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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 검술

Saber Exersice

유럽의 군용검 세이버를 사용한 검술.


Contents

1. 개요
2. 세이버의 구조
3. 세이버 지상검술
3.1. 스텝(Step)
3.2. 자세(Guard)
3.3. 공격과 방어(Engaging&parry)
3.3.1. 베기와 물리네(Cut&Moulinet)
3.3.2. 찌르기(Thrust)
3.3.3. 방어(Parry)
3.4. 개념과 기술
3.5. 훈련방법(Training TIP)
4. 19세기 후반의 변화
4.1. 검술적 변화의 세부
5. 세이버 검술의 위치와 문제점
6. 20세기 최후의 세이버 실전검술
7. 현대의 세이버 검술
8. 검술서
9. 관련 항목


1. 개요


휘어진 기병용 마상도검인 세이버(Sabre)의 기원은 9세기경 오스트리아 동부를 침공한 기마민족 마자르인에게서 기원하며, 이들이 정착해서 세운 나라인 헝가리에서 이것을 사용하는 검술도 등장하였다. 그러나 연구의 부족으로 16세기 이전의 검술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16세기의 여러 검술문서에서는 동유럽, 아랍인, 투르크인들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휘어진 칼과 버클러를 함께 사용하는 삽화가 있으며 상대의 손목 안쪽을 베어내는 기술을 묘사하고 있다.

17세기에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 헝가리 검술과 세이버의 이전 타입인 사블라(Szabla)가 많이 퍼져있었다. 서유럽에서도 이 세이버와 관련 검술은 접했으나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로, 중기병이 몰락하고 기병의 기동전술이 더욱 중시된 시대에 해당한다. 이때에는 유럽에서도 한손으로 사용하는 기병도검이 사용되었으며 브로드소드(Broadsword)라고 불렸다. 이것을 사용하는 브로드소드 검술(Broadsword Exercise)이 이미 독자적으로 존재했으며 서유럽식의 검술 이론과 헝가리 검술이 결합하여 융합되면서 18세기부터는 동서유럽을 불문하고 대동소이한 검술 시스템이 정립된다. 이 검술은 세이버-브로드소드 둘다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고 군대용으로써 배우기 쉽게 만들어진 점이 특징이었다. 이것이 흔히 세이버 검술(Saber Exercise)라 부르는 종류이다. 중세 한손 검술에 비하면 많이 퇴보했다.

기병을 위한 마상검술과 보병장교 및 부사관, 말에서 내린 기병들을 위한 지상검술이 따로 존재했으며 기병들도 가능한 한 지상검술을 먼저 배우고 마상검술을 배우도록 가르쳤다. 당시에는 세이버 검술은 군인들, 에페 검술은 민간인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민간 결투용으로 스몰소드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민간 펜싱스쿨에서도 활발하게 교습되었다. 이이 18세기부터 기병전투를 제외하면 칼끼리의 접전은 흔치 않았으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검술은 이런 펜싱스쿨의 마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매일 대련을 하기 때문이다. 존 가스파드 마르챤트처럼 군 장성이 검술을 정립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영국의 안젤로 가문처럼 민간 검술가들이 높은 수준의 경험과 시스템을 가지고 군대 검술의 제정과 개량의 참여하는 경우도 잦았다. 군인 세이버 검객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휴턴도 군경력은 용기병 대위까지만 복무했고 실제로는 펜싱스쿨에서 오랫동안 배운 경우였다.

19세기 중반부터 기병의 도검전투도 점점 줄어들면서 민간검술계의 피드백이 점점 심해지고, 에페 검술의 이론과 도장 결투용으로 변형된 이탈리안 펜싱의 영향이 점점 커진다. 세이버도 점점 경량화되어 이른바 근대 세이버 검술이라 부르는 종류는 현대 스포츠 펜싱의 사브르 검리와 공통점이 많다. 군용의 고전 세이버 검술과는 검리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알프레드 휴턴의 콜드 스틸이다. 1차 대전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군대가 세이버를 폐지하고 스포츠 펜싱의 종목으로만 남았다.

2. 세이버의 구조

  • 포르테&포이블(Forte&Foible) - 칼날을 절반으로 나누어 손잡이에 가까운 쪽을 포르테, 칼끝 방향을 포이블이라고 부른다. 포르테는 손잡이에 가까운 만큼 버티는 힘이 강하므로 상대의 칼을 받아내거나 밀어낼 때 이 부분을 쓴다. 방어와 힘싸움의 중추이므로 이 부분은 보통 칼날을 세우지 않는다. 포이블은 칼끝에 가까운 만큼 휘두를 때 원심력이 집중되는 부분이며, 실제로 상대를 찌르고 베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칼날을 날카롭게 세운다. 손잡이에서 먼 만큼 힘싸움에서는 불리하지만, 상대가 밀어붙일 때 이 부분을 갖다댐으로써 부드럽게 흘리고 반격하는 방법도 있다.

  • 힐트&가드(Hilt&Guard) - 힐트는 손잡이와 가드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지칭한다. 가드는 손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으로 고전에는 크로스가드(Crossguard)가 붙어있기도 했지만 18세기 이후로는 가드가 손잡이와 이어진 클로즈드 가드(Closed guard)가 대세가 되었고, 보다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가드가 있다. 19세기 후반의 근대 세이버는 커다란 바스켓힐트를 가진 것도 있다. 가드는 상대의 칼을 받아내기 위한 부분이 아니며 방어는 반드시 포르테로 한다. 가드는 칼이 미끄러지거나 기타 다른 사고에서 손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일 뿐이다. 칼이 맞닿은 바인딩 상황에서 가드를 밀어붙여 상대의 검을 차단하는 기법도 존재한다.

  • 펄스 엣지(False Edge) - 크고 무거운 고전 세이버 시절에는 검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 비교적 가볍고 칼끝이 빨라진 근대 세이버에 들어서는 이 부분을 이용해 기습적인 손목 공격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

3. 세이버 지상검술

세이버 지상검술은 브로드소드 검술과 동유럽 검술이 조합되어 탄생하였으나, 그 형태상 서유럽적 요소가 좀 더 강하다. 근본검리는 17세기 이후의 서양검술 경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현대 스포츠 펜싱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한 90도각도의 발딛음, 직선적인 스텝, 몸을 옆으로 틀어 피탄면적을 최소화하고 간격을 최대한 얻고자 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브로드소드 검술에서 하이랜더들이 사용한 올드 스타일(Old style)에서 보이던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스텝이나 움직임에 비해 어느 정도 제한되고 경직된 형태를 보이는데[1] 18세기를 거치면서 군용검술화가 진척되면서 개인무술적인 측면보다는 빨리 교육할 수 있고 근본검리와 기본적인 내용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경향이 중시되었기 때문이다.

18세기부터는 세이버 검술이 군용검술로서 정립되어 유럽 어느 나라에서 교육하는 것이라도 작은 차이 이외에는[2]대동소이한 형태가 되었으며, 이때 이후로 세이버 검술이 군대에서 폐지되는 20세기 초까지 검리의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3.1. 스텝(Step)

  • 스텝 - 오른손잡이라면 오른발이 전방을 향해 앞으로, 왼발은 발꿈치가 오른발 뒤로 가도록 해서 발끝이 왼쪽을 향하게 한다. 90도 각도로 벌린 상태가 된다. 왼발의 발꿈치와 오른발의 발꿈치는 선을 그었을 때 항상 같은 일직선상에 위치해야 한다. 왼발과 오른발은 원래 조금 떨어지는 것이 기본이나, 때에 따라 붙기도 한다.

