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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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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개요
2. 문자와 소리 간 관계의 임의성
3. 음운과 문자와의 개념 혼동
4. 외국어의 한글 표기
5. 구체적인 반례
6. 결론


1. 개요

한글로 이 세상 모든 발음을 구현할 수 있다, 혹은 제일 많은 가짓수의 발음을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 한국에서는 중학생용 교과서로도 이렇게 가르친다. 학생들을 전부 국수주의자로 만들 속셈인가보다. 답이 없다.솔직히 선생님들이 이게 잘못된 것이란 걸 알기나 할까?

2. 문자와 소리 간 관계의 임의성

한글 만능론(또는 한글의 표음능력에 대한 과신)에 빠진 사람들은 문자의 확장변용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문자와 그 문자가 나타내는 발음의 관계는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합의된 약속일 뿐으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른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한글 자모에 다른 음을 할당해서 쓰면 그만이다. 왜냐하면 문자와 음소는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문자에 어떤 음소를 결부시켜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계의 수많은 문자 체계로도 모든 음을 표현할 수 있다.

역사상의 사례로 일제강점기일본대만어가타카나로 표기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던 바 있다. 기존의 일본어 가나 표기법으로는 대만어를 가타카나로 표기하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확장과 변용을 했는데, 대만어에는 없는 유성 치경/치경구개 마찰음 z 대신 유성 치경/치경구개 파찰음 j를 표기하기 위하여 탁점 붙인 サ행을 이용했고 지역에 따라 다른 o 발음을 구별하기 위하여 オ와 ヲ를 함께 이용했으며 n, m, ng 받침은 각각 ヌ, ム, ン으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등의 변용 표기를 했다.

한글이라고 해서 이런 원리를 적용하지 못할 것도 없는 게 예를 들어 한글을 표기 문자로 수입한 아무개 언어 X가 있다고 하자. 이 언어에는 한국어에 없는 순치 마찰음(/f/)과 구개수 파열음(/q/)이 매우 자주 쓰이고, 반대로 한국어에 있는 자음의 거센소리/된소리 구분(예: ㅋ/ㄲ)은 없으며, 모음에서 ㅓ 소리는 없고, ㅔ 소리는 한국어보다 훨씬 많이 쓰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언어에서는 쓸모없는 된소리 글자 ㄲ과 ㅃ을 각각 /q/ 소리와 /f/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로 변용하고, ㅔ 소리를 나타내는데 획수가 많은 ㅔ보다 ㅓ를 쓰는 등의 변용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드시 한 글자가 한 소리에 고정되어 있을 까닭은 없는 것이다. 또한, 기존 자모로 나타낼 수 없는 음이 있다면 새 자모를 추가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무수히 많은 언어 표기에 쓰이는 라틴 문자는 나라마다 다양한 확장과 변용 표기를 볼 수 있다. 역시 이 문자도 문자 자체로 따지면 전 세계 대부분 언어를 표기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므로 라틴어나 몇몇 음소 적은 언어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언어가 확장이나 변용 표기를 하고 있다.

만약에 처음부터 한글이 없어서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베트남처럼 라틴 문자를 수입해서 쓰게 됐다고 가정을 하자. 라틴 문자의 모음 문자는 a(ㅏ), e(ㅔ), i(ㅣ), o(ㅗ), u(ㅜ)인데, 그렇다면 모음은 어떻게 변용을 하는 게 자연스러울까? ㅔ 소리가 ㅓ 소리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e를 ㅓ 소리를 나타내는 데 쓰고 ㅔ 소리는 ei로 표기함으로써 글자 수를 줄이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음의 경우는 c와 k의 구분이 없으므로 ㅊ 소리를 쓸 때 ch를 쓰는 것보다 그냥 c를 써서 글자 수를 줄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면, ㅜ 소리와 ㅡ 소리의 구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ㅜ 소리를 나타내는 u에다가 별도의 기호를 붙여서 ŭ 정도로 ㅡ 소리를 표기하는 식으로 확장을 하면 된다.

