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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천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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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개요
2. 과거인들의 사고력
2.1. 원시 수렵인
2.2. 고대인, 중세인
3. 지식의 활용
3.1. 실용화 문제
3.2. 경제성 문제
3.3. 낮은 인문 수준
3.4. 기초 의료 및 생물학적 지식 문제
3.5. 언어 및 문물 전파 문제
3.6. 자신이 새롭게 습득하는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한다는 이론
3.7. 전쟁 기술이나 전략 전술을 이용하는 경우
3.8. 예언자
3.9. 소결
4. 현대인을 위한 변명
4.1. 고대어의 바다에 빠져라!
4.2. 사용하는 지식이 엄청나게 간단하며 혁신적인 경우
4.3.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을 경우
4.4. 전문적 기술자나 기술사(史) 학자, 혹은 실제 천재라서 많은 양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
4.5. 전염병이 돌 때
4.6. 거대한 현대문명 집단이 많은 양의 현대문명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
4.7. 왕족이나 귀족, 영주 등의 직위에 있는 경우
4.8. 문명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
4.9. 예술가, 발명가일 경우
4.10. 주인공이 원래부터 먼치킨인 경우
5. 결론
6. 판타지 세상에 떨어진 현대인을 위한 도움말


1. 개요


퓨전 판타지, 이고깽 또는 시간이동을 주제로 하는 싸구려 대체역사소설에서 등장하는 이론...이라기 보다는 설정.

"천재들이 모두 미래에서 오는 거라면 그들은 과거 속에 있는 셈인데, 만일 이 과거의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서 아무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없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천재가 될까?"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매일매일 대량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이 중세 판타지로 이동하면, 그 시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 때문에 마치 천재처럼 보인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현실에서 중하위권이던 고등학생들이 중세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현자 취급을 받아 이고깽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잘해봐야 도시 촌놈이나 인간사치품, 그것도 사치고 보통은 그냥 시체(...) 취급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1]

2. 과거인들의 사고력

2.1. 원시 수렵인

석기 시대의 원시인의 종합적인 사고력이 현대의 평균보다 높았다는 사실은 인류학의 공통된 견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언 모리스 서양이 지배하는가같은 저명한 인류학 서적에서 같은 말이 나온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막 발생했을 때 두뇌 능력은 현대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되려 문자가 없는 문화권에서는 필요한 지식을 통째로 외워야했으므로, 기억능력은 더 뛰어났으리라 여겨진다.

세계 공통적으로 수렵인은 돌팔매에 매우 능하다고 한다. 투척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물은 총고기와 인간 외에는 드물다. 도구를 이용하는 동물은 있지만, 투척무기 사용은 차원을 달리하는 능력이다. 대상의 거리도 정확하게 가늠해야하고, 제대로 겨냥할 때는 바람이나 대상의 움직임 등,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투척무기 사용은 고도의 사고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우 효율적이기도 해서, 인간의 근육은 돌팔매에 최적화되어 진화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침팬치에 비해 근력은 매우 약하지만, 돌팔매질에 전달하는 에너지는 수 배 더 강하다고 한다. 정확도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즉 투척무기 사용으로 신체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고, 잉여 에너지를 두뇌와 번식력에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간의 높은 사고력은 발생부터 갖추어졌다. 이 내용은 현대인 천재론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보충 삼아서 썼다.

수렵인들은 매우 놀라운 능력을 가지기도 했다. 새의 깃털만 보고 특정 종의 암수를 구분해낸다던지, 발자국만 보고 짐승의 종류와 무리의 수, 거리와 방향을 구분해내는 등이다. 이는 현대인의 눈에는 거의 초능력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은 타고나는 본능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에 의해 습득된 것이다.

수렵인의 연구는 인류학자이자 구조학자인 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대표한다. 그의 저서 생의 사고에서는 문자를 지니지 않은 수렵 단계의 원주민들의 사고 체계를 조사한다. 이들이 현대인과 비견할만한 지식체계를 갖춘 분야는 분류학 이라고 한다. 수렵인들은 세계 공통적으로 매우 정교한 체계를 가지는데, 야생의 먹거리는 한정적이라 정확하게 분류해낼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헷갈려서 독이 있는 식물을 먹는다면? 그러면 원주민은 끔살당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식용의 이유만이 아니라 의학이나 주술, 토테미즘적인 이유도 있다. 이 복잡한 분류 방식은 전문적인 분류학자조차도 그 체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주로 아메리카 수렵 원주민들의 분류 방식을 추적한다. 수렵인의 분류법과 현대 분류학은 원리만 다를 뿐이지, 구조와 체계는 매우 유사함을 밝혀낸다. 현대 분류학의 중요점은 발생이고, 수렵인 분류법의 중요점은 실용성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렵인의 분류법은 소수 계층만 독점하지 않고 모든 성원이 공유한다. 즉 수렵인들과 유사한 원시인들에게도 고도의 사고력이 있었다는 뜻.이는 단지 분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레비-스트로스 이전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토테미즘이나 주술의 구성 방식이 원리적으로는 과학과 다르지 않음을 밝혀낸다. 이러한 과학 이전의 체계를 전과학(前科學)이라 칭하기도 한다.

수렵인은 현대인과 비교하여 종합적인 사고력이 우수하다. 이 차이는 현대의 고도화된 전문화 과정 때문이다. 수렵인은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얕고 넓게 숙지한다. 반면에 현대인들은 한정된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을 깊이 파야한다. 수렵인은 낚시를 하다가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하는 등 다양한 일전직을 해야했다. 그러나 현대인은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갑자기 빵집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에는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하루에 쏟아지는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즉 수렵인들도 환경의 한계 내에서 빡쎄게 머리를 써가며 고도의 지식을 익혔다는 말이다. 분류학 외에도 여러 생존지식으로 머리가 꽉 찬 사람 앞에서, 바로 응용되기 어려운 지식으로 깝쳤을 때 이해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명한 자연인의 모습은 서브컬처에도 영향을 미쳤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판에 나오는 숲사람 등에 대한 묘사가 인구학 연구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여겨진다.

