 e로 도배를 해놓음. 원래 옳은 표기는 ‘Les Revenantes’인데 e를 뺀 모음이 없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제목을 저렇게 지은 듯.

리포그램의 예시로 들은 유튜버도 버려뒀던 E로 이루어진 랩을 보여줌. 룡개형 보고 있지? 외쳐! EE!

밑의 내용은 국문으로 지은 일모음문의 예.

지지리 미친 치킨이 끼리끼리 이미 식힌 김치지지미 미리 시킬 기미임 낄낄낄 잉? 진심 지림

소울컴퍼니의 노래 중에서도 거의 유니보컬릭 수준의 리포그램문이 들어 있는 곡이 있음. 밑에 있는 노랫글에 이 문서에서 쓰일 수 없는 모음을 적절히 넣으시길(...) 읽기 힘들면 위 비디오에서 제리케이의 부분[15]을 보면 됨.

ㅈᄆᅠᆫ고 ᄎᅠᆨᄀᅠᆨᄆᅠᆫ ㄸㄹㄱㄷㄱ ㅌᄅᅠᆨᄒᅠᆫ ㄱㅉ야 ᄎᅠᆨᄌᅠᆸᄒᅠᆫ ᄑᅠᆫᄃᅠᆫ고 ᄇᅠᆯᄋᅠᆨ ᄎᅠᆷ ᄀᅠᇀᄌᅠᆭㄷ ᄇᅠᆨᄎᅠᆯ ㄱㅎㅈㅁㅈ ᄌᅠᆼᄋᅠᆨᄒᅠᆫ ᄂᅠᆽ고 ᄇᅠᆷ ᄌᅠᆼ고 ᄆᅠᆨㅁㄷ ᄎᅠᆫᄅᅠᆫᄒᅠᆫ ᄂᅠᆯ ㄸㄹ ᄎᅠᆫ양ㅎㄹ


5. 이야깃거리

  • 이미 언급했듯, 이 문서에는 본 위키불문율에 의해 리포그램이 적용되어 있으니, 이 글에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고 싶으면 리포그램을 염두에 두고 고쳐주길. 두뇌풀회전 요구 싫으면 그 키를 키보드에서 제거 후 고쳐 쓰는 묘책이 있음. 그냥 대충 써도 후일 위키를 떠도는 위키니트들이 적절히 고쳐줄지도?

  • 처음 이 글이 등록되었을 때는, 실수로 쓸 수 없는 모음이 쓰인 곳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그걸 또 눈치챈 위키러들 덕분에 현재는 고쳐짐. 음소는 Ctrl+F로 걸러낼 수도 없는 것을 떠올리면 이렇게 된 것부터 좀 무서움.[16][17] 실제로 이 문서에 내용이 계속 더해지면서 종종 쓸 수 없는 모음이 쓰인 부분이 새로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본인이 잉여로우면 매의 눈으로 훑어볼 것. 혹시 문서를 보는 도중에 쓸 수 없는 모음이 보이는데 스스로는 못 고치겠으면 그 부분을 붉은 글씨로 표시해주길.

  • 이 문서의 끝에 있는 본 위키의 면책조목 및 CCL 명시도 역시 리포그램으로 서술되었음.(...) 근데 운영진에 의해 내용이 종종 변경되는 점도 있고, 법적 엄밀성이 필요조건이므로 솔직히 좀 무리수 정도껏 해 미친놈들

  • 영어, 불어 등의 외국어로 된 어휘·글을 제외해서 센 이 문서의 어절 수는 약 2500 어절. 즉 ‘개즈비’를 쓴 글쓴이는 이 문서의 스무 배, ‘실종’을 쓴 글쓴이는 서른 배를 e 없이 쓴 셈임. 님들... 혹시 매조히스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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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리포그램 이외의 제약된 글쓰기에는 어구전철, 팬그램, 회문, 운율, 동음문(同音文) 등이 속해 있음.
  • [2] 출현빈도 통계
  • [3] 위의 예처럼 e를 뺀 채로 쓰면 복수형 등 여러 형태의 구성이 매우 어려워짐.
  • [4] e 없는 어휘들 몇 개 배열해놓고 "여러분, ‘I am happy’는 e 없이 쓰인 글이에요. 저 좀 천재인 듯" 이럴 수는 없으니...
  • [5] 경험적으로도, 여럿이 모인 어떤 모임이 있으면 모임에 온 이들이 누구인지 세는 것에 비해 지금 여기에 없는 이들이 누구인지 세는 것이 더 어려울 것.
  • [6] 실은 은연중에 e의 소멸을 드러내는 곳이 소설의 군데군데에 있음. 그 첫 번째 예로, 소설의 서두에서 실종되는 주인공 Anton Voyl의 이름은 voyelle atone(무액센트 모음, 즉 불어의 ‘e’.)을 교묘히 비튼 것.
  • [7] 이 시점에서 쓸 수 있는 음절은 い, う, お, か, が, こ, さ, た, だ, つ, て, な, に, の, は, れ, わ, を, 그리고 ん.
  • [8] 술병의 일종. 전체적인 모양이 호리호리해서 미인처럼 생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듯.
  • [9] 눈치 좋은 위키니트들은 위에 내용 누설 틀에서도 그 모음이 없음을 눈치챌 수 있음. 외국어를 읽을 수 있는 위키니트는 위 번역문들이 꽤 의역되었음을 느꼈을 텐데, 번역된 글도 리포그램이기 때문.
  • [10] 실제로도 이전에 리포그램임을 모르고 이 문서를 쭉 읽었던 몇몇 위키니트들이 이 문서를 문어체로 수정했던 적이 몇 번 있음
  • [11] 예: 대응ㅎ는 → 대응되는
  • [12] 예: 해결ㅎ → 해결
  • [13] ㅐ ㅒ ㅔ ㅖ ? ㅙ ㅚ ㅝ ㅞ ㅟ ㅢ
  • [14] 실은 ㅐ 모음은 중세 국어에선 이 문서에서 못 쓰는 모음을 먼저 내고 그 뒤에 곧 ㅣ 소리를 내는 겹모음이었는데 모음추이로 인해 현대 국어에선 별개의 홑모음으로 변했음.
  • [15] 0분 20초 ~ 0분 50초
  • [16] 위에서 제시되었듯 본문 전체를 국/영 키를 1회 누른 후 옮긴 뒤 Ctrl+F로 k를 검색해보는 꼼수를 쓰면 될지도 모름. 그런데 그럴 때 틀리게 입력되는 어휘 없이 옮기기 어려움을 염두에 두면...
  • [17] 글씨의 음소를 분소시키는 묘수는 있음. 실제 본 위키의 모 문서에 적용된 훼손이 그런 묘수 없이는 될 리 없는 훼손임. 글씨의 음소를 분소시키는 묘수 없이도 그 모음을 걸러낼 수 있는 해법도 있는데, 큰/글(...) 2010의 '검색' 기능에는 '음소 레벨 검색'(명칭이 조금 변형됐으니 양해를) 옵션이 있고, 쓰리윙즈(...) 입력기에 있는 쓰리윙즈 편집기의 '검색' 기능에도 '국문 음소 레벨로'(이것도 명칭이 조금 변형됐으니 양해를) 옵션이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해보면 걸러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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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15-04-07 00: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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