  • 1.전진(To advance) - 펜싱 사브르에서는 마르슈. 앞발 즉 오른발을 먼저 전방으로 내딛고, 내딛은 만큼 왼발이 따라간다. 상대와의 교전시 간격을 잡고 정밀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세이버 보법의 기본이다. 뒤로 빠질 때는 왼발이 먼저 뒤로 가고 오른발이 따라간다.

  • 2.보통걷기(To pass) - 펜싱 사브르에서는 파스. 뒷발 즉 왼발이 오른발 앞으로 나오고, 다시 오른발이 왼발 앞으로 나와 원래 자세로 돌아가며 전진한다. 패싱 스텝에서는 두가지 종류가 있으며, 하나는 기습적인 반격을 가할 때 쓰는 스텝으로 평범한 걷기처럼 왼발이 앞을 향하며 나아가고 몸의 왼쪽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다. 기습적으로 적의 총검이나 창을 잡아챌 때 쓰이고, 대각선으로 전진할 경우 상대의 중심선에서 벗어나면서 공격을 가하는데 응용이 가능하다. 나머지 하나는 검술적 스텝으로, 상대를 견제하면서 먼 거리를 진퇴할 때 쓰인다. 왼발이 측면 90도를 향한 채로 오른발 앞으로 가며, 오른발은 전방을 향한 채로 다시 왼발 앞으로 나간다. 몸은 항상 오른쪽이 앞으로 나와 있고 칼은 상대를 향한 채로 움직이게 된다. 뒤로 빠질 때는 반대로 수행한다. 이 기법은 상대의 간격에서 급하게 빠지면서 검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는 데에 좋은데, 상대의 베기를 피할 수 없는 간격에 자신이 위치하여 쉬프트를 해도 피할 수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뒤로 크게 빠지게 되므로 상대의 베기는 헛나가며, 다시 전방으로 진출하면서 반격하게 된다. 이 기법은 스몰소드에도 존재하며 근대 유럽검술체계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엿보이는 칼리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하는 기법이다.

  • 3.측면이동(The Traverse) - 좁은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 펜싱에서는 없으나, 과거에는 측면으로 이동하여 상대의 측면을 잡는 것 또한 중요했다. 이는 세이버 검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왼쪽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거리만큼 왼발이 먼저 옆으로 가고, 그 다음 오른발이 따라간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오른발이 먼저 오른쪽으로 가고 왼발이 따라온다. 이러는 이유는 절대 발이 꼬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갑작스런 공세에 대항할 수가 없다.

  • 4.볼타(The Volta) - 상대의 공격선에서 벗어나 반격하는 보법. 발레처럼 발이 꼬이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측면이동과는 반대로 왼발이 오른발의 뒤로 가거나, 반대쪽은 그 반대이다. 이런 방식은 과거 레이피어나 스몰소드에서 중점적으로 사용된 보법으로, 상대가 찌르거나 벨 경우 그대로 제자리에 있으면 맞거나, 막아도 강하게 베일 경우 칼이 밀리거나 손상될 우려가 있다. 이때 상대의 공격 축선에서 볼타를 통해 벗어나면서 찌르면 상대만 찔리게 되고, 막으면서 반격하면 훨씬 안전하고 부드럽게 반격이 가능해진다. 19세기 영국-프랑스 교범에서는 간과되지만, 독일-북유럽계에서는 20세기까지 남아있던 개념이었다. 특히 1893 스웨덴 도보검술교범에서는 다량의 페이지를 동원해 해설할 만큼 중요하게 취급했다. 다른 검술의 볼타와의 차이점은 세이버 검술의 특성상 항상 오른발이 앞에 있도록 수행한다는 점이다.
  • 5.런지(The Lunge) - 모든 검술에서 존재하는 보법. 그중에서도 거리 싸움의 비중이 높아진 스몰 소드 펜싱이나 스포츠 펜싱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보법이다. 상대의 칼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는 나의 칼도 닿지 않는데, 이때 단숨에 앞으로 들어가 베거나 찌르기 위한 보법이다. 기본 자세에서 상대가 런지를 해서 베거나 찌를 수 있는 간격 안에 있을 경우, 몸의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며 오른다리를 전방으로 뻗고, 앞 땅을 디디며 무릎을 굽히게 된다. 이때 왼다리는 자연스럽게 쭉 뻗어진 자세가 되는데, 이때 이동하는 거리나 무릎을 얼마나 굽히는가, 상체를 얼마나 낮추는가 등의 세부 요소들이 각 검술마다 다르다. 세이버 검술에서는 스포츠 펜싱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크게 나가며 자세를 낮추는 런지의 의미보다는, 단지 최대 스텝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베는 칼인 세이버에서 그렇게 동귀어진 하듯이 멀리 나가면 머리를 맞고, 또 자세 회복에 시간이 걸려 상대의 리포스트(Reposte)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이피어 마스터 카포페로의 런지

헝가리&하이랜드 브로드소드(1790)매뉴얼의 삽화의 런지.

  • 6.쉬프트(The Shift) - 런지의 반대 개념으로, 런지해서 나간 몸을 즉시 회복해서 원래 서 있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벌린 다리를 즉시 모음으로써 살짝 후방으로 빠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방어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상대가 런지하면서 베기를 개시한 경우 나의 몸이 상대의 사정거리에 들어가 있으므로 더욱 안전해지기 위해 상대의 간격 안에서 벗어나면서 방어를 하는 것이다. 런지했을 때 공격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 알프레드 휴턴은 재공격을 하지 말고 즉시 원래 자세로 돌아가야 리포스트를 피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영국계 교범에서 특히 강조하는 개념으로, 아예 2인훈련에서 베기할때 런지, 방어하면서 쉬프트를 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 모든 스텝은 상대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사거리를 조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세이버 검술에서의 간격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완전한 간격"이란 런지를 통해 나의 칼이 상대를 벨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먼 간격" 이란 상대를 베기 위해 최소 한걸음 이상 이동해야 하는 거리를 말한다.
    "가까운 간격" 이란 런지 없이도 칼로 상대를 벨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꼬르 아 꼬르" 이란 상대와 완전히 붙어버린 거리를 말한다.

3.2. 자세(Guard)

*가드(Guard) - 가드는 자세를 의미하며, 알프레드 휴턴에 의하면 신체와 도검이 방어에 있어서는 가장 안전하고, 공격에 있어서는 가장 준비된 자세라고 하였다. 가드는 실제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작인 패리(Parry)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세이버 검술도 서적을 편찬한 군인이나 검술가에 따라 다양한 가드가 존재했으나, 기본적인 4개의 가드는 항상 공통적으로 존재했다. 다음은 세이버 검술의 기본적인 가드들이다.


행잉가드(Hanging Guard) - 칼자루는 머리 높이로 들고 칼날은 비스듬하게 상대를 향하도록 한다. 칼끝이 상대를 향하므로 상대를 견제하는 자세이며, 여기서 칼을 몸의 좌측으로 두면 프라임(Prime)패리, 오른쪽으로 두면 세컨드(Seconde)패리가 된다. 프라임을 거쳐 1번과 2번, 7번베기로 나아갈 수 있다.


