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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담

last modified: 2015-02-17 17:19:42 by Contributors

筆談

Contents

1. 개요
2. 역사
3. 현재
4. 필담으로 인한 일화들


1. 개요

구어는 불일치하나 서면어는 일치하는 두 언어의 화자가 말이 아닌 문자로 대화하는 것.
일반적으로 한자를 사용한 한문 필담을 일컫는다. 중국어의 제방언과 한국어, 일본어, 월남어 화자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다면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2. 역사

필담은 중국이 아직 지역마다 방언이 강세였고 한문한국, 일본, 월남 3국의 서면어로 남아있던 전근대에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한국 사신이 중국이나 일본을 방문해서 글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현대 중국에서 북방방언을 기준으로 표준중국어 문언일치가 이루어져 말하는 중국어와 쓰는 중국어가 같게 되고, 한국과 베트남 역시 한문이 아닌 자국어를 서면어로 채택한 이후 필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영어라는 강력한 국제어의 부상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도 당시 청나라에서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1] 이로 인해 가벼운 낭패를 본 일이있다. 친분을 쌓은 상인들에게 가게에 걸어둘 만한 휘호를 써주게 되었을 때 길에서 자주보았던 문구인 기상새설(欺霜賽雪, 서리와도 같고 눈보다 더 흼)을 써주었는다. 박지원은 "장사치들이 자기네들 마음이 깨끗하여 마치 가을 서릿발과 같을 뿐만 아니라, 땅에 내린 희디흰 눈의 빛깔보다도 훨씬 더 희다고 스스로 과시하려고 그런 말을 문에 걸었을 게다”라고 해석했는 데 사실은 '흰 국수 파는 집'(...)이라는 뜻이라 상인들이 떨떠름해 해서 그 뜻을 알았다고 한다.

3. 현재

필담은 보통화가 유일하게 방언을 몰아내지 않은 중화권 지역인 홍콩마카오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홍콩인들은 광동어 구어가 아닌 표준중국어 문체로 글을 써서 기타 중화권 사람과 소통하기도 한다. 물론 요즘 홍콩인들은 보통화를 말하기도 잘하는 편이라 직접 대륙인과 만났을 때 펜과 수첩에 의존할 공산은 적다. 그외에도 중국의 여행안내책자 등을 보면 한자문화권 여행시 의사소통이 안되면 필담을 나누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한자가 한국-대만-홍콩의 정체자, 중국의 간화자, 일본의 신자체로 갈라져있고 한자의 의미가 모든 나라에서 같지않은 상태이다.

다만 일본의 신자체는 한국의 한자와 98%나 일치하며, 중국인들은 대부분 무리없이 정체(번체)를 읽을 수 있어 2음절의 근대 어휘 상당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기에 기초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있으며 반면에 편지지가 필요하다고 편지(便紙)를 써서 보여주자 변지(...)로 해석해서 화장지를 가져다 주는 식의 오해가 종종 발생할 수 있으며 더욱이 복잡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각각 국한문혼용체/논쟁 참조.

4. 필담으로 인한 일화들

필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있다. 일부는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고 일부는 '오래된 농담'으로 상대국가와 한자어 사용의 차이를 지적하는 창작된 이야기일 것이다.

  • 우리가게는 국수집이 아닌데요?
    연암 박지원이 당시 청나라에서 친분을 쌓은 상인들에게 가게에 걸어둘 만한 휘호를 써주게 되었다. 길에서 자주보았던 문구인 기상새설(欺霜賽雪, 서리와도 같고 눈보다 더 흼)을 써주었는다. 박지원은
    "장사치들이 자기네들 마음이 깨끗하여 마치 가을 서릿발과 같을 뿐만 아니라, 땅에 내린 희디흰 눈의 빛깔보다도 훨씬 더 희다고 스스로 과시하려고 그런 말을 문에 걸었을 게다”
    라고 해석했는 데 상인들 반응이 떨떠름해서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우리가게는 국수집이 아닌데요?"
    사실 기상새설(欺霜賽雪)은 '흰 국수 파는 집'이라는 간판이었던 것이다.

