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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last modified: 2015-03-01 04:44:28 by Contributors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The Brothers Karamazov

소설의 교과서[1]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

도스토옙스키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며,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출간한 지 3 개월 후에 타계했기 때문에 유작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에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가(家)에서 일어난 존속살해(尊屬殺害) 사건이 주된 내용이지만 도스토옙스키답게 카라마조프가의 인간 탐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장남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이지만 사실 이 소설의 진짜 주제를 표상하는 것은 차남인 이반 카라마조프와 삼남 알렉세이[2]이다. 이반은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神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허용된다'[3]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한다.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승인 알렉세이는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4]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5]가 등장한다.

작중 이반이 알렉세이에게 들려주는 극시 '대심문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와 신에 대한 관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알로샤와 이반이 대화를 나누면서, 마치 오래 전 그리스의 수도승들이 성모신심에 의해 여러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전승을 모티프 삼아 지은 신학적 이야기를, 자기도 하나 만들어 보았노라면서 이반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단심문이 한창이던 15세기 에스파냐 세비야 에 예수가 강림한다. 그것도 1500년 전 자신이 이스라엘을 돌며 교리를 전파했을 때와 같은 복장,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이에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가 재림한 메시아인것을 깨닫고 그에게로 나아온다. 마침 이단심문을 위해 내려온 대심문관[6]이 죽은 소녀를 다시 살리는 예수를 목격하게 된다. [7] 친위대로 하여금 예수를 가두고 대심문관은 갇힌 예수와 홀로 지하에서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예수는 광야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요구하는 악마의 유혹을 모두 거부하고 신앙의 자유를 선택하였지만,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적, 신비, 권위가 있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 자유보다는 빵을 원한다. 하지만 예수는 빵보다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빵에 대한 욕구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믿음과 질서를 가질 기회를 박탈하였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는 예수를 유혹한 악마와 손을 잡고 지상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다수를 위한 빵을 제공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시한 신앙의 자유를 이용하여 겨우 현실의 질서를 만들어낸 이제 와서야 예수가 재림하여 질서를 흐뜨러트린다면 지상은 지옥이 될 것이기에 대심문관은 예수를 화형하겠다고 선언한다. 참고로 대심문관 본인도 한 때 누구보다 성스러운 신심으로 신을 숭배하였으나, 결국 진리를 깨닫고는 오래 전부터 그 진리를 숭배한 무리에 편입, 신도들을 목회한 것이라 술회한다. 이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예수는 대심문관의 말이 끝난 후 그에게 가볍게 키스하고 대심문관은 예수를 풀어주며 다시는 나타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원문은 훨씬 더 고뇌가 잘 살아있고 간지가 넘치는데, 한 챕터 분량이니 그냥 읽는 게 낫다.절대 후회하지 않으며 수많은 철학가들에게 영감을 준 대목이기도 하니 여러 번 읽어보자. 리그베다 위키에서 취소선 내용이 드립이 아니라 진지한 찬사인 건 이 문서가 유일한 듯 하다

도스토옙스키가 딱히 무신론자였던 건 아니다. 대심문관 이야기 자체는 무신론적 관점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이고, 오히려 자신이 만들어낸 이 대심문관이 말하는 논리가 스스로 맘에 들지 않았다고. 원래 무신론자에 가까웠던 도스토옙스키는 말년에 가서야 신神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신과 종교, 인간의 관계를 다룬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다만 도스토옙스키가 여전히 회의주의를 버리지 못했으며 그런 태도가 작중에 반영되었다는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작중 이반이 조우하게 되는 '악마'[8]의 개념도 흥미로운 부분. 중세시대 이래 줄곧 우리에게 선입견으로 박힌 꼬리가 있고, 삼지창을 들었으며, 뿔과 날개가 있는 전형적인 악마가 아닌, 말쑥한 사복에 중년이며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 읽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 [9]

중간에 이반이 언급하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에 대한 비유가 대단하다. 소설의 언급에 의하면, 이반은 젊은 시절, 한 사람이 무려 1000조km를 걷게 되는 가정을 하였다. 그 시간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어서,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원소단위로 분해될 정도로 정말 긴 영겁의 시간이었는데, 그 사람이 끝끝내 그 무한한 시간을 뚫고 1000조km를 걸은 후에, 단 2초간 진리를 체험하게 된다. 이반은 이 때 설사 그 딱 2초, 진리를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1000조km를 감내할 수 있겠노라 말하는데 상당히 후덜덜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10]

그리고 형 드미트리의 존속살해 건으로, 마지막에서는 그 재판을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 당시 러시아 재판장의 분위기를 잘 살렸을 뿐더러, 치밀한 플롯 전개로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가지고 읽게끔 하는 대목이다.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치 현대 재판을 보는 듯 한 묘사는 역시 도스토예프스키다운 필력이 드러나는 대목.



도스토옙스키는 원래 이 작품을 2부 이상의 대장편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11] 알렉세이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도스토옙스키의 사망으로 미완성작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초안의 내용은 알렉세이가 혁명세력에 가담하여 황제를 암살하고 처형당하는 줄거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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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여기서 일컫는 '교과서'란, 소설에 대한 최고의 찬사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특유의 만연체와 소설의 난해함으로 어느정도 모방해서 창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2] 작중에선 애칭인 '알료샤'로 불린다.
  • [3] 이반은 이 말을 당시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구 체제, 구 사상을 극복하자는 의미로서 사용했다. 그러나 이반에게 강한 영향을 받고 있던 사생아 스메르자코프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 [4] 작중에선 그를 성적인 내용만 아니면 어지간한 모욕을 해도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물로 묘사한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가 먼저 손을 내밀 정도.
  • [5] 직접적으로 그가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사생아라고 표현하진 않고,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라고 간접적으로 이를 시사한다. 그리고 스메르자코프는 카라마조프가 저택의 요리사. 간질 발작까지 앓고있는 인물이다. 여러모로 취급이 불쌍한 인물.
  • [6] Grand Inquisitor 나이 90세 전후
  • [7] 이는 루크 복음서에 전해지는 내용을 본 딴 것이다. 그 유명한 아람어로 탈리타 쿰.즉 소녀야 일어나라의 원조
  • [8] 사탄
  • [9] 주로 이반을 겁나게 깐다
  • [10] 애초에 1000km 걷기도 일반인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다..
  • [11] 실제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알렉세이라는 인물의 어린 시절'을 동향인인 제3자가 회상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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