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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꼬치

last modified: 2014-04-29 21:56:00 by Contributors

비둘기의 성기

도처에서 팔려나가는 닭꼬치의 재료가 실은 비둘기라는 도시전설.

1990년대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에 서식하는 비둘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누군가 비둘기를 잡아다 식재료로 쓴다'는 식의 이상한 소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숫자만 무식하게 많고 생태계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 잉여생물인 비둘기를 이런 식으로 알뜰하게 활용한다는 것.

이 소문에 살이 붙고 붙어 마침내 '닭으로 오인하게끔 비둘기의 살만 발라서 꼬치로 판다'는 도시전설이 완성되었다. 닭둘기로 불릴 만큼 살이 투실투실하게 쪄서 꽤나 근수(…)가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1998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순살치킨. 가 있는 것과 비교해도 양은 많고 가격은 저렴하기에 아무래도 닭 같지는 않다(…)는 의심이 비둘기 고기로 순살치킨을 만든다는 의혹을 제기하게끔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걸 진짜처럼 믿는 사람들이 늘면서, '요즘 한강에서 비둘기가 확 줄었는데 혹시…?' '요즘 중국산 비둘기 고기가 납품되고 있다는데 혹시…?'같은 의혹이 확산되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진짜로 비둘기를 꼬치로 판다[1]. 2007년엔 이 제보를 받은 불만제로에서 진짜로 조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힘들여 비둘기를 잡아서 가공하는 것보다 그냥 닭고기를 사오는 게 훨씬 싸게 먹힐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닭꼬치 등에서 사용되는 닭은 단가가 싸게 먹히는 수입산으로 주로 동남아, 특히 태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여러 포털에서 당장 닭꼬치와 비둘기를 키워드로 함께 검색하면 이 도시전설이 얼마나 진지하게 확산 중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진지한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나사 빠진 분위기의 시트콤인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는 주인공 일가가 닭고기 장사를 하는데 그 재료를 도시의 비둘기를 잡아 공급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2000년의 꽃게, 2004년의 쓰레기 만두, 2008년의 라민 분유 파동에서 보이듯 이윤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버리는 일부 판매자들의 몰지각한 마인드와 생산 공정에 무지한 소비자의 의구심이 합작하여 빚어낸, 씁쓸한 도시전설.

비슷한 루머로 참새구이비둘기로 만든다는 것도 있는데, 이는 수컷이라 처분된 병아리메추라기를 쓰는 것이다. 아니면 중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참새이거나. 참새:뭐? 임마? [2]

여담으로 그리스, 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선 비둘기 고기를 즐긴다. 물론 도시의 닭둘기 같은 걸 잡는 건 아니고, 제대로 된 사육장에서 잘 키운 것들. 시리아에선 비둘기 고기가 정력제로 취급받을 정도라고 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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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그런데 사실, 닭보다 비둘기가 더 비싸서 수지가 안 맞는다.
  • [2] 물론 참새고기 자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 내려오던 간식이다. 다만 요즘은 참새가 너무 귀해져서 국내산으로 장사하면 수지가 맞지 않을 뿐.
  • [3] 우리나라에서도 산비둘기는 정력제로 생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혼자 먹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욕먹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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