2.2. 고대인, 중세인

고대인, 특히 중세인의 평균 지식은 수렵인보다 떨어졌으리라 여겨진다. 석기 시대 항목에서 원시 시대의 복지 수준이 농경 사회보다 나았다는 증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노예나 농노는 단순히 노동 가치로 여겨졌고, 말하는 짐승 정도의 취급이었다. 이들은 최소한의 음식만 제공받고 죽을 때까지 노동력만 제공할 뿐이었다. 이들에게 지식이 있어봤자 지배계층에게 방해가 될 뿐이었다. 농업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수렵인의 분류학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다. 농한기에는 잡일이나 채집활동을 하지만 이 역시 수렵인에게 필요한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진 않다. 사실 농업생활은 수렵생활보다 여러모로 열악했다고 여겨진다. 농업생활은 인구 팽창에 못 이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총, 균, 쇠 참고.

농노들이 어떠한 사고방식을 갖추었는지는 근대 일본의 모습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패전 직후에도 계급 차별이 있었고, 부락민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다 미노루라는 사람은 '미치광이 부락 주유 기행'(1948)이라는 책을 썼다. 프랑스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책의 제목은 매우 차별적이지만 내용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촌민들의 모습을 아마존에 사는 낯선 수렵인처럼 묘사하는데, 농촌에는 우정이나 의리라 할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우정이 성립하려면 자기가 있어야하며, 자기는 자아가 있음으로써 나온다. 촌민들은 봉건적인 사회의 룰에 의해 억압되며 그로인해 자아가 만들어질 기회을 잃어버린다. 일본의 봉건주의나 유럽 중세 봉건주의의 지배계급 구조는 상이하다. 그러나 농노나 노예와 같은 하위계급에 대한 억압구조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봉건적인 업압구조는 피억압자의 지능을 제한한다. 극단적으로 개 지능 실험의 예를 들어보자. 동족이나 인간과의 교류를 제한한 실험군과, 동족이나 인간과의 교류를 제한하지 않은 실험군을 비교하면, 후자의 평균 지능이 더 높다. 실험 조건을 달리해서 억압 조건들을 제거할수록, 개의 평균 지능이 높게 측정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강력한 억압 구조가 작동할수록 인간의 지능은 낮아진다. 가령 현대적 기준으로는 의무교육의 금지도 억압 기제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지능이 낮으리라는 사실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수렵인 사회에서 억압구조가 없진 않았지만, 중세 봉건주의보다는 정도가 덜 했다. 이렇게 노예나 농노의 지능은 당대의 억압만큼 제한받게 되는 것이다.

지배계층의 지식 수준은 높다. 고대 그리스는 철학이 매우 발달했다. 플라톤의 철학이 현대에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아도, 매우 많은 분야의 효시이며 논리 전개는 정교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의 창시자이며, 그가 창안한 분류학의 원리는 현대에도 통용된다. 중국의 유교나 많은 동양철학이 기원전에 나왔다. 이는 현대인이 봐도 매우매우 어렵다. 또한 지배계급들은 이러한 지식들을 열심히 공부해 갈고 닦았다.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분야에서 이들을 말빨로 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 분야도 만만치 않다. 가령 견고한 석조 건물을 만들려면 상당한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 중세 건물만 하더라도 대충 척척 쌓아 만들지는 않았다는 뜻. 중세 공업 종사자는 당대에도 나름 지식계층이었다. 어줍잖은 지식을 이들에게 피로했다가는 제대로 쪽 먹고 평생 이불 팡팡하다가 죽을 것이다. 중세도 공돌신

3. 지식의 활용

현대의 지식을 활용하여 전근대적인 문명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로 올라가는 것.

지극히 단순한 과학상식을 써 돈을 버는 일은 실제로 가능하다. 북한에서 무선공학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던 한 고위급 탈북자의 사례를 보자. 본인의 말을 빌자면 '나는 과학자 출신이어서 저울과 그릇만 있으면 금의 순도를 판별할 수 있었다'고 하며, 탈북 시기에는 이러한 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일단 이런 일을 할 만한 개념은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했다. 똘똘한 중학생이면 이해할만한 내용이다. 근데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

타임슬립 닥터 JIN의 주인공인 미나가타 진은 유능한 뇌외과의사이며 기타 외과수술에도 능하고, 대학생 때 페니실린의 제조방법을 다른 학생들과 의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9세기 후반의 일본에 워프해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

어느 정도 현대 문명의 기반이 쌓여 있는 제1차 세계대전이나 제2차 세계대전 시대의 근현대기 정도라면, 현대인의 지식을 써 부나 권력을 얻기가 쉬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이다.

하지만 중세나 근대 초를 배경으로 한 양판소에서 현대인의 지식이 도움을 주려면 대졸 이상의 고학력을 갖춘 지식인이 주인공일 때나 해당하지, 평범한 고등학생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많다. 이유는 하단 참조.

3.1. 실용화 문제

현대와 같거나 그에 준하는 문명 기반이 없다면, 평범한 학생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아는 지식으로는 현대의 발명품을 자기 손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영상은 토머스 트웨이트스의 TED 강연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여 어떻게 토스터를 만들었나". 이 문서에서 다루는 것처럼 중세 세계에 떨어졌다면 물론 귀찮게 만들 BP plc의 PR 담당 직원이나 대학교 학과장도 없으니 더 환경이 나쁜 셈이다. 왜냐하면 대학교 1학년까지 배울 내용은 어떤 학문의 소개나 개론 수준에 머무르고, 실제로 쓰임새가 있는 응용 학문은 대학교 고학년이나 대학원에서 다뤄서다. 한 마디로 말해 이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만 알지, 실제 그걸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모른다.

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양판소에서는 중2병의 상징인 다마스커스강이나 일본도의 제련법을 알아내 무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용광로의 개념 정도나 알지, 마르텐자이트 변태나 퀜칭(담금질)의 개념은 공업고등학교의 관련 학과를 다니는 소수의 사람을 빼면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다.

용광로의 개념을 알아도 교과서에서는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을 넣고 뜨겁게 데운다는 간단한 개념만 배운다. 용광로를 데우는 열은 어떻게 하면 얻는지, 용광로의 구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철광석과 코크스와 석회석을 어떻게 구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근대까지만 해도 정련한 재료 자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통 자연에서는 여러가지가 뒤섞인 돌덩어리로 나오니, 이걸 정련하는 기술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여기에 더해서 자연에서 구할 재료의 순도 자체가 제각각이라 현대에 통용하는 조합식의 적용이 난해하다.

또한 이런 물품들이 절대적으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라서, 실제 만들어봐야 그리 큰 우위를 점하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 일본도의 제조 공법인 접철식 공법(접쇠)은 일본의 철광석이 대부분 사철 형식으로 채굴하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아 나왔다. 제련과정에서 불순물을 충분히 제거한다면 일반적인 열처리만으로도 일본도를 상회하는 강도가 나온다. 그리고 접철은 내부 응력을 생성하여 인성이 모자라 칼이 잘 부서진다.

