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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last modified: 2015-03-16 22:20:23 by Contributors

한자 : 人民

Contents

1. 개요
2. 용례
3. 한국의 경우
4. 언어별 명칭


1. 개요

한국어의 '국민'에 해당하는, 조선어의 '백성' 지칭 명칭. 북한말, 즉 조선어에서 하도 이 말을 쓰기 때문에 인민은 공산주의말, 국민은 보통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건 절대 아니고 본래 고대에 사람 인(人)과 백성 민(民)은 별개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인(人)은 최소한의 사회적인 지위(사士 계급 이상)을 가진 자[1], 민(民)은 순전히 다스림을 받는 자를 가리켰다. 이 구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유교윤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유인 "대인"과 "소인". 논어에도 "애인(愛人)"과 사민(使民)"과 같은 식으로 인과 민을 다른 집단으로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한다. 중국에서 둘을 함께 "people"에 해당하는 뜻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청 말기나 되어서였다.

사실 구한말인 대한제국 시절에도 인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고 초기 대한늬우스를 봐도 아나운서가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고증으로 봐도 절대 이 인민이라는 용어가 흔히 알던 북한 및 공산/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란 것이 입증된 셈. 동무와 비슷한 케이스다.

2. 용례

한문의 뜻은 알다시피 인간백성으로, 있으나마나한 해석이다. 뜻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용례가 중요한 단어. 멀리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조선왕조실록에도 숱하게 나오며, 백성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다. 구한말인 대한제국 시절에도 인민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홍범 14조 등의 대목에서 보면 인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편이다. 홍길동전 영인본에서도 등장하며, 심지어 개신교의 개역 성경에서도 등장한다.[2] 이처럼 '인민'은 근대 이후에 people에 대응하는 단어로 인식되었다. 당연히 현재 국어에서 '인민'이 쓰여야 할 자리를 거의 대신하고 있는 국민, 시민(각각 nation, citizen의 번역어) 등의 단어보다 더 좋은 말로 평가되기도 했었다.

'인민'은 그 어떠한 정치적, 국적상의 구분 없이 상호 간에 위계없는 사람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때문에 인문학, 사회과학, 무엇보다 특히 정치학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구별하는 경우, 인민은 people의 유일하게 정확한 번역어다. 잘 모르겠다면 실제로 정치학에서 구분하는 유사한 단어들 간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자.

사람, 인간 - human, mankind의 번역어. 인류 전체의 종(種)을 강조. 사실 정치학에서는 쓸 일이 별로 없다.
국민 - nation의 번역어. 국가의 소속을 강조.
시민 - citizen의 번역어. 권리를 소유한 거주자로서, 중세 도시거주민이나 현대의 시민사회의 소속을 강조.
- people에 대응하지만 전현대적인 신분질서를 가정할 때의 하위계층. 신분이 제거된 현대에서는 사용불가.
인민 - people에 대응하며, 외적 소속의 개념이 거의 없고, 서로 간에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 보통 사람(commons)의 집단. 다만 신분질서를 고려하는 경우에는 '평민'에 해당하므로, 백성이라고 번역해도 무방하다.
평민 - commons의 번역어. 미묘하게도 평민이 신분질서 상의 위계의 차이를 드러내는 단어인 반면, 인민은 위계를 배제한 보통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3]
민중 - 인민대중. 특정하는 범위가 인민과 사실상 일치하나 민중은 대중으로서의 인민을 뜻하는 경향이 있다. 영어로 치면 mass people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people은 1. 전현대적인 신분질서가 있는 경우에는 백성 2. 신분질서가 없는 현대의 경우에는 인민 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국민이나 시민으로 번역하느니 차라리 아직 신분질서라고 가정하고 평민으로 번역하는 것이 차라리 원어의 의미를 살린다. 따라서 인민민주주의는 people democracy[4]의 번역어일 뿐이다. 미국헌법이나 독립선언문 그리고 주요 연방법률에서의 대부분의 경우는 people이라고 나오지 nation이나 citizen이라고 나오는 건 법기술적으로 필요할 때 외에는 거의 없다. 이것을 그냥 국민이나 시민이라고 번역하면 독자에게 헬게이트가 열릴 뿐. 이러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 때문에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하면 미국한국의 헌법의 적용과 인민, 국민, 시민의 권리의 문제에서 상이한 국가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지만 미국은 인민의 국가, 대한민국은 국민의 국가라는 식으로. 그런데 후자는 하나마나한 동어반복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제 왜 학자들이 골머리 썩는지 약간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놈의 윗놈들때문에

다만 인민의 포괄범위가 다른 단어들보다 크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단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national, citizen 등의 미묘하게 뜻이 다른 단어들을 제쳐두고 하필 people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정치 이데올로기나 정치 개념 상의 차이 때문이다. 일부 강경 자유주의(정확히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에서 people이라는 단어가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집단주의적 속성을 강조하는 단어라 해서 persons나 individuals라는 표현을 선호하는데, 이 또한 미묘한 정치적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3. 한국의 경우

위에서도 이야기 하였듯 '인민'은 보통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하는 단순한 단어다. 문제는 북한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여 지속적인 선전을 했기 때문에, 남한에서 반감을 갖고 이 단어를 안 쓰게 된 것이다. '동무'와 유사한 경우다. 덕분에 일부 국문학자들은 빨갱이 때문에 아까운 단어 하나 잃었다고 북쪽을 깐다(…). 게다가 아예 인민이란 단어가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데 국민이라는 단어를 북의 미친 왕조국가 하나 때문에 강요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은 '나라에 속한다'는 시민의 국가에 대한 복속, 동원, 의무 같은 전체주의적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데다, 애초에 고쿠민(國民)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던 파시스트 일본의 영향이 짙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변경되는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언어순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국민을 인민으로 바꾸는 것은 북의 미치광이 집단이 존속하는 한 요원한 일이라 이래저래 안타깝다.

