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D R , A S I H C RSS

펄프 픽션

Contents

1. 소설 포맷
2. 영화

1. 소설 포맷

1896년부터 1950년대 사이에 주로 나오던 펄프 매거진이라는 소설 잡지 종류가 있었다. 저질 종이[1]로 찍어 만든 싸구려 소설 잡지인데, 짧은 단편 모음 혹은 단권 형식이었으며 종이 질이 좋은 고급지 잡지가 25센트 하던데 비해 펄프 매거진류는 10센트 밖에 하지 않는 저렴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런 잡지에 담던 싸구려 단편 소설을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라고 부른다.

내용은 그야말로 장르문학의 종합 선물세트. 모험물, 탐정물, 미스테리물, 판타지(소드 앤 소서리 스타일 판타지가 이 시기 태동), 호러, 오컬트, 로맨스, SF, 서부극, 전쟁물, 영웅물 등등 닥치는대로 쑤셔넣었고 범죄, 성, 폭력, 약물을 소재로 하는 범죄물도 판을 쳐서 전체적인 질은 종이질에 비길 만큼 낮았다. 그래서 펄프 픽션이라는 단어가 저질, 싸구려 소설이라는 뜻으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배고픈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생계수단이자 자신의 글을 대중에 펼쳐내는 훌륭한 매체였기 때문에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아는 고명한 작가들이 펄프 매거진을 거쳐가면서 많은 펄프 픽션을 기고했다. 필립 K. 딕, H.P. 러브크래프트, 디어드 키플링, 아이작 아시모프, 앤더슨, 드 던세이니, 마크 트웨인, 릿츠 라이버, 드가 라이스 버로,로버트 E. 하워드 등등... 이런 작가들이 펄프 매거진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냈고, 또한 독자들 역시 펄프 픽션으로 장르를 접하면서 현대 장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해외의 유명 편집자들이 이러한 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것도 펄프 매거진을 통해 소설계의 구도가 잡힌 전통에 기인한다.

현대 판타지, SF 장르도 펄프 픽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잘난 주인공 혼자 검과 마법을 휘두르면서 악당을 물리치는 소드 앤 소서리 장르부터가 펄프 픽션에서 써먹던 대표적인 형식이며, 이러한 펄프 픽션을 보고 자란 계층이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를 만들고, 후대의 무수한 사이파이/판타지 장르에 영향을 미쳐왔으니까.

현대 슈퍼 히어로 만화도 종이 질이나 잡지식 형식으로 보자면 펄프 픽션의 먼 친척쯤 된다.

섀도, 스파이더, 새비지, 팬텀, 그린호넷도 이 펄프 픽션과 관계되어 있다.

2. 영화

Pulp_Fiction.jpg
[JPG image (325.4 KB)]


1994년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출세작. 전작인 저수지의 개들도 알짜배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이 영화는 7백만 달러 남짓한 저예산으로 미국에서만 1억 달러, 전세계적으로 2억 1천만 달러가 넘는 대박흥행을 거두면서 그의 이름을 헐리우드에 크게 알리게 된다. 게다가 비평적으로도 매우 높은 평가를 얻었는데, 기존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파괴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면서도 뒤죽박죽된 시간순서로 영화를 구성하고[2] 한 편의 주인공이 다른 편에서는 허무한 최후를 맞는 등의 과감함과 새로움에 평론가들은 열광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 작품.

바로 윗 항목에서 따온[3] 제목에 걸맞게 폭력, 걸죽한 입담, 챕터식 분할 구성, 기존의 곡들에서 적절하게 뽑아내는 OST, B급 향취 등등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들이 모두 녹아있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영화를 배급한 회사가 미라맥스 필름즈(Miramax Films)인데 바로 월트 디즈니 컴패니계열사(1993~2010년까지, 2010년 따로 나가서 독립했다)였다. 그 때문에 디즈니가 폭력적인 영화를 배급한다면서 욕을 먹은 적도 있다. 내용의 저속함이야 어쨌든 시간대가 일그러진 독특하고 과감한 구성과 훌륭한 연출, 영상미, 센스 있는 대사를 자랑하는 명작 영화.

영화 중간에 미아와 빈센트가 벌이는 브이자 댄스도 상당한 명장면. 토요일 밤의 열기,그리스로 기억되는 존 트라볼타의 아마추어 댄스콘테스트는 B급 향취의 백미. 이후 수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되었다. 대표적으로 개미. 놀란 눈은 커다래지고

깐느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우마 서먼존 트라볼타[4], 사무엘 L. 잭슨은 각각 보스의 여자와 갱단원 콤비 역을 맡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어리숙한 남자 강도로 나온 팀 로스와 갱단 콤비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부른 자칭 '해결사'를 연기한 명배우 하비 케이틀은 감독의 전작인 저수지의 개들에서 활약한 바 있다.라스트 갓파더가 떠오르면 fail 그 외에 브루스 윌리스와 빙 라메스,웨이터로 까메오 출연하는 스티브 부세미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장르는 느와르물을 패러디한 범죄영화로 블랙 코메디적인 요소가 강하다. 초반에 뭔가 근엄하게 무게잡고 나오는 듯한 갱단 보스가 남자한테 검열삭제당하는 수준이니....[5] 단원들이 총질하는 것도 비장미 없는 담백한 연출이다. 중간에 부치가 무기를 고르다가 일본도를 선택하는 것은 타란티노가 일본 영화에 바치는 오마쥬. 고르는 순서는 장도리 -> 야구방망이 -> 전기톱 -> 일본도였다....