그리고 다마스쿠스 강은 특별한 불순물이 든 인도산 철(우츠 강 wootz steel)이 필수였다. 그런 특수한 철광석을 구하기가 쉬울까? 또다른 방식인 패턴웰디드는 유럽의 암흑시대부터 써먹던 기술이다. 중세로 간다고 해도 특별한 신기술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실제 역사상으로 볼 때 수적 우위에 있다면 다량의 구식무기가 소수의 신식무기를 압도하는 일이 뜻밖에 많다. 이를테면 철제 무기의 바이킹을 뼈로 만든 무기의 누이트(에스키모)그린란드에서 역습한 경우나 기관총을 실전에 쓰기 전까지는 소총만 가지고 적의 궁기병대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심지어는 이산들와나 전투같은 때도 있다. 사실 그런 극단적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칼을 들었다던 이슬람 병사들은 유럽 기사들과의 백병전에서는 배겨내질 못했다. 이후 아이유브 조를 비롯한 이슬람 왕조들은 유럽식 중기병의 요소를 대거 도입한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으로는 정련한 철광석과 코크스와 석회석을 눈 앞에 가져다 놓아도 그걸 알아볼 수 없다. 한두 마디 들어서 다마스커스강을 재현한다면 대장장이들이 장인으로 대접받지도 않을 것이다.

3.2. 경제성 문제

만일 어떤 개인이 고도의 발명품을 만들 기술이 있더라도, 식량 생산성이 낮은 사회에서는 단순한 사치품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농경 문명에서는 구성원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식량 생산이 모자라서 굶어죽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업 생산품은 꿈도 꾸기 어렵다. 물론 농경문명이 시궁창 수준은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근대 노동자보다 중세 농노가 더 잘 먹고 잘 놀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농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곡식의 상당 부분은 영주님이 가져가는 상황에서 자기 먹을 것까지 마련하려면 기본으로 새벽부터 논밭에 나가야 한다. 인류가 식량 걱정에서 벗어난[2]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산업화로 온 자동식 농기계의 등장과 석유화학 공업의 발달이다.

전제 조건으로는 현대의 숙련한 전문가(혹은 기술자, 노동자)가 이동한다라 가정하고, 의식주를 예로 들어보자.

의 경우는 제아무리 유능한 건축가라 해도 못 만든다. 애초에 집이 건축가 혼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재(재료)의 문제, 도구의 문제, 인력의 문제가 있다. 현대와 같이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해선 기계의 힘이나 그 만큼의 인간의 힘이 들어간다. 거기에 재료 수급부터 문제인데 각 재료의 균질화와 규격화가 건축물을 빨리 짓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철근의 성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삼풍백화점 꼴이 난다. 하다못해 가마에서 일일이 가열과정을 거치는 콘크리트 원재료인 석회석도 현대식 공정이 아니면 수분함량과 질이 제각각이라 생산분량마다 샘플을 만드고 굳히는 방식으로 재야 한다. 기적적으로 혼자서 아파트를 만들어도 거기에 몇 명이나 살까? 그리고 아파트 짓기보다 더 큰 문제는 유지보수다. 10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물과 전기도 안 들어온다면?

목수가 가서 그 시대에 알맞은 집을 건축할 수는 있지만, 그만한 집을 만들 사람은 지천에 널렸다. 게다가 그 시대에는 인구가 적고 잘 늘지도 않는다. 단적으로 로마 시대에 이미 8층 아파트가 있었는데, 더 높이 올릴 기술이 있었음에도 실공사를 이유로 8층을 넘어가는 아파트는 법적으로 건설을 못했다. 현대의 숙련한 석공도 과거에 돌아가면 뉴비 취급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석굴암이나 불국사와 같은 역사적인 유적을 원시적인 도구만 동원해서 만들 사람이 현대에 몇일지 생각하자.

음식의 경우, 요리사가 간다고 생각하면 대성해서 귀족이나 왕실의 요리사가 되지 않는 이상 요리만 해서는 살 길이 없다. 간단한 음식인 계란후라이부터 봐도 쓰는 도구로는 통(소금), 프라이팬, 가스렌지 등이 있는데 중세 시대에 이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어찌어찌 잘 쓰더라도 요리 재료가 턱없이 모자라다. 오늘날의 레시피에 자주 응용하는 향신료는 정말 최근에 들어왔다. 후추 하나 수입하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보자.차라리 후추 몇 통 들고 과거로 가야 더 빨리 성공하겠다.

계란 후라이를 만드는 게 요리사의 자랑일 순 없으니 다른 요리를 생각하자. 도구도 아닌 재료만 조달하고 싶더라도 그 시대에 무리다. 중세 시대에 내륙 지방에서 회를 만들겠는가? 간고등어가 왜 안동의 명물인지 생각하자. 회는 그렇더라도 대부분의 요리에서 애로사항이 꽃핀다. 조미료가 금값보다 비싸던 시대인 1200년대 후반, 1300년대 초반 영국에서는 생강 1온스(약 30g)를 새끼양 1마리와 교환했다. 농담이 아니라 향신료를 시키면 고기는 덤이던 시기가 정말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 대항해시대가 나왔으니 결국 시궁창. 따라서 대중적인 요리사로는 절대 성공이 어렵고, 어느 정도 요리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귀족이나 왕실의 요리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정도가 한계다. 물론 이렇게 일이 풀리더라도 조악한 재료와 빈약한 장비를 가지고 까다로우신 높으신 분들 입맛을 맞추어야 하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것이다.

또한 맛의 유무와 상관없이 재료를 잘못 선택하면 종교재판을 만날 수가 있다. 실제로 토마토가 처음 영국으로 건너갔을 때도 성서에 없다며 식용으로 안 먹었으며 미국으로 대규모 이주할 때나 식용으로 썼다. 현대로 비유하자면 먹을 만한 잡초로 파전 같은 것을 부쳤을 때 손님들이 이걸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중세시대같이 종교의 권위가 막강한 시대에는 파장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런 경우는 현재도 있는데 무슬림과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종교가 깊숙히 개입하는 경우 그 나라 종교가 지정해 금지한 식재료로 요리하다가 걸리면 바로 신성모독죄다. 21세기인 지금도 이슬람교에서는 할랄이란 종교 의식에 따라 도축한 고기 외의 육류나, 돼지고기로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 자체가 최고의 불명예이며 모독이다. 저 종교는 과자에 첨가한 소량의 돼지 유래 첨가물 가지고도 위세척을 한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 쇠고기로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해도 마찬가지. 했다간 글자 그대로 죽을 죄인 셈이다.