미디움 가드(Medium Guard) - 행잉가드와는 달리 칼을 위로 세우고 칼자루는 허리쯤에 두는 자세. 칼의 위치는 중앙이다. 여기서 칼을 몸의 좌측으로 두면서 칼끝을 상대를 향하면 카트(Carte)패리, 우측으로 두면 티어스(Tierce)패리가 된다. 수평베기에 대해서는 칼날을 세운 채로 좌우로 대어 막기도 한다. 7번베기가 즉시 들어가며, 티어스를 거쳐 3번베기, 카트를 거쳐 4번베기가 나갈 수 있는 자세이다. 자루를 들어올려 즉각 행잉가드로 전환이 가능하며, 프라임과 세컨드 패리도 빠르게 들어갈 수 있어 마치 자동차 기어의 중립과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 근대 세이버 검술에서는 칼끝을 상대에게 향하는 말 그대로의 중단 자세.

인사이드 가드(Inside guard) - 칼끝을 상대에게 향하고 칼자루는 허리춤에 두면서 칼날과 자루는 왼쪽을 향한다. 상대를 견제하는 자세로 카트 패리와 동일하다. 4번,5번베기가 곧바로 나갈 수 있다. 곧바로 찌르기가 나갈 수 있고, 특히 상대의 찌르기를 걷어내는데 가장 빠르고 뛰어난 자세이다.


아웃사이드 가드(Outside guard) - 인사이드 가드와 마찬가지이지만 칼날과 자루가 오른쪽을 향한다. 티어스 패리와 동일하며 3번, 6번베기가 즉시 나갈 수 있다.

인게이징 가드(Engaging Guard) - 인사이드&아웃사이드 가드와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나 팔을 좀 도 뻗어서 상대와 칼을 맟닿은(Engaging)상태에서 시작한다. 실전보다는 시합에서 많이 볼수 있는 가드.

3.3. 공격과 방어(Engaging&parry)

세이버 검술의 공격과 방어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각 베기와 각 베기를 방어하는 최적의 방어를 7개로 나누어 놓고 있으며, 이것을 도표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 많다. 꼭 7개뿐만이 아니라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이는 각 마스터나 서적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추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알프레드 휴턴의 경우 자신의 검술서 <Coldsteel>에서 8개의 베기와 그에 대응한 9개의 방어를 제시하고, 9개의 방어는 다시 세부로 나뉘어 총 17가지에 달하는 방어 자세를 제시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7개의 베기와 7개의 방어 자세가 모든 세이버 검술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헨리 안젤로의 커틀러스 훈련도. 세이버 검술과 쓰는 칼만 빼고 동일하다. 7개의 베기 궤도와 방어를 표시했다.

3.3.1. 베기와 물리네(Cut&Moulinet)

18~20세기의 세이버 검술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법은 베기이며, 찌르기는 부수적인 존재였다. 이는 세이버가 근본적으로 마상용 베기도검이며, 휘어져 있어 찌르기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데에서도 기인한다.[3] 세이버 검술에서는 베기를 7개로 규정하고 도표로 만들어 이를 교육시켰다. 7개의 베기는 다음과 같다.


1번베기 -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베기.
2번베기 -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베기.
3번베기 -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올려베기.
4번베기 -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올려베기.
5번베기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수평베기.
6번베기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베기.
7번베기 - 수직 내려베기.

물리네(Moulinet)는 원을 그리며 칼을 돌리는 것인데, 단순하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한손도검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세이버는 길고 중량모멘텀이 멀어 한손으로 원하는 대로 멈추고 가속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물리네인데, 베기를 할 때에 각 가드에서 바로 나가면 충분히 가속을 얻기 어려우므로 한바퀴 돌려서 베기를 개시한다. 또 베었을 때 그대로 멈출 수가 없으므로 물리네를 통해 검이 원을 그리면서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위의 도표는 로워스(Rowarth)의 도표로써 각 베기를 물리네로 연결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점선이 물리네 선이며 물리네를 통해 1번~6번베기까지 연속으로 행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베기를 연습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원리이다.

물리네는 회전축을 어디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손목과 어깨 두가지 축이 존재하며 두가지 모두 중요하게 사용되며, 크고 무거운 고전 세이버는 어깨를 축으로 삼으며 그만큼 동작이 크고 강력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근대 세이버는 손목을 주요 회전축으로 삼으므로 동작이 빠르고 딜레이가 적으나 위력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어느 쪽이든 두가지 축이 다 사용되며 단지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또 대각선 수직으로 돌리는 버티컬(Vertical)과 수평으로 돌리는 호라이즈널(Horizonal)물리네가 있으며, 버티컬은 1,2,3,4번 베기에, 호라이즈널은 5,6번 베기의 제어에 이용된다.

물리네를 비롯해 도검을 컨트롤할때의 중요한 요령은, 베기의 방향을 바꿀 때 손목이나 팔목의 힘으로 억지를 쓰지 말고 도검의 무게중심을 회전축으로 삼아 손잡이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으로, 가속이 크게 붙은 도검이라도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 가령 1번베기를 하다 급히 프라임 방어로 전환할 경우 이 요령을 모르면 베기가 종료된 다음에서야 비로소 전환할 수 있지만 이 요령을 알면 베기 도중에라도 곧바로 방어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뿐만 아니라 무거운 고전 세이버를 손목을 축으로 컨트롤해야 할 상황에서도 이 요령을 통해 비로소 전환이 가능하다. 미군의 m1840 중기병 세이버는 손목에 고질적인 부상을 입히는 것으로 유명한 무거운 도검이었으나 정작 원형이 된 프랑스군의 m1822 경기병(!)세이버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미군은 규모가 적고 수준높은 기병의 전통이 없어 검술의 세세한 요령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아 힘으로 제어하려다 손목 무리가 쌓여 부상으로 발전했지만, 근대 검술의 주요국가였던 프랑스는 요령을 잘 터득하여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요령은 유연하고 융통성있는 검술운용을 위해서는 꼭 터득해야 하는 요령이다. 아래 훈련 방법 항목에서 야누즈 세냐브스키 세미나 영상에서 그 요령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4]

3.3.2. 찌르기(Thrust)

세이버 검술에서 찌르기의 비중은 낮은 편이나, 이 또한 고전과 근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베는 기병도로써의 아이덴디티가 컸던 고전 세이버는 구조적으로 찌르기가 쉽지 않으나, 결투검으로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근대 세이버는 곡률이 적어 찌르기가 좋다. 또 고전 세이버라 할지라도 찌르기를 위해 디자인되거나 베기와 찌르기를 겸하도록 곡률을 적게 준 종류가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찌르기가 가능하다.

찌르는 부위와 방어법은 다음과 같다.

  • 목, 가슴 - 콰르트와 티에르스로 방어한다.
  • 배 - 프라임이나 세컨드로 방어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칼의 높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상대 칼과 접촉되는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는 낮은 찌르기로 들어오며 콰르트와 티에르스로는 쉘가드가 접촉하게 된다. 찌르기를 방어할 때에는 가능한 한 칼날의 중간 부위로 접촉하는 것이 좋은데, 칼끝으로 접촉하면 상대가 칼을 떼어 반대편으로 들어오기 쉽고, 포르테나 쉘가드 부분에 접촉하면 너무 늦어서 찌르기의 속도에 채 대비하지 못하고 찔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찌르기(배)에는 칼을 중간쯤에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프라임이나 세컨드로 밀면 칼은 그대로 빗나간다. 마찬가지로 가슴과 목은 높은 찌르기이므로, 프라임이나 세컨드를 취하면 칼끝이 나의 포르테나 쉘가드에 접촉하므로 부적합하다. 그러므로 높은 찌르기에 대해서는 콰르트나 티에르스로 방어해야 비로소 이상적인 방어가 가능한 것이다.