이 점에 착안하여 한글은 다른 언어 표기에 부적합하다는 반론이 나오면 확장 및 변용 표기를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 말은 맞다. 그러나 문제점은 적절한 확장, 변용, 개정 과정을 거치면 지구상의 다른 모든 문자들도 똑같은 표음 능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맘 먹고 하면 다들 가능하다(그 가운데 라틴 문자는 한글의 본고장인 한국을 포함해서 5대륙의 거의 모든 언어에 대한 어지간한 용례가 다 있다). 다만 그럴 필요가 없으니 안 할 뿐이다. 당장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봐도 바로 앞에 예로 든 한국어 라틴 문자 확장/변용법까지 가진 않았다.[1] (실제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선 ㅔ를 e로, ㅊ을 ch로 표기하고 있다.)

일반 언어의 문자는 그 음성 언어를 시각적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하면 훌륭한 것이다. 모든 언어의 발음 표기라는 부분에 방점 찍히신 분들은 이미 IPA라는 음성학 전용 결전 병기가 있으니 그걸 익혀서 음성학을 공부하면 된다. 물론 IPA도 언어끼리 구별 가능할 정도의 기호만이 있지 모든 발음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3. 음운과 문자와의 개념 혼동

어떤 언어건 음운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에, 한 언어 내에서 다른 음운 체계를 지닌 외국어의 발음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자란 한 언어의 음운체계를 상징 구현하는 체계로, 이 문자가 다양하다고 해서 실제로 한 언어의 발음이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글만능론에서는 흔히 '한글 조합으로 구현 가능한 소리의 가짓수는 몇십만 개가 넘는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문제는 설령 그것을 쓸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제한된 한국어의 음운으로 그것을 발음할 수 있는가이다. 설령 쯇, 꿻, 쀲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해도, 한국어 내에 그에 대응하는 음가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게다가 이러한 특성이 딱히 한글에 특유한 것도 아니고, 로마자 같은 것으로도 rthokrpt qwttronsrt 같은 조합은 무한에 가깝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해서 이 표기에 대응하는 음가가 해당 언어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는 전형적인 '소리'와 '문자'의 개념 혼동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현대 한국어만 나타내는 데는 오히려 현대 한글도 과분한데, 한국어의 발음을 나타내는데 꼭 필요한 글자는 광범위한 한글의 범주에 비하자면 아주 적다. 이론상으로 조합 가능한 한글의 가짓수는 무려 1,638,750개(비표준 포함)에 달하기는 한다. 하지만 표준 한글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짓수는 11,172자이고, 이 가운데서 한국어에서 음운을 갖는 소리마디는 2,912개밖에 안된다. 30%도 안 쓰고 있다. 게다가 ㅐ와 ㅔ의 구분이 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4. 외국어의 한글 표기

훈민정음의 구조를 보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목적은 상당히 야심찬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래의 한글은 한국어를 기본으로 하여, 각지의 방언을 포괄하고 주변 주요 국가의 말까지 표현할 수 있는 표기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음이 틀림없다. 즉, 당시의 언어학적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포괄하려 했던 것. 세종대왕은 '방언의 표기'까지 고려하고 있었으며(ᆜ 같은 거의 실용성이 없는 문제를 방언을 나타내려고 집어넣었다) '외국어의 표기'(정확한 중국어 발음. 즉, '운서를 바로잡는 것')까지 고려했던 것은 당시 한국어에서도 쓰이지 않는 중국어 반치음 표기(좌우가 불균형한 ㅅ, ㅆ, ㅈ, ㅉ, ㅊ)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는 태국 문자산스크리트어를 제대로 표기하기 위해 태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글자를 다수 도입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결론적으로 세종대왕만한 먼치킨 왕들이 조선에 몇 명만 더 있었어도 한글만능론은 현실이 됐을 것이다그와 동시에 한글은 이미 IPA이다천재가 뭔가를 떠올려도 일반인들이 알아듣지를 못 해요.