의 경우를 보면, 전문 디자이너가 가도 얼마 못 가서 굶어죽기 십상이다. 전문 디자이너가 그간 쓰던 고급 소재들 말고 합성섬유가 전혀 안들어가는 옷으로 그간 만들던 옷을 똑같이 만들지가 의문이다. 거기에 수요도 정말 위의 요리사와 같이 인간 사치품 신세. 더불어서 옷의 경우에는 유행을 타기 때문에 현대적 감각으로 만든 옷이 상식적으로 인간이 입을 옷이 아니라고 배척받을 일도 많다. 예를 들어, 미니스커트하이힐 차림의 여자가 그 옷차림 그대로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보겠는가?

단, 숙련 기술자와 기계가 동시에 옮겨진다고 가정한다면 적어도 수송력이 받쳐주는 한도 안에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는 있다. 의복은 수요가 공급을 한참이나 밑도는 특이한 사례로(패션잡지들이 대체 왜 그렇게 트렌드를 바꿔대는지 생각하자) 시장형성을 못해 널리 퍼질 수 없었고, 산업혁명이 이를 기계화시켜 유효 수요라인까지 공급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상기하자. 너무 과거라면 운송 수단과 구매력의 문제 때문에 어렵긴 하다. 대략 대항해시대 전의 12-13세기 이탈리아의 상업도시들 정도라면, 적어도 국가를 움직일 만한 부는 손에 넣을 것이다.[3]

위의 예에서 보듯이 현대 기술을 과거에서 구현해도 그 실용성이 크게 문제인 때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몇 가지 사례가 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증기기관을 발명했으나 (헤론 참고) 노예 노동력의 사용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져서 묻혔다. 또한 의 기록 중에는 석탄과 천연가스 사용으로 추정되는 기록도 있으나(심지어 세계사 교과서에도 언급된다), 이것도 경제성 문제로 사장되었다고 한다.

또한 판타지의 세계관 한정으로, 마법의 보급으로 전기를 알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불 켜는 것도 마법으로 할 만한 세상이라 전기가 마법의 효용성을 대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 다만 이건 세계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마법사의 숫자는 세계관에 따라 다르나 대개 그 숫자가 적으므로, 마법사는 고급인력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즉 전기를 쓰면, 고급인력인 마법사를 안 부르고 불을 켤 수 있다는 뜻이다. 마법사를 불러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과 물레방아에서 나올 전기로 늘 운영하는 값싼 냉장고. 상인들이 어느 쪽을 고를지 말해야 하나? 하지만 전기가 마법을 대체해도 문제가 있는데, 독점권을 수호하려는 기득권층의 훼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조명(라이트) 마법을 인챈트한 마법등을 팔아 돈을 벌던 마법사 길드가 전기 때문에 자신의 밥줄이 끊기리라고 생각하면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마법사의 언리미티드 빠와에 끔살당할지도

3.3. 낮은 인문 수준

응용학문 말고 자유주의, 남녀평등사상, 계몽주의 등의 새로운 사상을 판타지 세계에 전파하는 점을 고려해보자. 중세 영지민의 의식수준은 상당히 낮은데, 그 사람들에게 만민평등이니 남녀평등이니 하는 현대적 사상을 백날 주장해봤자 분명 외면할 것이다. 일례로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학교를 거친 국민 교육수준의 향상이다. 당장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만 해도 식자층인 대학생 계층 위주로 전개했다.

부처예수 등이 만민평등의 사상을 (남은 기록을 기준으로) 처음 전파한 뒤 그것이 실제 정치 이념에 반영하기까진 200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속담이 있으니 그 세월에 무려 200번이나 강산이 바뀌었다. 그만큼 새로운 사상의 전파가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종종 우리들은 "무식한 야만인들에게 근/현대민주주의를 보여주면 그 훌륭한 제도에 모두 감탄하여 기뻐할 것이다" 라는 현대인 중심주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일단 현재의 민주주의는 완벽하지도 않다. 게다가 실제 역사를 보면 민주주의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지 않고, 오랜시간 내적역량을 길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자리잡을 만한 정치 시스템이다.

2차 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대다수가 쿠데타, 독재 등으로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못 정착시켰다는 것만 봐도 증명한다. 이렇듯 같은 시대라도 지역, 인종, 문화의 차이로 나는 문제들은 간단하게 못 푼다.

오늘날 우리의 시각에서는 중세 귀족이나 영주들이 무식하고 거칠게 보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아래에서 학대받는 민중이 민주주의나 해방을 부르짖는 주인공의 현대적 감성에 대뜸 공감하고 감화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니, 귀족들이 견제하기도 전에 당대 민중들이 스스로 나서서 "출신도 불분명한 자가 갑자기 나타나, 전통을 어지럽히고 괴상한 주장을 하며 우리들 위에서 놀려고 한다"라고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 의식 수준보다 조금 더 현대적인 생각을 한 상당수의 혁명가들이 "어째서 농민들은 압제자에게 순종하는가"라고 절망하는 사례는 역사에서도 흔하다. 그리고 그런 혁명가들은 흔히 자신이 계몽하려는 백성들의 밀고로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나로드 운동이 가장 널리 드러난 예다. 특히 정치나 종교적인 측면에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상을 전파한다면 거부감은 더욱 심해지고, 여러 사람에게 미움받거나 자칫하면 화형을 겪기 십상이다.