사실 민중이나 백성 등보다는 현대에 적합한 단어인 건 틀림없다. 비슷한 일을 당한 단어로는 노동자가 있다. 북쪽에서 노동자를 강조하니 한국높으신 분들께서 근로자를 밀어주었다.하지만 그쪽도 근로라는 말을 잘 사용한다 북한 애국가엔 근로의 정신이란 말이 나오고 당 기관지의 이름은 근로자 이외에 근로인민이란 말도 쓴다다이나믹 근로! 이외 근로, 근로자의 날[5] 등이 있다. 그래도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인민보다는 훨씬 보편화 되었다. 고용노동부라는 정부기관까지도 있으니.... 사용자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사용 단어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국민' 대신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윤치영 의원이 '인민'이라는 단어가 공산주의에서 사용하는 단어라고 주장해 싸그리 국민으로 바뀌었다. 조봉암 의원은 세계 각국에서 쓰는 보편적인 개념을 단지 공산당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것은 고루한 편견이라며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제헌헌법 초안을 기초할 때 '인민'을 고집했던 유진오도 이를 아쉬워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인민주권'이라는 말 대신 '실질적 국민주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국민주권은 자유주의, 인민주권은 공산주의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민주권(droit des peuples, 원어인 프랑스어)은 가 주장한 직접민주주의, 국민주권(nation주권)은 시예스가 주장한 대의제에서 주로 나오는 용어로 공산주의와는 전혀 상관없다. 다만 이미 그렇게 된지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 이 단어를 쓰게 되면 사상을 의심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어는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구태여 이 단어를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정치학에 관련된 교양서적의 경우 인민을 국민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현재의 경우 전공학문에서는 얄짤없다. people을 인민 외에 다른 단어로 번역하려면 이유를 해설하는 각주를 달아줘야 할 정도. 너 지금 학계의 관습을 이유없이 무시하는 거냐? 논문통과할 생각 꿈도 꾸지마!

또한 시대가 흘러 드 컴플렉스가 어느정도 탈색되고 북한에 비판적인 과거 PD의 후예 혹은 미국의 리버럴, 유럽의 좌파에게 영향받은 지식인들이 90년대 중후반부터 표면에 떠오르면서 영어단어 people에 해당되는 번역어는 시민 혹은 민중정도로 적당히 대체해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Voice of People은 '민중의 목소리'라고 번역하는 등. 정상적인 회화에서는 대북 문제를 제외하면 인민이 일반 회화에 등장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현대 한국인터넷을 중심으로 독재, 압재를 받는 듯한 단체의 하위 조직원이나 기타 어려움에 허덕이는 분들을 이렇게 지칭할 수 있다. 단, 당사자가 대인배가 아닌 이상 좋아할지는 미지수.

또한 극히 예외적으로 대화의 상대자가 공산국가 국민인 경우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써 줄 수는 있다. 아니면 북한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그냥 인민이라고 하는 경우, 혹은 패러디에 가까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이들의 사용례를 들어보자.

학생: 그쪽 인민들은 잘 지내나요?
선생님: 하도 쫄쫄 굶어서 인민들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6]


참고로, 패러디에 가까운 용도로 사용할 경우 린민이라는 표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음법칙을 참고하자. 북이 ㅇ을 ㄹ로 표기하는 이유는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람 人자는 두음법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표기다.


4. 언어별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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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실 훗날 "민"에 해당하는 뜻으로 많이 쓰이게 되는 (百姓)이라는 표현도 이 인과 같은 맥락의 표현이다. 사(士)계급 정도는 되어야 성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2] 창세기 14:16, 사무엘하 15:23, 역대하 17:9, 에스더 1:5. 그러나 1998년 발행된 개역개정판에서는 모두 다른 단어로 대체.
  • [3] '시민'이 1)중세의 도시거주민에서 2)현대의 시민사회 소속으로 의미가 변화한 것처럼, 'commons'의 의미도 1)중세의 신분질서 상의 하위계층에서 2)신분질서가 사라진 현대에서는 '엘리트와 대비되는 보통사람'으로 의미가 변화하게 된 단어이기 때문에 번역이 어렵다.
  • [4] 또는 people's democracy
  • [5] 노동절의 대항마(...)
  • [6] 근데 사실 금강산 관광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현대아산에서 고용한 조선족이 절대다수고, 금강산 여행의 특성상 여행객이 굶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그 정도로 개방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면 북한 기준으로 꽤 잘먹고 잘사는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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