특히 이 영화에서 사무엘 L. 잭슨은 아프로 + 정장 + 흑형이라는, 그야말로 간지폭풍의 결정체로 등장하며, 조직을 배신한 동네 양아치들의 집에 마치 제 집인 양 등장해 햄버거와 사이다를 찰지게 먹은 후(...)[6] 총을 꺼내들어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 성경 구절을 외치며 상대를 제거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 물론 그렇다가 화장실에 숨어있던 놈이 급습해서 죽을 뻔 하고 나서, 자신이 산 것은 신의 계시라고 파트너인 빈센트(존 트라볼타)에게 박박 우기며 신앙에 귀의하겠다는 고집을 피우기도 하는 등 진상같은 면모도 가지고 있다. 근데 이 귀의가 영화의 서사구조를 해석하는 핵심 키워드인 것이 함정이자 반전. 사실 이 영화는 비슷한 입장이었던 두 갱이 어떻게 파멸과 구원이라는 다른 길로 가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여담으로 작중 Fuck이 250회 이상 나온다. 또한 영화 후반에 타란티노가 직접 출연하여 빈센트가 친 사고를 수습할 장소를 빌려준다.[7] 여기서 Fuck 횟수 갱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빈센트가 사전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서 사무엘 L. 잭슨상당히 올바른 미국 흑인 영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마셀라스의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는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뭐긴 뭐야 금색 조명장치지 보통은 마셀라스의 금괴가 들어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일종의 맥거핀.[8]

작중 등장하는 곡 중 쿨 앤 더 갱의 정글 부기가 유명하다. 더불어 Misirlou도 이 영화의 OST로 쓰인 뒤 대중들한테 유명해졌다.

We no speak Americano를 만든 두 명 중 하나인 Yolanda be cool의 가명은 이 영화에서 따 온 것이다[9].

국내 상영당시 골때리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기존의 플롯 형태를 붕괴시킨 안티플롯으로 유명한 이 영화의 구조가 국내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탓이었는지, 지방의 한 영사기사가 필름을 받아보고는 "필름이 이상하게 편집돼서 왔다."고 생각하고는 시간 순서대로 재편집해서 상영한 것이다[10]. 역시 시대를 많이 앞서간 탓. 그런데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재미있어 하며 그렇게 수정된 필름을 손에 넣고 싶어 안달했다. 그답다고 할까….

저수지의 개들에 나온 미스터 블론드의 본명이 빅 베가로 빈센트 베가의 동생이란 설정으로 베가 형제의 프리퀄이 나올려고 했는데, 이 역을 맡은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서 결국 포기해야 했다.

첫씬에서 한국이 언급된다. 주류상은 베트남인,한국인 처럼 영어못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경영하기땜에 돈내놓으라고 해도 못알아들어서 꼭 살인을 하게된다는 내용. 국내자막에서는 베트남,일본,한국인이라고 번역되어 돌아다닌다.

레스토랑에서 미아가 어떤 드라마에 대해 빈센트에 대해 말해주는데, 킬빌의 내용과 많이 닮았다.(...) 내용보기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을 찍고 있을 때부터 우마 서먼을 염두에 두고 킬빌을 구상했다고... 그 레스토랑 장면에서 스티브 부세미가 버디 홀리 코스프레를 한 웨이터로 나온다.

----
  • [1] 펄프라는 단어가 저질 펄프로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것
  • [2] 그렇다고 영화 한 편 내에 시간 순서가 아주 단편화된 식으로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것은 아니고, 기승전결은 확실히 존재하면서 그 순서가 뒤바뀐 형태를 취하고 있다.
  • [3] 영화 첫 화면이 1번 항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친절하게도...
  • [4] 퇴물 배우로 취급받던 존 트라볼타는 이 영화로 기사회생,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 [5] 자신에게 사기친 부치와 싸우다가 부치가 어떤 가게로 몸을 피하는데, 그곳은 BDSM 취향을 가진 게이의 가게였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왔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 [6] 유튜브에 게시된 이 장면의 베스트 댓글만 봐도 '이 장면만 나오면 햄버거가 땡긴다'이니...
  • [7]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에 무조건 한 장면에는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 제일 최근에 개봉한 장고 : 분노의 추적자도 한 장면 나온다
  • [8] 제일 유력한 후보는 "마셀라스의 영혼"이다. 가방 내부가 기이하게 빛나는 장면이 나오는 것과, 마셀라스의 뒤통수에 (정확히 말하자면 연수가 있을 법한 곳) 반창고가 붙어있다는 점이 근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참고로 마셀러스의 뒷목애 붙여진 반창고는 아무뜻 없다.마셀러스 배역이 촬영당일 실수로 면도칼로 벤것 이였다고한다...근데 타란티노는 오히려 '올 이거 좋네'하면서 찍었다고 한다)
  • [9] 영화 마지막 장은 영화 첫 장면과 이어지는데 강도 2인조 중 여자의 이름이 Yolanda이며 갱단 콤비는 그녀에게 Be Cool이라는 말을 수십 번 정도 한다
  • [10] 상영 당시는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아니라 단관이었고, 영화 프린트가 도착하면 영사 테스트를 거친 뒤에 지역광고 등을 편집한다. 이때 영사기사에게는 어느정도의 편집 권한이 있었던 것.

Valid XHTML 1.0! Valid CSS! powered by MoniWiki
last modified 2015-03-27 03:45:28
Processing time 0.1362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