다른 예로, 당신이 전근대 시대의 세계로 가서 판사를 한다고 생각하자. 범자도 사람이니까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써서 판결한다면? 현대에도 명백한 범죄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반감인 사람들이 많은데 현대의 법 체계를 아직 안 정립한 전근대 세계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쓴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근대까지도 함무라비 법전을 기반으로 한 탈리오(동해보복)가 형법의 기본이었는데 이를 대놓고 무시한다면? 참고로 현대 기준에서도 법 적용이나 조항은 국민 의식을 가장 기본으로 한다. 현대 성문법의 세계에서 왜 아직도 관습법이 남아있겠는가? 심지어는 국제관습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예를 들어 천동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지동설을 주장하면 어떨까? 가장 쉬운 예로 갈릴레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설령 본인이 망원경을 직접 만들고 합리적인 수치를 내밀어도 뻔히 외면받는다.[4] 그리고 실제로 과학사에서 망원경을 안 믿은 사례가 있었다. 소수의 정의로운 자가 진리를 말하여도 다수의 부패한 자가 거짓을 설파하면 거짓이 진실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이는 현대에서도 충분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또한 중세시대를 잘못 아는 상식도 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기사들은 왕을 위해 의무적으로 복무할 기간은 40일 정도가 채 안 되었으며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영지를 경영하면서 보냈다. 또한 중세 영주들이 혈통이나 무력을 통해서 자리를 차지했으니 능력이 떨어지리라는 생각도 잘못이다. 중세 초반이라면 모를까, 이들은 자신들의 영지를 통치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의 기준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교양과 학식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만큼 정신문명이 미숙한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힘 그 자체가 곧 권력이다. 어릴 때부터 단련한 기사를 현대인이 무슨 수로 이길까? 애초에 막일로 몸을 튼튼하게 다진 중세시대 농민들도[5] 기사는 푸른 피를 가진 별개의 사람으로 칠 만큼 완력과 순발력, 지구력에서 기사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상황이다.

3.4. 기초 의료 및 생물학적 지식 문제

과거로 돌아갈 현대인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아마 과거로 넘어간 현대인의 태반은 이 문제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단순하게 길을 가다가 넘어진 상처도 현대에는 오드팅크나 과산화수소같은 소독약으로 소독한 다음 피부에 위생적인 밴드나 거즈를 붙여서 2차적인 감염을 막는다. 거기에 상처가 크다면 항생물질로 치료도 하는데 이쯤해도 가끔 상처가 덧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중세 시대라면? 긁힌 상처가 났다면 여러분의 소독을 책임질만한 것은 독한 증류주나 끓인 물 뿐이다. 위생적인 밴드나 거즈? 그나마 부드러운 옷감을 가져다가 삶아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고생을 했는데도 세균감염이 생긴다면? 여러분의 목숨을 보장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봉와직염이라도 걸린다면 감염부위 살점을 모두 도려낸 다음 다시금 감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드리자. 게다가 그 당시의 의사들은 19세기 말까지 손씻기조차 거부하여 연속적인 감염을 일으켰고, 손씻기와 소독이 보편화하기 전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았던 위인들중 많은 사람은 2차감염이 부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6]

루이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 부정과 세균이론을 만들기 위해서 벌인 실험과 노력을 생각하다면 이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짐작갈 것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파스퇴르의 이론을 조금이라도 믿었던 까닭이 27세에 대학교수를 할 만큼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라 입증시켜서다. 이런 파스퇴르도 까임을 면치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별다른 기반도 학식도 못 증명한 사람이 와서 말해봤자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자기 멋대로 의료행위를 했다간 열심히 사람을 치료해놓고 이교도나 악마로 몰려 화형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중세에선 아랍 쪽의 뛰어난 의료서를 읽고 공부한 의사가 자신이 못 이해하는 방법으로 자기를 치료했다고 악마라 매도하는 일도 있었으며, 아예 외국인들이 의료행위를 못하게 금지하는 법률도 만들었다.[7]

거기에 과거라면 현재의 시점에서는 사라져서 현대인은 면역력이 없는 질병이 많다. 게다가 지금과 달리 과거는 사람간의 이동이 드무니[8] 일부 지역에 한정한 풍토병이 상당히 강력했는데, 이런 병이면 현지인은 멀쩡하지만 외지인은 진짜 그 지역에 들어오자마자 걸려서 며칠 안에 죽는 일이 흔했다. 이런 일 때문에 서양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세울 때 열대지방에 가까운 지역은 툭하면 돌림병이 돌아서 계속 본국에서 이민자를 잔뜩 보내도 못 감당할 지경이라 사회구조가 극소수의 백인을 빼면 다 현지인인 사례가 많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이런 지역에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천연두, 페스트, 홍열 같은 것에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제대로 걸린다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물론 반대로 현대인이 과거에 세균 폭탄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선진국의 국민이 가진 많은 세균은 그 많은 항생제의 공격을 피해 낸 생존의 전문가들이며 중,근대의 세균과 비교했을 때 수백년 이상의 진화를 겪어왔다. 과거의 세균은 대부분 현대인들이 알지만 그 역은 당연히 성립할 수가 없다. 과거 항생제도 없는 시절에 현대의 항생제와 면역체계를 버텨낸 내성인 세균이 퍼진다면?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가 흑사병급의 대참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이 떨어진 지역에 천연두, 흑사병 같은 치명적 질환이 없다면 오히려 이쪽의 현실성이 높다.[9]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이 항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기생충이다. 과거에는 인분 비료법, 유기물 비료법을 썼으니 현대 화학 농법에선 없는 기생충이 주변에 매우 흔했다. 게다가 물도 그리 깨끗한 편이 아니고, 농약이나 구충제도 없어 기생충에 감염되면 사실상 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3.5. 언어 및 문물 전파 문제

현실성에 기반하여 본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다.

예를 들어서 이 글을 보는 당신이 고려조선시대로 간다고 가정하자. 가서 지나가던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면, 과연 말이 통할까? 지금 우리가 쓰는 한국어는 20세기 초에 주시경 선생이 틀을 잡았다. 그러니까 오타나 국어 파괴를 보면 세종대왕이 눈물을 흘리시는 게 아니라, 주시경 선생이 눈물을 흘리셔야 맞다. 국어 교과서를 한번 보자. 거기엔 우리 선조들이 적은 문학작품이 몇 있는데 원문으로 적었을 것이다. 이렇듯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예를 들어 중세국어에는 강(江)을 가람이라고 쓰고 읽었다. 한글이 창제했을 때는 ㅿ, ㆁ, ㆆ, ㆍ와 같이 지금은 안 쓰이는 글자들도 있었고, 지금은 동남 방언 같은 데나 남아있는 성조가 한국어에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그 시대로 가면 당연히 의사소통을 못한다.

백번 양보해서 이계에도 한국어한글로 쓰인다고 가정해도 과연 말이 통할까? 아래는 조선시대 초기의 훈민정음 읽는 법이다.


설사 시대적 배경이 같거나 비슷해도 이 문제는 여전하다. 남한에서 쓰는 표준어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를 비교하면 한국어라도 다 다르다. 다른 예로 표준어와 제주도 사투리를 한번 비교해 보자. 대표적인 예로, "어서 오세요"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는 "ㅎㆍㄴ저옵서예"이다. 처음 들어서는 이게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먹을 만큼 표준어와 큰 차이가 난다.