  • 닭걀 좀 내놔
    중일전쟁 시절 중국에 있던 일본군 병사하나가 닭걀이 먹고 싶어 부대를 몰래 빠져나와 근처 마을로 몰래 숨어들었다. 일본군 병사는 닭장을 찾다가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고 총든 일본군과 마주친 마을 사람들은 기겁한다. 병사는 이왕 이렇게 된거 마을 사람에게 직접 달걀을 달라고 하자고 마음먹고 한자 지식을 총동원해서 글을 썼다.
    "아욕식대란다수(我欲食大卵多數) - 큰 계란 많이 먹고싶소."
    글을 본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겁에 질려하며 주민 한 명이 나서서 글을 썻다.
    "몰유대란(沒有大卵) - 큰 계란 없소."
    마을 사람들 반응이 심상치 않자 병사는 전쟁통에 닭도 얼마 없는데 내가 너무 요구했나 싶어 글을 다시 썼다.
    "소란소수(小卵少數) - 작은계란 조금만 주시오."
    그러자 마을사람들이 더 웅성거리며 공포스러워하자 병사도 혼란에 빠졌다. 그러던 중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주민이 와서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 당신 요구가 뭐요?"
    "아, 이제 말 통하는 사람 왔네. 아니 이 마을은 계란도 없소?"
    "병사 양반, 마을사람들이 란(卵)을 영 좋지 못한 곳으로 이해했소."
    알은 알이네.

  • 편지지 좀 주시오
    중국에 출장간 일본인이 숙소에서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구할 수 있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보는데 영어와 일본어 모두 종업원이 못해서 곤란했다. 결국 메모지에 한자로 '手紙'라고 써서 보여 주자 종업원이 알았다는 표정으로 휴지를 가져다 주었다. 일본어에서 편지를 뜻하는 '手紙'는 중국어에서 휴지(衛生紙)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

    일본 버전에서는 역시 한국인 사업가가 일본인 종업원에게 편지(便紙)라고 쓰자 변지로 해석해서 휴지를 가져오거나 편지(片紙)라고 쓰자 종이조각(一片の紙)으로 해석해서 포스트잇을 가져다 준다.

    여담으로 편지를 뜻하는 한자어는 한국은 便紙/片紙, 일본은 手紙, 중국은 書信를 쓴다.

  • 화장실이 얼만큼?
    일본인 사업가가 중국 출장에서 낮동안 사업장을 방문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다니면서 중국에 유료 화장실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 사업가는 혹시 이 숙소 화장실도 유료인가 싶어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便所、有料、無料 - 변소, 유료, 무료?"
    그러자 이 종업원은 한참 생각하더니 메모지에 이렇게 썼다.
    "有料, 非常多 - 유료. 비상이 많음."
    사업가는 화장실 갈 때 낼 동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짐 정리를 하던중 호텔 지배인이 찾아왔다.
    "아까 종업원에게 말씀하신 비료 사업을 상의하러 왔습니다."
    "???"
    일본인이 아까 종업원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자 지배인은 폭소하며 설명해줬다. 중국어에서 유료(有料)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재료가 있다'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즉 종업원은 '호텔 변소에서 생산되는 비료(인분)가 많이 있는가?'로 해석한 것이다. 여담으로 중국어에서 무료는 면비(免費), 유료는 부비(付費)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금구슬이 가득한 집
    중국인 사업가가 사무실에 금옥만당(金玉滿當) 현판을 걸어 놓았다. 고사성어로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함'을 뜻하면서 '귀한 신하가 조정에 가득함'을 이르는 속뜻이 있는 단어다. 일본인 사업가들이 방문하면서 현판을 보고 피식거리는 것을 여러차례 보고 궁금해진 사업가는 단골 일본인 사업가에 물어보았다. 일본인 사업가는 그냥 볼 때마다 일본어 농담이 생각났을 뿐이라면서 일본어 속어에서 금구슬(金玉)의 속뜻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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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물론 역관도 같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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