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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장파장의 오류

last modified: 2015-04-10 18:49:26 by Contributors

Contents

1. 개요
2. 어떤 피장파장의 오류는 왜 참으로 느껴질까?
3. 예시


1. 개요

Tu quoque
Appeal to hypocrisy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에 들어가는 오류. 역공격의 오류 라고도 한다. 직관적으로는 후자가 더 알기 쉽다. 어떤 명제를 정당한 근거에서 비판하지 않고, 그 주장에 담겨 있는 행위나 더 심한 행위을 상대가 과거에 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명제라고 일축할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보통 남이 했으니까 나도 해도 돼!라는 구조를 띈다.

넓게 해석하면 논점일탈의 오류로 볼 수도 있다. 인터넷 등지에서 정치 논쟁이 일어나면 자주 볼 수 있다. 일종의 양비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해당 집단과 관련이 없는데도 쓰기도 한다. 가령 A가 B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B가 문제와 무관한 C도 그랬다며 문제를 정당화할 때다.

피장파장임이 확실해도 오류다. 발화자만이 진술의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을 때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논증의 타당함만이 문제되지 발화자의 지위나 자격은 논증 과정과 무관하다. 논리학적인 맥락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다. 가령 살인자가 살인은 나쁘다. 라고 발언해도 그 격률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피장파장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형적인 물타기의 일종. 피장파장으로 대응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도의적인 측면에서 잠시 봉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논쟁에서 이겼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약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전형적인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다.

2. 어떤 피장파장의 오류는 왜 참으로 느껴질까?

그러나 어떤 윤리/도덕 논리에는 피장파장의 오류가 타당하다 간주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 설명하려면 조금 긴 예문이 필요하다.

등촌리 마을회관에 회의가 열였다. 한 안건은 사과 서리에 대한 처벌 조정이었다. 개똥이는 이렇게 논증했다.

1. 서리에 대한 처벌은 보통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이다.
2. 곤장 20대면 한 달 동안 검열삭제가 제구실을 못 하기도 한다.
3. 이는 과한 처벌이다.
4. 따라서 서리에 대한 처벌은 짧은 노역 정도로 감해야 옳다.

등촌리 사람들은 개똥이의 의견에 특히 검열삭제 부분에 동감하며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댕구가 응수하였다.
"개똥이 놈 어렸을 때 서리해서 엄청 뚜드려 맞더니만 이제 와서 그러는 겨?"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개똥이는 반론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비웃음과 야유로 포기하였다.

이 예문은 역공격의 오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개똥이의 논증 과정에 타당치 않은 부분은 없었다고 간주하자.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가 과한 처벌임은 검열삭제가 동면하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댕구의 피장파장의 오류를 이용한 응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이는 윤리/도덕에는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은 공리가 아니더라도- 공리로 간주되는 윤리/도덕이 있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같은 격률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특히 벌칙과 처벌에 대한 공리는 어떤 경우에도 확정되지 않는다. 위의 예처럼 서리에 대한 처벌로 곤장 20대가 맞는지, 노역이 맞는지, 혹은 벌금이 맞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성원들의 경험칙과 합의에 의해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처벌수위가 결정될 뿐이다. 공리, 즉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논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의 일견 막장스러워 보이는 철학도 도덕 공리의 취약함을 파고든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상대방을 논제 합의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 낙인을 찍으려는 행위다. 댕구가 피장파장의 오류로 개똥이에 대한 흠집내기에 성공했다면, 댕구와 청자는 개똥이가 논쟁에서 승리하면 어떤 이익을 얻으리라 여기게 된다. 실제로 이익을 얻는 예가 있으므로 이러한 의심은 합리적이다. 즉 등촌리 사람들은 논리의 타부당을 떠나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개똥이가 옛날에 서리질을 했다고? 그런 놈이 서리에 대한 처벌을 낮추려 한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구만!

개똥이가 순전히 선의에 의해서 저 논증을 했는지, 아니면 어떤 대단한 이득을 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주 적은 이익을 얻는대도 의심할만 하다. 가령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윤리/도덕 논쟁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 벌어지나? 아주 약간의 도덕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데에도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윤리나 도덕을 다룰 때는 권위적인 인물이나 단체의 판단을 따르려는 속성이 생긴다. 이런 과정 속에 법을 다루는 기관과 그 방식은 점차 복잡성을 띄게 된다.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입법부과 사법부의 권위와 도덕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의 문제점은 간단해 보여도, 사실은 오류 증명 과정에 윤리/도덕과 논증의 관계를 설명해야하므로 어려운 면이 있다. 피장파장에 의한 의심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이와는 무관하게 피장파장의 오류는 항상 오류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합의가 중단되거나 논쟁의 우위가 바뀔 뿐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를 부정하는 듯이 보이는 명제도 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프랑스 : 터키는 아르메니아 학살을 자행했으므로 EU에 가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터키 : 그렇게 말하는 프랑스는 알제리 전쟁때 학살을 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터키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명제를 터키 입장에서 다르게 쓰면 이렇다.

(숨겨진 전제) EU 가입 거부 조건에 반인륜 행위가 있다.
(전제) 그러나 알제리 전쟁 때 학살 전적이 있는 프랑스는 EU에 가입하였다.
(결론1) EU 가입 거부 조건은 일관성이 없다.
(결론2) 따라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저지른 터키 역시 EU에 가입할 수 있다.

확대해석하지 않았는가, 라고 반론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검증할 때는 최대한 그 논증이 참이라고 가정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것을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 이라고 한다. 이 원칙을 거쳐도 오류임이 확실해야 비로소 오류로 인정된다.

이처럼 피장파장의 오류을 검증할 때는 미묘한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 만약 예외가 쉽게 발견된다면 비형식적 오류로 통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윤리/도덕과 결부되므로 논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잘 이용하면 논쟁 자체를 멈추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능숙한 발화자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잘 파고들며, 심지어는 오류임을 인지해도 오직 승리를 위해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윤리/도덕 논증이 아닌 과학 논증에도 피장파장의 오류를 동원하여 승리할 때가 있다. 나중에 돌아보면 참 어이없게 느껴지겠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 어떤 피장파장 논리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윤리/도덕에 대한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 상황에 따라서 피장파장에 의한 의심은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논증의 참, 거짓과는 무관하다.
  • 피장파장이 참으로 느껴지는 논증 중 실은 피장파장이 아닌 것이 있다.

3.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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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에 유기(유표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신하는 손권에게 "폐하께서는 요순을 본받으셔야지 어찌 조조 같은 폭군을 본받으려 하십니까?"라면서 이 논리를 제대로 반박했다.
  • [2] 2013년 8월 20일 '현장 21'에 취재대상으로 나와서 했던 발언이다.
  • [3] 카미카제 찬양 발언 후 이를 중국계 미국인이 비판하자 했던 발언. 그외에도 각종 양비론을 들어가며 카미카제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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