이건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영어독일어 등의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다. 독일인은 중세 독일어로 적은 파우스트를 못 읽고, 영미권 학생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으며 그를 저주한다고 한다. 정철은 애교였어 예를 하나 들자면 현대 영어로 군주는 lord 이지만 옛영어로는 dryhten 이라고 한다. 아무리 토익이나 토플, 텝스를 만점 받아서 저 시대로 가봤자 입도 뻥긋 못한다. 고대 일본어는 일본에서도 외계어 취급할 만큼 현대 일본어와 갭이 크다. 나고야 사람과 에도(도쿄) 사람이 말이 안 통했고, 이걸 해소한 계기가 도쿠가와 막부 시절 각지에서 인질을 에도에다가 잡아놓는 제도였다고 한다. 그 잔재로 교토의 교수가 도쿄에 와서 택시기사에게 이야기한 경어가 도쿄에서는 저급한 속어라는 이야기도 있다.[10]

당신이 토익 990점을 맞든 토플 만점을 맞든 중세 영어를 쓰던 시대에 가면 당연히 꿀먹은 벙어리 꼴'''이다. HSK 6등급을 맞아도 , 시대에 가면 입도 뻥긋 못한다. 물론 JPT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이게 옛영어로 적은 이다. 현대 영어로 번역하면 LO, praise of the prowess of people-kings of spear-armed Danes, in days long sped, we have heard, and what honor the athelings won! Oft Scyld the Scefing from squadroned foes, from many a tribe, the mead-bench tore, awing the earls. Since erst he lay friendless, a foundling, fate repaid him: for he waxed under welkin, in wealth he throve, till before him the folk, both far and near, who house by the whale-path, heard his mandate, gave him gifts: 라고 한다.

아래는 옛영어 읽는 동영상.


2분 57초 부분부터 보면 된다. 이건 뭐 네덜란드어 같다...

그리고 중세 영어 읽는 동영상.


3분 16초부터 보면 된다.

상고 중국어 읽는 법이다.


이 동영상을 보면 우리나라 한자 독음이 현대 중국어보다 더 고대 중국어 발음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이 시는 이백의 정야사란 시로 우리나라의 한자 독음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상전명월광 의시지상상
거두망명월 저두사고향

동영상의 발음과 상당히 가깝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한자가 중국 상고음에 가까운 음독을 한다는 사례로 학계에서 인정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국 한자음은 전반적으로 당나라 음에 기반을 두고, 외래음으로 여겨서 쉽사리 안 바뀌는 보수성을 적용 받았기 때문이었다.

설령 언어의 문제를 해결해도 대화에 있어 크나큰 문제가 날 가능성이 높다. 언어는 시대, 세대, 문화, 지역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동시대에 살아도 살아온 환경, 문화이나 지식수준에 따라서 대화가 많이 안 풀리는데 전혀 시대적 배경이 다른 상황에서도 대화가 될까? 간단한 예로 이 글을 보는 위키러들은 부모님 세대 및 조부모 세대랑 대화를 하면 말이 잘 안통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서로 쓰는 단어나 거기에 건 뜻이 달라서다. 심지어는 또래 집단끼리도 대화를 못하는 일도 있다. 또 다른 예로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훈련병 ~ 이등병 시절 고참과 간부들이 하는 말을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짬밥 먹으면서 막 구르다보면 하나 둘씩 깨우쳐 나간다.

방송국의 방송(放送)을 예로 들면

죄인을 감옥에서 나가도록 풀어 주던 일.

이라고 아직까지 중세 시절의 그 본 뜻이 사전에 살아있다. 그리고 현재는 "그럴듯하게 괜찮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는 "근사하다"(近似-)라는 말도 본래 "거의 비슷하다"라는 뜻이 있으며 과거에는 거의 그 뜻으로 쓰였다. 근삿값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이렇듯 같은 형태의 말이라도 과거의 뜻과 현재의 뜻이 다른 일은 많다.

흔히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깽판치는 대체역사물에서 "정보(情報)"를 중요하게 여겨 정보수집에서 앞선 것이 경쟁집단보다 우위에 서는 계기라는 내용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정보"라는 말은 한중일 삼국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1876년 일본이고, information의 뜻으로는 1921년 처음 썼다.

조선시대쯤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자. 말도 대충 통하는 듯하고 라이터 같은 현대문물을 동원해 어떻게든 왕을 만났다고 치자. 대체역사소설이라면 높은 확률로 뭔가 주장할 텐데, 주장하는 내용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하나를 명확히 그 시대의 말로 표현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을 중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과학이 뭐냐고 묻는 왕에게 중언부언 말고 과학 그 자체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알려야 한다. 과학이란 단어부터가 1874년 일본에서 만들었으니까... 못한다면 당신은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다. 왕을 능멸한 자로. 다만 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금님을 만난다면 또 모르겠다.

바로 위의 정보와 같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용어 대부분은 익숙해서 쉽게 나오지,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사전을 뒤적거리지 않고 답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미드NCIS에 보면 깁스가 컴퓨터 범죄 관련 사건으로 맥기를 호출할 때 "통역이 필요하다"라 했고 심문할 때 맥기가 컴퓨터 관련 용어를 깁스가 알아들게 문장으로 통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고깽이 거기에 사는 사람들한테 현대문물을 설명해도 이해하겠는가? 가까운 예로 나이 지긋하신 조부모님한테 컴퓨터 하드디스크USB 메모리를 한번 설명해보면 얼마나 말이 안 통하는지 느낄 수 있다. ex) A:이건 저장 매체에요 B:뭘 저장하는데? A:문서나 그림 등을 전기적 신호로 전환하여 금속 원판에다가 자기 배열을 통해 기록하는데.... B:(...)

중세시대 사람한테 을 "기다란 화신에 화약으로 된 화살을 쏘는 우월한 물체"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겠나? 물론 중세 말기 일부 장인들이라면 핸드캐논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꽤 잘나가던 지역에만 알려진 정보일 뿐이고 제대로 설명하려면 거기에 기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중세시대 아낙네에게 스레인지를 설명하려면 "아궁이에 장작을 때지 않고도 간단하게 손잡이만 돌려도 불이 붙어서 그 위에 솥을 올리면 밥과 국을 해 먹을 수 있는 편리한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기초적인 구조라든가 안전한 사용법 등 이해시킬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선시대 궁녀들이라면 쉽게 쓸 수 있다

타인을 이해시키려면, 상대방의 지적수준에 맞고 알기 쉬운 용어로 기초를 설명시켜야 하는데 우리의 이고깽이 그만한 지적능력이 있다고는 못 생각한다. 이계에 현대 문물을 전파하기란 웬만한 학자에게도 어렵다. 일단 말이 통해야지?