찌르기를 방어할 때에는 칼을 왼쪽과 오른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앙에 둔 다음, 상대 칼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왼쪽과 오른쪽 어디로든 밀면 상대의 찌르기는 그대로 내 몸에서 빗나가며, 상대는 런지를 한 상태이므로 베기로 처단할 수 있게 된다.

3.3.3. 방어(Parry)

방어는 공격을 받아내어 흘리거나 막는 동작을 의미한다. 세이버 검술에서의 방어는 프라임(Prime),세컨드(Seconde),카트(Carte),티어스(Tierce),세인트 조지(Saint George) 총 5개의 방어가 기본으로, 여기에서 다양한 방어 동작이 파생된다.

  • 프라임(Prime) - 칼을 거꾸로 들어서 왼쪽을 방어한다.
  • 세컨드(Seconde) - 칼을 거꾸로 들어서 오른쪽을 방어한다.
  • 카트(Carte) - 칼을 세워서 왼쪽을 방어한다. 보통 칼끝을 상대를 향해 비스듬하게 기울이지만, 똑바로 세우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 티어스(Tierce) - 칼을 세워서 오른쪽을 방어한다. 그외 특징은 카트와 마찬가지.
  • 세인트 조지(St.George) - 칼을 수평 또는 비스듬히 들어 머리를 방어한다. 보통 칼끝이 왼쪽으로 가게 하지만 교범에 따라 오른쪽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교범에서는 기본적으로 7개의 베기에 대응한 7개의 방어를 기본으로 제시한다.
이 도표는 7개의 컷과 그에 대응하는 7개의 방어를 보여주고 있다.

A - 높은 카트(High Carte). 비스듬하게 칼끝을 오른쪽 위로 올린다. 상대의 2번 베기를 방어한다.
B - 높은 티어스(High Tierce). 비스듬하게 칼끝을 왼쪽 위로 올린다. 상대의 1번 베기를 방어한다.
C - 낮은 프라임(low Prim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왼쪽 밑으로 내린다. 칼끝은 아래쪽.상대의 4번 베기를 방어한다.
D - 낮은 세컨드(low second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오른쪽 밑으로 내린다. 칼끝은 아래쪽.상대의 4번 베기를 방어한다.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상대의 3번 베기를 방어한다.
E - 프라임(prim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몸통 왼쪽 옆으로 내민다. 상대의 6번 베기를 방어한다.
F - 세컨드(second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몸통 오른쪽 옆으로 내민다.상대의 5번 베기를 방어한다.
G - 세인트 조지(St.George Parry). 칼을 비스듬히 혹은 수평으로 눕혀서 머리 위로 올린다. 상대의 7번 베기를 방어한다.

위 내용은 존 가스파드의 1797매뉴얼에서 규정된 것으로, 영국식 브로드소드 검술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실제로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방어 자세는 칼을 거꾸로 세워서 막는 프라임과 세컨드, 칼을 똑바로 세워서 막는 카트와 티어스가 각각 높이에 따라 높은(High)와 중간(Medium), 낮은(Low)가 따로 존재하여 각 방향의 베기에서 최소 3가지 이상의 방어가 가능하다. 가령 상대의 1번베기를 방어할 때 위 도표에서는 하이 티어스로 대응할 것을 권하지만 실제로는 하이 스공드로 대처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위 도표에서 6번베기를 프라임으로 대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카트로 대처할 수 있다. 세인트 조지 방어 또한 폴란드 1830교범에서는 좌우 2가지가 존재한다. 규정된 방어 자세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기본적인 베기 요령을 습득한 이후에는 융통성을 가지고 여러 방어 자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각 방어자세에 따라 나갈 수 있는 공격이 제한되어 있다. 가령 어느 자세에서 시작하던 1번베기를 하려면 반드시 프라임과 세인트 조지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세컨드에서 시작되는 1번베기는 약하다. 다른 방어자세들도 마찬가지로, 2번베기를 위해서는 프라임과 세컨드 양자 어느쪽도 가능하지만 프라임에서 들어갈 경우 약하고, 세컨드에서 들어갈 경우 강하다. 카트 자세에서는 4번과 6번베기가 가능하다. 티어스 자세에는 3번과 5번베기가 가능하며, 7번베기는 프라임에서 들어갈 경우 강하고, 세컨드에서 들어갈 경우 약하다. 이 점을 잘 숙지하고 어떠한 반격을 가할 것인가까지 생각하여 방어 자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다른 베기를 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속도와 힘이 붙지 않으므로 공격으로써의 효과는 적다. 이 점 때문에 능숙한 검객은 상대의 방어를 보고 어떤 반격을 해올지를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방어 자세는 교범이나 마스터들마다 호칭이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알프레드 휴턴은 칼등으로 방어하는 옥타브(octave), 셉팀(Septime), 식스뜨(Sixte)의 개념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방어자세라도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다.

3.4. 개념과 기술

본래 세이버 검술의 원형이 된 18세기 초까지의 검술에서는 공격이 동시에 들어갔을 경우나 근접전, 원거리전, 스탠딩 유술기를 비롯한 비교적 다양한 상황에서의 전투-대처법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빠른 훈련과 교육이 필요했던 군대의 사정과, 도검전투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당시 전쟁터의 상황을 감안하여 기존의 올드 스타일 검술에서는 많은 것들이 제외되었고,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막고 반격하는 형태의 스타일만을 가진 검술이 된다.

따라서 세이버 검술은 중세 검술은 물론, 올드 스타일과 비교해도 매우 간략화된 개념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 패리&리포스트(Parry&Reposte) - 패리는 방어, 리포스트는 대답이라는 뜻으로 즉 막고 바로 반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검술에 있어서 중심 교리. 위의 공격과 방어 챕터에서 설명한 것처럼 각 공격에는 그에 대응하는 방어법이 있으며, 또 그 방어자세에서 가장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공격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대의 공격을 적합한 방어로 막은 다음, 상대가 자세를 회복하거나 심리적으로 미처 대응하지 못한 순간을 빠른 반격으로 제압하여 단숨에 전투를 끝내는 것이 바로 패리&리포스트 교리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근대검술에서는 이 원리를 대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먼저 상대가 공격을 해와야만 성립이 되므로 공격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었다. 즉 수동적인 싸움 경향을 보였다. 또 먼저 방어한다는 것 자체는 엉뚱한 곳을 막으면 오프닝이 훤히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상대가 페인트를 걸면 쉽게 당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교범에서는 신경을 통제하고 진짜 공격을 판별하는 법을 가르쳤지만,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 상대가 숙련된 검객이라면 나의 리포스트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다시 나에게 리포스트를 가하는 경우도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이것이 반복되어 싸움 자체가 지리하게 길게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근대검술에서도 재공격(Redoubling)이나 이중공격(Remise)같은 변칙적인 기술이 있었지만 패리&리포스트를 기본검리로 삼고 고전검술의 다양한 대처법을 삭제한 이상 확실한 해결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 인게이징&디스인게이징(Engaging&Disengaging) - 인게이징은 상대 칼과 내 칼이 접촉한 것을 의미하며, 디스인게이징은 반대로 접촉한 칼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상당히 많은 개념들이 파생되는데, 좁게 보면 인게이징은 칼끼리 접촉한 것이지만 넓게 보면 상대 베기를 나도 베기를 하여 충돌시켜 저지한 것도 인게이징에 해당한다.