하지만 현대 한글은 '한국어만을 표기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으며, 한국의 언어 정책은 이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 한글은 순전히 한국어에 대응하는 문자 체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글'을 말할 때는 현대 한글 표준어와 옛한글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글이 '모든 발음을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설령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한국인들이 모든 발음을 발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어에서 해당되는 음가가 없는 외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구현하자면 그것은 외국어의 어원에 충실하고자 하는 목적밖에 없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초창기의 토마티를 비롯하여 몇몇 누리꾼들이 ㅸ, ㆄ, ㅿ 등을 이용하여 v, f, z 등을 표기하려는 시도(예: 도레미ᅗᅡ솔라시도, ᄫᅵᆨ토리, ᅀᅩ로)를 한 적이 있으나 대개의 경우 무의미한 시도라고 여겨져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왜냐하면 글로는 쓸 수 있으나 자판으로 타이핑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효율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한글 맞춤법이 제정되는 초창기에 외국어 표기를 대상으로 쓰이기도 했으나, 외래어 표기법이 정리되면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마꾸도나루도' 같은 일본식 영어 발음을 비웃으며 한글은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고 우쭐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글도 영어 발음 그대로 표현하는건 불가능하긴 매한가지다. '맥도날드'라는 한국식 발음도 그냥 한국어에 존재하는 음가로 원어 발음을 치환한 것뿐으로, 원래 영어 발음과 한참 동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2] 이에 대한 원 출처는 2004년경 한글학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떤 해외 거주자가 올린 글이다. 원문은 한글이 한자나 가나에 비해 영어 발음을 더 가깝게 적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이 글이 퍼날라지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세계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와전된 것.(원문)[3]

심지어 일본어 발음조차 한글로 정확히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다수 한국인들의 오해와 달리 일본어도 외국인이 완벽하게 발음하기는 힘든 언어다. 괜히 보아가 일본 진출할 때 아나운서 데리고 발음 트레이닝을 한 게 아니다. つ, ざ[4] 등의 발음은 현대 한글로 표기할 수 없다(일본어 항목의 '일본어는 현대 한국어·한글과 호환성이 좋은가?' 섹션도 참고). 그렇다고 특정 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문자가 열등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th, r/l, p/f 발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글이 알파벳보다 떨어지는 문자일까? 반대로 ㄱ/ㄲ를 제대로 구별 못하는 알파벳은 한글보다 열등할까? 문자는 본래의 언어만 제대로 표기할 수 있으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의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언어' 간의 발음은, 설령 1-1 대응이 가능하고 닮은 발음이 있다고 해도(예: あ - 아) 그 두 발음이 100% 같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성만 따진다면 한글 낱자를 끝없이 만들어 내야 하고 한글의 구조도 뜯어고쳐야 할 것이며, 한글을 확장하지 않고 현대 한글에 쓰이는 한글 낱자만을 생각한다면 한글로 '정확히' 적을 수 있는 외국어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실례로 일본어의 つ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로 표기하지만, 일본어의 つ와 한국어의 '쓰'의 발음에는 실제로 인지할 수 있을 만한 차이가 있다. ㅆ과 ㅉ 사이, ㅜ와 ㅡ 사이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발음. 이런 점 때문에 다른 언어의 발음을 신경 쓰며 표기법을 수정하는 일은 끝이 없을 수밖에 없다.

보통 Tunak Tunak Tun몬더그린화한 뚫훍송 같은 우리에게 낯선 외국어 발음을 한글로 대충 들리는 대로 표현해 놓은 유머 글들을 보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애초에 그런 방식은 한글 외에 다른 문자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무렇게나 들리는 대로 표기해 놓고 억지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억지를 써서 자막을 넣어 놓고 그 자막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 자막대로 들린다. 개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렇게 무섭다 그리고 저 뚫훍이라는 글자, 음운을 살려 읽을 수 있겠는가? 뚤훅 같은 거 말고.

5. 구체적인 반례

6. 결론

한글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이고, 한국어 내에 존재하는 발음을 구현하는 것의 역할로 충분하며,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있어 예사소리의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나 l과 r의 차이, '사'와 '시'의 ㅅ 발음 차이 같이 외국어라면 몰라도 한국어에선 의미 없는 발음들을 번거롭게 적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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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애초에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게 외국인이 한국어를 읽기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지 한글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까지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거다.
  • [2] 간단한 예: '맥도널드'는 4음절이지만 영어의 'McDonald'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는 정확히는 McDonald's)는 3음절이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우리가 말하는 맥도날드를 McTonaldu라고 들을 것이다.
  • [3] 사실 이 케이스는 운이 좋은 것이었다. 일본어는 모음이 5개뿐이고, 중국어는 표의문자여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것. 다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전부 한글의 힘이 맞다.그러니까 세종대왕의 뜻을 왜 무시해
  • [4] ざ를 '자'로 발음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한국어의 '자'는 ざ보다 じゃ에 훨씬 더 가깝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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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15-01-24 12: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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