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D R , A S I H C RSS

오! 한강

last modified: 2015-03-26 20:34:30 by Contributors

ohhanriver.jpg
[JPG image (58.45 KB)]

절대 오! 인천이 아니다!

Contents

1. 개요
2. 내용
3. 평가


1. 개요

허영만의 극화. 해방 이전과 제6공화국까지 격동의 한국사를 다룬다. 총 4권으로 1987년 월간 만화광장에 연재되었다.

타짜의 스토리 작가인 김세영이 여기서도 스토리를 맡았다. 원래 안기부에서 대학생용 반공만화로 청탁했는데, 허영만이 '내용에 간섭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락하고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1부 붉은 허수아비 부분은 반공물의 색체가 짙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인공기 장면 때문에 안기부에서 몇번 뭐라고 한 적은 있다고 한다.

해방 직후부터 87년 6.29까지 약 50년간을 그린다. 전반부의 주인공은 전라도 농꾼의 아들로 태어나 화가로 성장하는 이강토이다. 그는 북한에 가서는 요직에 오르고, 남한에 돌아와도 화가로 성공했다. 후반부는 이강토의 아들은 이석주이다. 그는 역시 화가의 길을 걸으며 민주화 투쟁에 투신한다. 하지만 이강토의 비중이 훠얼씬 크다.

2. 내용

이강토는 빈농의 자식으로 정규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세계와 사상체계를 구축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정치적으로도 폭 넓은 모색과정을 거친 인물이다. 해방 직후 남한 내의 좌파조직에 가담하나, 당시 학생좌파의 신분차별적 분위기와 미온적 태도에 실망하여 월북한다. 처음에 그는 월북을 망설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연인이었던 야스코의 배신 때문이었다.

야스코는 일본 고관의 영애였다. 그러나 해방 직전 순사의 앞잡이였던 마을 불량배 장덕배에게 강간당한다.[1] 일본으로 귀국하던 도중, 일제 공권력에 의해 아들을 잃고 미쳐버린 한 노인에게 야스코의 아버지는 살해당한다. 아버지 이외에 다른 혈육도 없었던지라 귀국하지 못하고[2] 서울역 대합실에서 혼자 한달을 거지처럼 지내다 기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서울에서 우연히 요정에서 야스코를 만난 이강토는 강간 현장을 목격한 죄책감에 안영자로 개명[3]한 야스코와 동거하기 시작했다. 외출하고 돌아온 이강토는 흑인 소령과 동침하는 야스코를 보게 되고 충격을 받아 월북하게 된다. 십수년 후에 그때 흑인과 동침한 여자는 야스코의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야스코는 자리만 빌려준 것, 후일 오해를 푼 이강토는 야스코를 찾지만 그녀는 이강토의 딸을 낳고 병으로 죽기 직전이었다.

이강토는 북한에서는 남한에서부터 의형제를 맺었던 정치위원 손병수의 비호 아래 예술 활동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민주청년동맹의 선전선동부 지역부장이라는 중책에 오르게 된다. 이것은 정치력이나 아부보다는 광적인 선전용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에 이강토가 그린 그림들은 매우 섬뜩할 정도로 날이 섰다.
그러나 이후 한국전쟁에서 의용군으로 지원하고, 전쟁과 손병수가 숙청당하는 과정을 보면서 혁명담론에 회의를 느낀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남을 택하고 조봉암의 진보당에 가담하게 되나 이승만 정권의 탄압으로 진보당이 와해된다. 이후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극 사실주의적인 미술에 전념하게 된다. 진보당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정치운동가는 감옥에 갇혀있을 때 면회 온 이강토에게 왜 아직도 오신체제 하의 감옥에서 허덕이는지 반문할 정도였다. 물론 고리대금업으로 돈 잘 벌어오는 부인을 둔 덕에 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이다 손병수의 동생이자 이강토의 아내가 되는 손미숙은 투철한 공산주의자였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고리대금도 불사하는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강토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욕망과 갈등은 혼란과 격변의 시대를 잘 보여준다. 한 학생은 탈계급 혁명을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여성이 이강토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자 질투를 느낀다. 그래서 시골 지주인 여성의 아버지에게 고자질했다가 전쟁 중 전향하여 남한의 검사가 되어 체제 투신한다. 이강토가 존경하던 김희중 선배는 야만적인 시대에 대한 수동적 저항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사지가 찢겨서 팔 한짝만 남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야스코를 강간하며 자신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잡과 범죄를 마다하지 않던 건달 장덕배는 아이러니하게도 끝까지 이강토의 친구로 남는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이강토는 회의주의자로 변모하면서도 타협하지는 않는다. 다만 방관할 뿐이다. 한국의 현대사가 보여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혼미 속에서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실패한 지사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그의 충동적인 면모 역시 현대사의 예측불가능성과 혼란상이 일종의 성장통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이강토의 삶을 통하여 한국 현대사 자체를 은유하려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초반부만이 다뤄지는 이석주의 삶은 해방직후에서 제 5공화국에 이르는 한 시기가 이강토의 이야기를 통해 요약된다. 이렇게 제6공화국 이후 이루어진 제도적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다.

3. 평가

재미있게도 이런 결말 때문에 당대 평론가들에게 온갖 욕을 먹고 싸구려 반공물이자 투항주의적인 결말이라고 매도되기도 했다. 당대 시기를 고려했을 때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을만 한 작품이다. 격동의 한국사를 살아온 주인공의 굴곡진 삶을 보여주면서도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한 작품은 흔치 않을 것이다. 허영만 이전 세대에 속하는 작가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령 고우영 화백도 반공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 허영만 이후의 작가들은 거시담론을 포기했다. 그런 점에서 허영만의 독보성이 보인다.

만화 내내 개똥철학이라기엔 고고하고 진짜 철학이라기엔 좀 어설픈 독백과 나레이션이 계속 이어진다. 문제는 후반부엔 거의 이 철학 강의로 대사가 꽉꽉 채워져서 만화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한 현대사를 다룬 극화치곤 박정희 시대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조봉암의 죽음과 진보당의 몰락 이후 시기는 이강토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끊고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다는 식으로 처리된다. 전반부의 작품성이 후반부에는 잘 살리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
  • [1] 당연히 장덕배는 일본이 곧 항복할 것을 눈치채서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란걸 알고 저지른 것이다.
  • [2] 여담이지만 귀국이란 말이 어색할 수도 있는 것이, 나이를 감안하면 조선에서 태어나 한번도 일본 땅을 밟아보지 못한 일본인일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재조선 일본인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 [3] 원래 강토는 야스코를 그대로 읽은 영자(寧子)로 할 것을 권했으나 야스코가 거절하여 영자(英子)로 바꾸게 된다. 안씨 성은 원래 성인 야스다(安田)에서 따온 것. 그러니까 본명은 야스다 야스코(...)였다. 성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아버지 야스다 신페이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언급한다.

Valid XHTML 1.0! Valid CSS! powered by MoniWiki
last modified 2015-03-26 20:34:30
Processing time 0.1021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