    근본적으로 패리&리포스트를 이상적으로 보았지만, 실제 싸움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상대를 먼저 공격하여 없애려는 경향이 강한 전쟁터에서의 칼싸움의 경우는 양자가 서로 공격해서 중간에서 칼이 부딪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때 고전검술에서는 인게이징 상태에서 가능한 몇가지 싸움법과, 칼을 즉시 떼어 다른 오프닝을 벤다는 디스인게이징을 권장했는데 세이버 검술은 군용으로 간략화되면서 인게이징 전법이 삭제되었으므로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디스인게이징을 선택하게 된다.

    또 결투 상황이라도 상대가 굳건하게 미들가드를 지켜서 틈을 보이지 않는다면, 칼을 때리거나, 접촉 즉 인게이징시킨다음 밀어버리던지 하여 틈을 만들어서 공격이 들어갈 수 있게 해야만 한다. 이때 상대가 내 칼을 치거나 밀려고 할 경우 즉시 뒤로 슬쩍 빼거나 아래로 내린다면 상대 칼은 엉뚱한 곳으로 빠져 스스로 오프닝을 드러내게 된다. 여기에서도 인게이징과 디스인게이징이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게이징과 디스인게이징은 상당히 넓은 부분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둘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개념이다.

  • 페인트(Feint) - 적이 심리적/검리적으로 완전한 방어 태세를 굳혔을 때의 무모한 공격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거짓 공격을 가함으로써 상대가 그곳에 반응하게 하여 빈틈을 발생시키도록 하는 것이 바로 페인트이다. 고대 검술부터 존재한 중요한 심리전 방식이며, 알프레드 휴턴은 페인트를 가할 때에는 런지와 큰 동작은 위험하므로 손목만 움찔거려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진짜 공격을 가할 때 비로소 런지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수가 상대라면 타임(Time)에 걸려 패배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일회성 페인트에 익숙한 상대를 위해 페인트를 두번 가하고 세번째에 진짜 공격이 나가는 더블 페인트(Double feint)가 존재한다.

  • 재공격(Redoubling) - 나의 공격을 상대가 방어했으나 상대가 리포스트를 하지 않을 경우, 살짝 앞발을 뒤로 물렸다가 상대가 방어 자세로 돌아가기 전에 1차 공격과는 다른 부위를 향해 2차 공격을 한다. 상대는 방어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가 빠른 2차 공격을 받게 된다.

  • 르미즈(Remise) - 런지를 한번 한 상태에서 자세 회복을 하지 않고 공격을 한번 더 가하는 것. 1차 공격이 실패했을 때 승부욕이 강한 검객이 가끔 이런 행동을 하는데, 런지를 한 상태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다리가 펴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민한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고수를 상대로 할 경우 여유롭게 두번째 공격을 리포스트당해 패할 수 있다.

  • 슬립핑(Slipping) - 중세 검술에서부터 있던 동작. 앞으로 나선 다리는 매우 좋은 목표물이 될 수 있으며, 다리를 노리는 검객들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자신의 다리를 노린 베기를 탐지했을 경우, 다리를 뒤로 빼면서 하단공격을 위해 노출된 머리나 팔을 베는 기술이다.

  • 스톱 스러스트(The-stop-thrust) - 돌진지향적이고 공격적인 검객에게 좋은 대응책. 런지와 함께 공격을 가해오는 검객에 대해 살짝 뒤나 측면으로 빠지면서, 혹은 제자리에서 검을 길게 뻗어 적이 알아서 나의 검에 꿰뚫리게 만든다. 낮은 스톱 스러스트(The Under-stop-thrust)는 뒤로 다리를 쭉 뻗으며 왼팔은 땅을 짚고 상체를 크게 낮추어 마치 땅에 엎드리듯이 하며 칼을 뻗는 것으로, 상대의 검을 대부분 피하면서 안전하게 가할 수 있는 스톱 스러스트의 일종이다.

  • 타임(Time) - 상대가 자세를 바꾸거나 페인트를 가했을 때 실수로 노출하는 빈틈을 번개같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타임을 제압하는 카운터 타임이 있는데, 상대의 타임을 유도하도록 일부러 헛점을 내보인 후, 타임을 제압하고 곧바로 리포스트를 가한다. 타임 스러스트(Time thrust)는 상대가 공격을 위해 칼을 들어올렸을 때, 상대의 공격이 완료되기 전에 잽싸게 찌름을 가하는 필살의 기술이다.

  • 비트(Beat) - 상대가 굳건하게 가드를 지킬 경우, 막무가내로 들어가면 준비된 공격을 받고 패배하거나, 쉽게 찔려버리게 된다. 따라서 상대의 칼을 때려서 오프닝을 만들어낸 다음 공격을 해야 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흔히 미들가드를 취한 상대의 칼을 옆으로 때린 다음 들어간다. 그러나 카운터를 당하기 쉬운 기술이기도 하다. 상대가 내 칼을 때려 치우려 들 경우, 뒤로 살짝 빼거나 아래로 내려버리면 상대 칼은 그대로 허공을 가르며 오프닝을 노출한다. 뒤로 뺄 경우는 베기로, 아래로 내릴 경우 올려서 찌르기로 반격할 수 있다. 만일 내가 비트를 가했는데 상대가 칼을 치워 오프닝을 노출했다면, 다시 옆으로 휘둘러 상대의 베기를 카운터-비트로 쳐낼 수 있다. 고전 세이버에서는 인게이징 상태에서 주로 사용하여 상대의 칼을 밀어내는 용도로 썼지만, 근대 세이버는 칼끝을 들이대는 형태의 미들가드가 정착되었으므로 싸움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기술이 되었다.

  • 옵포지션(Opposition) - 상대의 칼을 내 칼로 밀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고전 세이버의 경우 인게이징 상태에서 교착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기 위해 상대 칼을 밀어내는 행위로 오프닝을 열고 반격을 가한다. 근대 세이버, 휴턴 시대에는 세이버의 커다란 쉘가드로 상대의 칼날을 저지하는 형태의 방법론을 옵포지션이라 불렀고, 현대 펜싱에서는 상대의 베기와 같은 라인에 나도 베기를 가해서 칼을 서로 충돌시킨 다음 지속적으로 밀어붙여서 제압하는 것을 지칭한다. 시대별로 가리키는 내용의 차이가 컸던 개념.

  • 콩트르(Contre) - 상대의 베기를 방어했을 때 일반적인 리포스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반격 베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리포스트를 위해 칼을 떼어낼 경우, 상대 칼은 자유로워지므로 즉시 방어하여 나의 리포스트를 막아낼 수도 있고, 나에게 베기를 가해 자멸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상대는 죽지만 나도 상처를 입으므로 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방어의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콩트르의 개념을 활용한다. 칼을 막으면 바로 떼어내지 말고 상대 칼을 밀면서 크게 원을 그리며 반대쪽 방향으로 치워버린다. 상대는 칼날에 가해지는 느낌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칼이 밀려나므로 일시적인 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 나는 상대의 반격이 치명적으로 들어오는 방향에서 비교적 안전한 방향으로 적의 칼을 위치시킬 수 있으므로, 리포스트할때 생길 위험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능숙한 검객이라 콩트르에 당하기 전에 먼저 칼을 빼 버린다면 나 자신이 적에게 커다란 오프닝을 제공하는 셈이므로, 무적의 기술은 아니다.