그래도 희망이 아주 없진 않다. 예를 들어 라틴어는 지금이나 그 때나 문법이 거의 똑같다. 그래서 라틴어를 열심히 한 뒤에 로마시대나 중세유럽으로 가면 그나마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고대 라틴어의 발음도 현대에 와서는 언어학자들이 열심히 재구성해놓으니 아마 말이 통할 것이다. 다만 라틴어는 지금처럼 남녀노소 쓰는 공용어의 지위라기보다는 중세 시대에는 교회나 식자들이 쓰는 전례/학술용어였고, 로마 시대에도 민중이 쓰는 俗라틴어와 고전 라틴어가 다르니 공적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일반생활에서는 애로사항이 꽃필 수도 있다.[11]

아랍어도 생각할 만하다. 이 쪽은 꾸란의 번역조차 금지하고(번역만 안한 채로 다른 나라에도 나오지만) 문자를 꾸란 위주로 해놓았기 때문에 차이가 거의 없다.

한자도 한문학을 하는 수준이라면 필담으로 어떻게든 할 것이다.[12]

이외에 그리스어도 읽는 법과 일부 차이점이 있는 정도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한 영화 13번째 전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13번째 전사로 선택된 주인공이 북구인들과 함께 길을 가며 한동안은 말을 못 알아들어 고생하다 차츰 말을 알아듣고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주인공은 그 덕분에 다른 전사들의 인정을 받아 좀 편하게 생활한다.

위와 같은 일들을 잘 반영한 소설로는 쥐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SF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타임라인으로 언어문제나 인문 문제 등 과거로 갔을 때 생기는 별별 일들이 있다. 그것도 이고깽이 아니라 당시 시대의 전문가인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군인까지 가는데도 말이다. 참고로 영화판에서는 이게 잘 드러나지 않으니 소설로 보는 편을 추천.

십이국기에서는 평생을 이계(異界)에서 살아도 결코 그 세계의 언어를 못 배운다. 그 세계의 술법(術法)으로 통역만 가능할 뿐이다. 그만큼 이계(異界)의 말을 배운다는 사실은 어렵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13] 십이국기에서는 근대 일본에서 이계로 넘어가서, 거기에서 수십년 동안 생활하며 언어를 익힌 몇몇 등장인물이 있다. 1명은 그 세계의 한자와 일본의 한자, 혹은 그 인물이 익히고 있던 초보적인 중국식 한자가 어느 정도 통하여 필담하면서 언어를 배웠고, 한쪽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배웠다는데 어눌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둘 다 언어를 배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 듯, 나이가 꽤 있었다.

사실 십이국기의 경우는 그냥 말만 같은 '인간'이지, 저 동네의 인간은 여러모로 생태나 세계를 구성하는 원리 자체가 지구, 지구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외계인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현대인과 과거인처럼,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같은 인간이라면 수십년 동안 살아도 언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현실에서도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말이다.

코니 윌리스의 소설에선 과거로 가는 사람 머릿속에 화학적인 번역기를 심어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것도 가는 본인이 죽어라고 당시 언어를 공부해야 된다.

이고깽은 이미 판타지니 지구의 어떤 언어도 안 먹힌다라 전제해야 좋다. 번역 마법이라든가 마음으로 대화하는 편법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귀찮은 양판소 작가들은 넘어가자마자 언어를 그냥 한큐에 자동 습득한다는 설정으로 메꿔버린다. 성의가 없어서 정말...

3.6. 자신이 새롭게 습득하는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한다는 이론

중세인류나 현대인류의 생물학적 차이는 거의 없지만 교육에 따른 지식의 차이가 있겠다. 그러나 지식의 차이가 연산능력의 증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다른 예를 들면 마법에 중요한 것이 수학이라고 나오면서 이고깽이 공식 좀 써넣으면 "오오~ 저런 신통한 해법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만일 현실이라면 현대의 수학기호가 그 시대에 안 통하는 건 둘째치고 그 당시의 수학자들이 무시당한다고 거품 물고 쓰러질 처사다.

참고로 덧셈과 뺄셈의 +, -는 1514년 네델란드의 수학자 G.V. 후케가 처음으로 썼고 곱셈의 ×는 1631년 영국의 W. 오트레드였으며 나눗셈의 ÷는 1659년 스위스의 J.H. 란이고 등호로 =을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R. 레고드이다. 한마디로 현대수학기호를 써봤자 개발이 안 된 당시이므로 소용없다. 게다가 아라비아 숫자는 12세기 무렵 유럽에 전파했다. 현대의 수학 공식을 써넣어 봤자 그 시대 사람들이 못 알아먹는다. 수학이 바로 마법사용과 직결되는 시대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시 최고의 석학들이 겨우 공식 몇을 좀 배운 고딩에게 발린다면 모순인 상황이다. 미적분이야 근대에 와서 정립했지만 중세에도 개념은 존재했다.

