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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날 기계

last modified: 2015-03-29 13:23:56 by Contributors

Doomsday Machine.

냉전 시절, 파멸의 날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에 이르렀을 때의 행동강령이다.

파멸의 날 시나리오란 가령 미국ICBM으로 소련의 도시 하나를 날릴 경우 소련도 보복으로 미국에 미사일을 쏘고, 또 보복하고… 서로 핵미사일 발사량을 늘려가며 양쪽이, 심한 경우 인류 전체가 모두 공멸하는 공포의 시나리오다. 인간이 갈 데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미소 양국의 공포에 의한 강제적 평화를 유지한 상호확증파괴 전략도 이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것이다.

지구 최후의 날 기계(Doomsday Machine)는 핵전쟁이 터지면 위의 시나리오대로 행동하게 되는 행동 메커니즘 일반을 일컫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계가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인물이 될 수도 있으며, 지휘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파멸의 날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을 모두 통틀어 지구 최후의 날 기계라고 부른다.

1984년 우랄산맥의 코스빈스키 산에서(지하 300m의 천연암반) 가동된 소련의 지구 최후의 날 기계 '죽음의 손(Dead hand)'이 자동핵미사일 격발기계의 한 예. 만약 소련 지휘부가 미국의 ICBM으로 괴멸할 경우 자동으로 소련 전 지역의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쏘는 '최종해결' 프로그램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03년에도 러시아핵무기와 연동해 작동하고 있는 것확인 되었다.

작동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본격적인 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최상위층이 시스템을 부팅한다. 컴퓨터는 그때부터 러시아 전역에 설치된 방사능·지진·기압 센서들을 점검하기 시작한다(물론 최상위층이 스위치를 켜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점검은 평시에도 한다). 만약 핵폭발이 감지되면 시스템이 위기 전에 부팅되었든 안 되었든 시퀀스는 계속된다.

만약 센서가 허가되지 않은 러시아 내에서의 핵탄두 폭발을 감지하면 컴퓨터는 곧바로 모스크바와 다른 지휘부 백업 벙커들과의 통신연결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만약 모스크바 지휘부의 연결도 끊어지고 지휘부가 있을 법한 벙커와 연결도 되지 않는 경우는 더 심각해진다. 이 경우는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해서 시스템은 모든 통상 지휘체계 및 제한사항을 무시하고 시스템이 설치된 기지의 지휘관에게 핵무기 발사권한을 넘긴다.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이 Activate 버튼을 누른다면 바로 발사 시퀀스가 시작되고,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마저 죽은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 경우에도 다시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해서 그 이후로 전쟁은 컴퓨터가 전적으로 맡아 하게 된다.

발사가 승인될 경우 시스템이 설치된 지휘소에서 지령 로켓을 발사한다. 만약 살아있는 지휘소가 없을 경우 앞서 언급한 데드맨 스위치 때문에 컴퓨터가 자동 발사한다. 지령 로켓은 이미 오염되고 파괴된 조국의 하늘을 날면서 암호화된 신호를 살아있는 미사일잠수함들에게 발신한다. 신호를 수신한 이들은 남아있는 모든 미사일 잔량을 남김 없이 미국으로 날려보낸다.

정체불명의 신호음만을 송출하는 The Buzzer 방송이 러시아 둠스데이 머신의 일부라는 도시전설이 있다.#

미국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나, 소련과 같이 완전 자동 시스템은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인터넷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넷이 핵전쟁에 견디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알파넷의 목적은 당시 연구용 컴퓨터가 몇 대 없었던 미국 내 모든 연구소가 당시의 제한된 컴퓨터 자원에 엑세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생존성을 중요시한 것은 당시의 컴퓨터간 네트워크라는 것이 매우 불안정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일부 시스템이 다운되더라도 네트워크는 유지되도록 설계했던 것이지, 절대로 핵무기의 발사·관리를 위해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핵전쟁이 나도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넷의 가동이 정지한 이후 밀리넷이 만들어졌고 현재 Global Command and Control System(GCCS)가 밀리넷의 뒤를 이어 미군의 통합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도 최후 수단의 편지라는 지구 최후의 날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전자동은 아니다. 일단 이 편지는 총리의 친필로 작성된 핵공격 목표물 리스트로 평상시에는 뱅가드급 잠수함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만약 영국이 핵공격을 받게 되어 총리가 죽었거나 사령부가 소실되는 사태에 처하게 되면 뱅가드급에 비치된 2개의 금고를 열어 그 안에 넣어둔 총리의 친필 편지에 쓰인 목표물에 핵 보복하는 식이다.

일단 왠지 죽음의 손은 지구 최후의 날 기계의 대표적 존재로 인식되어 웨스트우드의 C&C 시리즈에도 등장한다.(여기서는 핵미사일로 나온다.)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도 이 지구 최후의 날 기계가 엄청난 파국을 일으킨다. 이 영화에 나온 지구 최후의 날 기계란 코발트 폭탄인데, 한 방으로 지구 전체를 100년 동안 죽음의 세계로 만드는 위용을 자랑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더 어이없는 사실은 이걸 만든 원인이 핵무기 경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핵무기 좀 줄여보려고 만들었단다!!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발동될 한 적150번 있다. 그것도 근 30년 동안에!! 소련과 미국 두 나라에서 모두 위기가 벌어진 적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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