3.5. 훈련방법(Training TIP)


풋워크(Footwork) - 보법을 수련하기 위한 것.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하는 것이 보통이나 검을 들고 하기도 한다. 의외로 힘들어서 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며, 보법 항목에서 설명된 모든 내용을 훈련한다.

물리네(Mouline) - 물리네 훈련이라고 하면 베기훈련을 의미한다. 허공에 대고 6가지의 베기를 연속으로 해나가는 것과 한가지 베기만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 있다. 베기를 하면서 칼을 돌려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다음 베기로 넘어가는 물리네의 원리를 학습하고 몸에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어깨까지 이용해 크게 돌리는 훈련과 손목만을 이용해 컨트롤하는 훈련 둘다 중요시된다.

플로우 드릴(Flow drill) - 2명이서 서로 1,2,3,4번 베기를 연속해서 하면서 칼을 계속해서 부딪친다. 이 훈련은 단지 칼을 부딪치거나 충돌시 떨어트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전에서 쉽게 발생하는, 상대와 동시에 베는 경우 칼을 부딪쳐(Engaging) 상대의 베기를 차단하고, 즉시 칼을 떼어네(Disengaging) 상대의 빈틈(Opening)을 공격하는 것이며, 상대도 이에 대응하여 계속하여 칼을 부딪쳐 차단한다. 이 원리를 연속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고전검술에서는 바닥에 원을 그려 서로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측면으로 들어오려는 적을 차단하는 방법까지 학습하기도 했다. 인게이징 상태에서 배터링, 웨일, 터키쉬 디스암, 글라이드 같은 기술을 넣기도 한다. 근대검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칼리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

콤비네이션(Combination) - 정해진 형태로 기술을 훈련하는 것. 상대의 일정한 베기나 공격이 들어오면 거기에 합당한 반격법(Counter)를 학습하기 위한 것으로 정해진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2명이서 하는 것이 기본이다. 실력있는 사람과 초보자를 무조건 대련을 시켜버리면 초보자는 당하기만 하고 요령만 생기므로 정해진 형태로 다양한 개념에 의거한 반격법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해진 동작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을 제시하고 제자가 그동안 배운 방법에 합당하게 그 상황을 타파하도록 하는 훈련 방식도 있다. 호칭은 콤비네이션뿐만 아니라 사단(Division)등 여러가지가 있다.

대련(Play) -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실전을 모사하여 상대와 싸워 이기는 훈련. 교육적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검리에서 벗어난 움직임이나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것은 제지된다. 타격 부위는 전신이었으나 보호구로 방어되지 않는 부분을 때리지 않는 매너와 맞았을 경우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는 경기에서는 상기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5]

베기훈련(Cutting Exercise) - 물체를 진검으로 직접 베어보는 훈련. 군대에서 주로 하는 훈련이지만 그 비중은 결코 높지 않았다. 실제로 진검으로 물체를 벨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서 검술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목적. 베기 대상은 칼날에 손상을 주지 않는 작은 나뭇가지 등이 주로 사용되었다.

훈련장비(Training Device)
  • 검&싱글스틱(Saber&Singlestick) - 기본적으로 철제 훈련용 검을 사용한다. 군대나 고전검술에서는 진검 세이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사용했지만, 결투용 듀얼링 세이버 훈련에서는 현대 펜싱 사브르와 비슷한 얇은 것을 사용하였다. 현대에도 당시의 것을 재현한 좋은 제품들이 나온다. 싱글스틱은 원래 브로드소드 검술에서 사용하던 것이나 철제 검이 소모가 많다는 점에 비해 가격이 싸고 부러져도 아깝지 않다는 점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 방어구(Protecter) - 기본적으로 펜싱마스크, 장갑, 오른팔 방어구, 몸통 방어구로 구성된다. 철제 검을 사용하는데다 한손검이고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는 세이버의 특성상 몸에서 멈추는 슨도메 같은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펜싱마스크는 현대의 것이 훨씬 뛰어나므로 고전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장갑은 보호패드가 덕지덕지 붙은 것은 쓰지 않는데 정밀한 손 움직임을 방해하고 안심 때문에 가드를 활용한 방어를 등한시하는 버릇이 생긴다. 또 어지간한 실수는 세이버의 가드가 대부분 방어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온 오른팔이 가장 많이 맞으므로 가죽제 방어구를 착용하는데 팔목만 가리는 것에서 상완부까지 가려주는 것도 있다. 몸통 방어구는 야구의 포수의 것을 방불케 하는 것에서 심플한 수트까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심플한 수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수트 자체가 팔 방호구의 역할을 하게 긴 소매가 붙은 것도 존재한다.[6] 검술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심플하게 갖추는 것이 좋다.

4. 19세기 후반의 변화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세이버의 위치는 베기 위한 기병도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이버 검술의 베기도 팔을 전체적으로 크게 휘둘러 벤다는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더불어 강한 베기가 들어오므로 칼을 수직으로 세워 상대의 베기를 칼날을 세우지 않은 칼몸 아래쪽으로 받아내는 경향을 비롯해, 비교적 무거운 세이버, 크고 강한 베기, 그에 대항한 방어가 그때까지의 세이버 검술 경향이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변화가 이루어진다. 우선 당시 민간 검술계를 주름잡았던 이탈리안 펜싱의 듀얼 세이버 검술이 군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며, 군인들 사이에서도 이탈리안 펜싱을 수련한 사람들이 많아져, 자연히 이 검리가 군용검술에도 녹아들었다. 이러한 경향 변화는 당대 군용 세이버들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아라비안 나이트의 번역자이자 탐험가이고 군인이자, 검객인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 경이나, 영국군 용기병대 대위인 알프레드 휴턴 경의 검술서를 비롯한 여러 검술서에서도 알 수 있다.


알프레드 휴턴이 디자인한 "휴턴 세이버"

더불어 당시의 군사무기의 발전도 기병도로써의 세이버의 위치를 위협하게 되는데, 기병이 세이버를 사용해 백병전을 벌인다는 개념은 과거와 다를 바 없었으나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50m밖에서도 빗나가기 일쑤인 머스킷총을 사용하여 기병대가 활약할 구석이 있었으나 19세기 중반 미니에 탄의 개발로 놀라운 명중률의 강선총이 급속히 보급되었고[7] 기병은 더이상 백병전 신화를 보여줄 수 없게 된다. 미국 기병은 용감히 돌격하더니 갑자기 멈춰서는 스펜서 연발총을 갈겨대더라는, 유럽인들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전투법을 보여 주기도 했다. 덕택에 기병들끼리의 전투는 점점 전쟁에서의 비중이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세이버가 가지는 위치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19세기 후반의 세이버는 펜싱적 요소를 포함한 보병검술로써의 면이 커지게 된다. 알프레드 휴턴 경의 경우 이러한 경량 세이버야말로 "쓸데없이 무거운" 군용 세이버보다 여러 면에서 다양하게 다룰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시대의 검리 또한 근본적인 검리 자체는 18세기의 그것과 변하지 않았지만, 세이버의 변화와 함께 운용 방법도 많이 바뀌게 된다.

4.1. 검술적 변화의 세부

기본 틀은 18세기로부터 변하지 않았지만 세이버가 가벼워지고, 보병검술로써의 면을 보다 추구하면서 여러 방어법과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1.중단이 많아졌다. - 과거의 세이버는 1kg내외의 비교적 무거운 무게였기 때문에 중단을 잡으면 벨 때 다시 위로 올렸다가 내려야 하므로 딜레이가 컸고, 칼이 크게 휘어있어서 의미 있는 위협이 되기도 어려웠다. 손에도 부담이 많이 갔으므로 중단이 잘 사용될 수가 없었고 칼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를 견제하려 할 때에는 Hanging guard자세 등을 사용했다. 그런데 근대 경량 세이버는 칼의 무게가 700g대로 줄어들었고, 따라서 베기도 과거처럼 팔 전체를 사용할 필요 없이 손목으로만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8] 따라서 중단에서 베기로 이행하는 과정도 훨씬 빨라졌고 이에 따라 중단의 활용이 늘어났다. 알프레드 휴턴의 Cold Steel 에서 극명하게 보인다.

2.방어 기술의 경향 변화 - 고전 세이버 시대에는 칼이 무거웠고 따라서 팔 전체를 이용한 크고 강한 베기 공격이 많았으므로 방어 기술도 직접적으로 칼을 받아내는 기술이 주종을 이루었다. 가령 <위의 세이버 검술의 개요> 항목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칼을 수직으로 세워 직접적으로 받아내는 경향이 있었으나, 휴턴의 시대가 되면 칼날을 비스듬이 세워 받아내는 콰르트, 티어스 방어의 비중이 높아진다. 이것은 과거의 무거운 세이버와 달리 가벼운 근대 세이버는 빠르게 찌르기나 7번베기로 들어갈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자세가 중시된다. 물론 기존 세이버와 같은 크고 강한 방어 또한 존재한다.

3.물리네(Moulinet)의 축 변화 - 과거에는 팔 전체와 어깨까지 사용하는 큰 물리네로 검을 다루었다. 물론 검이 무겁고 큰 베기 공격을 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위력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큰 동작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대 세이버의 시대가 되면 물리네의 중심축이 손목으로 바뀐다. 굳이 그러한 큰 기술을 사용해야만 할 필요가 없었는데, 세이버가 가벼워져서 속도가 빨라져 큰 물리네의 의미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큰 동작을 피하는 것이 빈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을 베는 데 작은 물리네로도 충분했는데, 엄밀히 말해서 비록 저지력은 떨어지지만, 상해를 입히고 살상하는데 필요한 위력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근대검술"이라 볼 수 있는 거합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기본형의 첫번째 동작은 발도와 동시에 칼끝으로 상대방의 눈을 "긁는"것이 된다.

1880년의 프랑스 세이버 교본의 사진을 이어붙여 영상 형식으로 만든 것. 회전축이 손목이고, 카트와 티어스를 주력으로 쓰는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5. 세이버 검술의 위치와 문제점

세이버 마상검술은 19세기 중반까지 실전에서 빈번하게 쓰였지만[9] 세이버 보병검술은 실전에서 쓰일 일이 많지 않았다. 우선 보병에서 세이버를 휴대하는 것 자체가 장교 계급이었고, 보병들은 2m에 가까운 착검한 총검, 부사관은 스펀툰(spontoon)이라는 1.8~2.2m의 단창을 소지했기 때문에 검 대 검의 전투가 일어나기 어려웠을 뿐더러, 도검류는 장교나 척탄병 같은 한정된 경우만 장비했기 때문에 보병이 세입로 싸울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기병도 보병검술을 배웠지만 그게 쓰일 상황이라면 이미 기병의 말이 죽거나 아니면 기타 정상적인 전투상황이 아닌 것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전혀 쓰일 일이 없는, 일종의 교양과목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검술의 가장 기본이자 근본인 베기와 찌르기, 그리고 그에 대한 방어법과 스텝 정도만을 정형화시켜서 알기 쉽게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배우기 쉽고 이해하기는 빠르나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세-르네상스 검술들과 비교할 때 이런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가령 검투를 하다 보면 서로 공격이 동시에 들어갈 때가 있고 몸이 서로 붙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중세-르네상스 검술은 칼을 내려쳐 제압하거나 캄프링겐을 하는 식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세이버 검술 시스템은 이러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개개인의 센스에 따라 알아서 처신하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다. 검술의 중요한 일면만 가르치고 나머지 부분은 도외시하다 보니 상정한 전투상황에서는 평균 이상의 검사를 양성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상황이 발생하면 초보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결국 세이버 검술이란 세이버를 사용하기 위한 소양을 갖추게 하기 위한 교육체계였으며, 이를 통해 도검 사용자들이 기본적인 도검의 사용법과 개념을 배움으로써 실전의 다양한 상황에서도 칼을 응용해 쓸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검을 상대한다면 세이버 검술은 그만한 역할을 해 낼 수 있다.

당시의 군인들 스스로도 이러한 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중세-르네상스 검술 연구를 했던 알프레드 휴턴 대위는 자신의 저서 Cold Steel에서 옛 검객들의 가르침을 따라 근접하면 레슬링과 폼멜(칼자루 끝의 무게추)로 때려야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검대 검의 싸움 이외에도 부사관들의 스펀툰을 상정한 검대 창, 총검을 상정한 검대 총검 훈련도 했고 실전적인 훈련도 했지만, 결국 세이버 검술 자체의 근본적인 커리큘럼은 바뀌지 않고 20세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세이버 검술도 도태된다.

6. 20세기 최후의 세이버 실전검술

20세기에 들어서 영국군이 P1908세이버를 채택하게 된다. 19세기에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세이버란 모름지기 베는 도검으로써 세이버 검술도 베기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검술이었다. 그러나 영국군의 P1908세이버는, 세이버의 기본 패러다임인 베기를 부정하고, 오직 찌르기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투 개념을 가졌다.


영국군 P1908세이버

이 배경에는 18세기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온 찌르기vs베기논쟁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 찌르기로 대표되는 스몰소드와 베기로 대표되는 세이버&로드 소드가 18세기부터 주류 도검의 양대산맥으로 떠오르면서 촉발된 논쟁이었는데 이는 군용 마상검술에서도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해 논쟁거리였고 텍사스 전쟁 당시 미육군 용기병대나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흉갑기병대는 찌르기를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의 세이버를 채택하기도 했다. 베기도 가능하기는 하나, 디자인상 베기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다. 전자는 창처럼 중앙이 불룩 튀어나온 "Pipe back"디자인이라 베면서 걸림이 심하고, 후자는 칼몸에 혈조를 2개나 깊게 파놓아 베기시 저항이 있는 편이다.

결론은 찌르기가 한템포 더 빠르나 적을 단번에 죽이는 위력이 부족하고 베기는 한템포 느리나 적을 한번에 죽이거나 저항 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는 여전히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19세기까지의 세이버는 찌르기를 위해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베기를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하고 있었는데, P1908은 오직 찌르기만을 위해 폭이 좁고 긴 칼날을 가졌으며, 따라서 검술도 찌르기를 주로 한 검술이었다.

영국군 1914년 마상검술 훈련. 병사는 P1908, 장교는 P1912세이버를 사용하며, 땅에서 하는 마상검술 훈련이다. 베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마상에서 적을 찌르고 빼는 훈련 내용이 명확하다.

영국군의 이 P1908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훗날 2차대전의 명장이 되는 <조지 S. 패튼>장군이 이때 최연소 검술 교관으로써 P1908을 모방한 M1913세이버를 디자인하고, 직접 창시한 세이버 검술을 미군에 채택시킨다. 이것은 베기와 막기, 보병검술이라는 전통적인 세이버 검술적 요소는 아예 없으며,[10] 오직 찌르기 하나만으로 다 해결하려 드는 순수한 마상검술서이다. 이후 세이버 검술을 실전에서 쓰기 위해 연구하고 채택하는 것은 사라졌으니, 이 때가 세이버 검술의 종말기라고 할 수 있다.


조지 패튼 장군이 디자인한 M1913 "패튼 세이버"

조지 패튼 장군의 <Saber Exercise 1914>완전 번역본은 여기

7. 현대의 세이버 검술

현대에서는 펜싱의 사브르 종목으로 스포츠 검술로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500g이하의 굉장히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경기장의 규칙 제한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브르 검술은 과거의 군용 검술과는 많은 점에서 달라졌다. 측면 이동도 하지 않으며 속도가 굉장히 빨라 고전 세이버에서의 방어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물리네의 회전축은 손목도 아니라 손가락으로 바뀌었으며 고전 방식의 큰 동작은 의미를 잃어 버렸다. 군용 검술의 7번 컷이 가장 기본이자 주력으로 사용됨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살상 위력은 중요하지 않고 빠르고 깔끔한 컷이 스포츠 펜싱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라는 면에서는 뛰어난 운동이고 익스트림하며 훈련 양만 보면 과거의 전문 검객들에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을 만큼이지만 도구와 규칙에 의해 많은 면이 달라졌고 스포츠로써의 면모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따라서 서양 검술이 그러하듯 고전 군용 세이버 검술도 서양 검술의 일환으로써 재현되고 있으며, 중세 검술에 비해 복잡하지 않고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 빠른 복원이 가능했다. 현재는 특히 헝가리나 동유럽 등지에서 고전 세이버의 부활 작업이 한창이며 서유럽 등지에서는 근대 세이버에 해당하는 휴턴 세이버 검술을 메인스트림으로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유럽 쪽에서는 서유럽 검술이라는 현대 서양검술의 세태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폴란드-헝가리 검술의 발굴과 재현에 힘을 쓰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폴란드인의 세이버 검술 영상을 제법 볼 수 있다. 비슷한 계통인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브로드소드 검술도 같은 이유로 복원/연구중이다.

서양 검술계의 메인스트림인 중세-르네상스 검술에 비하면 아직 그 단체의 숫자나 규모에 있어서 부족한 감은 있지만 당당히 서양검술계의 한 축으로써 자리를 잡았으며 누구든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만큼 교본과 책이 굉장한 양으로 남아있고 체계도 이미 정립되어 있었으므로 향유하기 편하다는 점이 장점이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희망이다. 물론 이 점은 스몰 소드 검술도 마찬가지다.


9. 관련 항목


서양 검술(Historical European Swordmanship)
브로드소드 검술(Broadsword Exercise)
알프레드 휴턴(Alfred hu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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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브로드소드 검술문서에도 나오듯 스코틀랜드 브로드소드 고전검술은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칼을 부딪치는 플로우 드릴과 같은 시스템도 있었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뿐만 아니라 왼쪽이 앞으로 나오는 자세도 존재했고, 중세 검술에 비하면 많이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터키쉬 디스암과 같은 제압법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이버 검술에서는 그러한 점이 무시되고 있다.
  • [2] 베기의 명칭, 물리네 타겟의 형태, 방어의 형태 정도만 달랐다. 다만 독일에서는 볼타를 비롯한 레이피어 시절부터의 스텝 개념이 존재했다.
  • [3] 물론 긴 세이버의 역사에서 찌르기만을 주요 전술로 삼은 세이버들도 존재했다. 19세기 후반에는 그런 경향이 매우 크게 두드러졌다. 그러나 세이버가 실전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된 18~19세기 초반까지는 기병 대다수가 휘어진 곡도를 사용했으며, 18세기에 이른바 중기병(덩치큰 병사와 무거운 말로 구성된 기병)들이 사용하던 직도(Broadsword)들은 찌르기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직도가 주는 강력한 타격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찌르기를 중시하는 개념은 세이버의 실전 사용률이 떨어진 19세기 후반에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베기는 여전히 중요한 검술의 축이었다.
  • [4] 현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한손도검을 안 쓴지 오래 되었고 물리네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손도검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손도검을 쓰는 것처럼 상단, 중단을 취하고 원하는 지점에서 멈추도록 컨트롤하려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손도검이 매우 짧고(와키자시 등) 한손으로 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힘이 굉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한손도검의 전통이 없어 생기는 문제이다. 그나마 가토리신토류같은 유파에서는 소태도를 쓸 때에는 L자보법과 세이버 검술의 스탠스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는 등의 개념이 있지만, 한국의 창작검술들이 한손도검을 사용한다고 할 경우 매우 난감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 [5] 근대검술의 룰에 익숙해져 유술기를 거의 알지 못하던 당시 검객들에게 마구 달라붙고는 칼을 뒤로 빼서 찌르려 드는 경우는 의외로 상대하기 힘든 경우였다고 한다. 알프레드 휴턴은 이런 자에게는 실력이 뛰어난 자를 부르거나 팔을 붙잡아 제압을 하고, 혹은 폼멜로 두들겨서 밑바닥을 만나게 해 줘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관중들에게 꼴불견으로 인식되는 존재들이었다고 한다.
  • [6] 현대 펜싱 사브르 수트의 대부분이 이렇다.
  • [7] 강선총은 16세기부터 있었으나, 강선의 효과를 보려면 총알이 강선에 꽉 맞물려야 하므로 장전은 엄청난 고생이었다. 밀어넣고 망치로 꼬질대를 때려야 겨우 들어갔고 나무 꼬질때가 부러지기까지 했으나, 미니에 탄은 버섯 형상의 총탄 뒷부분에 철제 컵을 끼워놓아 장전할 때는 지름이 작아 쉽게 들어가지만, 발사하면 가스가 이 컵을 밀어 총알 뒷부분이 팽창하면서 강선에 꽉 맞물리게 된다. 현대의 공기총탄환에서 계속 사용중인 방식. 결정적으로 이것을 통해 강선총의 발사 속도가 머스킷 수준으로 상승하게되어 머스킷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 [8] 사실 과거 세이버&브로드소드도 손목으로만 컨트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손으로 쓰는데 손목만으로 활용하기에는 버겁고, 따라서 대체적인 고전 세이버의 베기는 어깨와 팔꿈치까지 사용하는 큰 베기가 주류였다. 근대 경량 세이버도 마찬가지라서 손목 운용이 주를 이루지만 때에 따라 큰 움직임을 하기도 한다
  • [9] 남북전쟁 즈음에는 기병도 대신 마상총 전투를 선호하는 세태가 보편화되었다. 총기성능이 발달하여 정확도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스펜서 연발총과 같은 탄창식, 마르티니-헨리 카빈 같은 후장식 기병총으로 발사속도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기병끼리의 전투에서조차 검이 활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럽에서는 기병총보다는 검을 이용한 강습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이런 경향은 좀 더 늦게 일어났지만, 보병총기의 놀라운 발전 탓에 점점 의미를 상실해갔다. 심지어 러일전쟁때 일본 기병이 명성높은 코사크 기병대를 맞아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관총의 적절한 사용에 그 비결이 있을 정도였다.
  • [10] 랜스를 막아내기 위한 막기는 있다. 그런데 그거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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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15-06-03 04: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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