더욱이 과거로 이동한다고 해서 경시 수준의 상상력과 창의력, 응용력 없이 공식만 줄줄 외워 교과서 문제나 푸는 평범한 고딩은 당연히 중세 수학자에게 발려야 정상이다. 수학은 절대적으로 응용력과 창의력,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라서다. 공식 몇 개 더 안다고 끝나는 게 절대로 아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경우 고대 그리스 시대에 거의 모든 틀이 나왔고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중세에 나타났으며, 그때 수학자들은 이런 문제들로 경합을 벌였음을 기억하자. 게다가 단순한 공식 암기형의 입시위주 교육만 받은 학생이라면 더더욱 답이 없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를 풀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중세 수학자와 현대 고등학생을 비교하는 건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가 산수공부 좀 했다고 자랑하는 유치원생에게 발린다는 것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그 고등학생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식과 방법론들은 전부 과거의 사람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물론 복소수나 행렬과 같은 개념은 고등학생도 알지만 충분히 획기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지식 맞다. 고대의 수학이 기하학과 수론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많은 한계에 부딪혔지만, 현대의 해석적 방법을 동원한다면 술술 풀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이것들의 개념부터 이해해야겠지만... 다만 당대의 경쟁을 뚫고 일류 수학자 소리듣는 사람이라면 저런 개념들을 흡수해서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켜 얼마 안가 고딩을 발라버릴 것이다. 역량, 즉 밑천의 문제다. 수학으로 밥해먹는 사람이랑 평범한 일반인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위에서 계속 나온 말들이지만 조금 더 보충하자면, 선사시대 이후 역사시대에 접어들면서 역사 시대 초기의 인류나 지금의 인류나 지적 능력은 사실상 같다.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심지어 원시부족들이 일반적으로 현대 문명인들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까지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부족을 보면 수십 대 조상부터 내려오는 자기 가문의 수백 명의 족보를 줄줄이 암기해서 읊고, 반경 수백 킬로미터의 사막 내의 모든 주요 지형지물과 유용한 동굴, 오아시스 등을 엄청난 양의 암송시처럼 만들어 외운 예가 있다. 문자가 없는 부족이라 이러한 기억은 순전히 구전으로 전승하는데, 학자들이 해당 위치를 찾아가 보면 암송에 나온 바로 그 자리에서 몇백년 전 그 노래가 업데이트(?)했을 때 방문했었던 부족민 선조의 흔적이 나온다고 한다.

쉬운 예시로 휴대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현대인들은 대개 자신과 관계한 전화번호 2~30개는 다 외우고 다녔으나(영업사원 등 특수업종 종사자들은 수백, 수천개를 외우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은 휴대전화의 주소록 기능이 그런 기억을 대신 해주니까 두뇌가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가족이나 절친의 전화번호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지털 치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높은 환경적 압력에 맞서 살아왔으니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많이 배웠냐와 못 배웠냐의 차이인데, 상기되었듯 많이 배워봤자 그게 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학습이 완벽히 개념의 이해까지 되었는지의 문제도 있고.

그래도 힌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인류는 문명과 학문의 발달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발전해왔고, 이를 몇 번만 생략해도 세대 단위로 뛰어넘을 수 있다. 물론 그래도 그 시대의 학자들만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어서, 그렇지 못하면 그 시대의 학자들에게 순식간에 발려버린다. 하다 못해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간다면 뭐라도 만들겠지만(그나마도 현대적인 공구가 없는 상태에서) 고등학생 레벨에서 배울 지식으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못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면 좀 개그지만 수많은 전문 직종인이 원시수준의 행성에 단체로 유기돼서 몇 달이 지나도 한다는 짓은 불 피우라고 준 나무로 고작 귀이개 만든 것뿐(...). 이 인간들은 고향 행성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버린 인간들이긴 했다.

물론 체계화한 미적분의 도입과 통계에서의 지식으로 사회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전이된 인간이 그걸 목도할 만큼 살아있을지다. 획기적인 지식의 전파를 막기 위해 쓱싹하고 사라지는 수가 있다.

현대의 수학기호는 서양 기준으로 근대에 썼다. 그리고 우리가 고등학교 수준에서 배우는 수학은 미적분과 통계 정도를 빼면 고대, 중세 수준의 수학을 쉽게 풀어놓은 수준이다. 즉 현대 고딩들이 설명하는 방식을 아는 수학자는 대부분 고딩이 아는 범위라고 해도 그 이상의 수학 지식을 갖추었다고 보면 된다.

3.7. 전쟁 기술이나 전략 전술을 이용하는 경우

위에서처럼 현대의 총이나 폭탄 등의 과학 문명이 필요하지 않은 순수한 전쟁 기술만을 전파하는 것. 이도 실제로는 전혀 쉽지 않다. 우선 군부대의 통솔권부터 쥐어야 하고, 설상 통솔권을 쥐어도 실제 전투는 게임과 다르다. 고딩이 통솔할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심각한 것은 장거리에서 투사무기로 전쟁을 치르는 현대전과 달리 전장 상황 자체가 적군과 얼굴을 맞대고 냉병기로 치며 부시고 잘라내며 순대가 튀긴다(...)는 점이다. 성인들도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고, 투사무기를 쓰는 현대전에서도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은 물론 지휘관들조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림을 상기하자. 전투지휘소에서 지휘만 하더라도 중세의 전투지휘소는 전장 바로 코앞에 설치하는 때가 매우 흔하다.

그리고 역시나 고등학생이 생각하고 구사할 전술이라면 실질적으로 그 세계의 장군들이 이미 쓰고도 남았을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14] 골빈 깡통으로 취급받곤 하는 중세의 기사들이 유목민족 궁기병들이 쓰던 스웜 전술을 몰라서 안쓴 것도 아니고, 고대 아테네의 팔랑크스들이 괜히 다른 전략을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니다. 어떠한 전술을 안썼다면 병사의 훈련도, 병과의 부재, 무기체계, 정치적 상황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당연히 있다. 단순하게 작전을 짜는 문제가 아니라 그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건 행정의 영역이다. 당연하지만 행정은 절대로 쉬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작전 이상으로 복잡하며 어렵다. 거기다 밑에 나오는 통신의 한계 때문에 하위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되 자기가 생각한대로 하기 위해서 하위부대까지 전부 전략관과 전술관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군대는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다.

백번 양보해서 병사의 훈련, 병과, 무기체계 등을 전부 현대와 비슷하게 군대를 만들더라도, 국민개병제 이전에는 탈주율이 엄청났다는 사실까지는 어찌할 수 없다. 자칫했다가는 먼치킨급 화기를 든 놈들이 무더기로 탈영해서 먼치킨급 무기를 든 패잔병이 되어 지역 치안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고대나 중세면 육체적 힘이 센 사람일수록 보통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얻었다. 고도로 발달된 무기와 장비를 운용하는 현대의 군대에서도 체력은 여전히 전투력을 평가하는 데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요소이며 이 때문에 병사들의 기초 체력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창과 칼로 백병전하던 시대라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다.

중국의 삼국지연의만 보더라도 책사는 명문가 출신의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장수가 조언 한번 정도 뽑아내는 사람 신세로 전락한다. 삼국지의 유명한 책사들인 제갈량, 사마의, 순욱, 주유 등은 실제로 당대 명문가 출신들이다. 게다가 이렇게 잘나가는 1등급 책사도 자신의 조언이 잘못이면 순식간에 목이 날아간다. 게다가 애초에 삼국지연의 자체가 문사들이 구성한 곳이 많아 실제 역사보다 책사의 비중을 크게 놓았다. 원래 책사를 고용하는 까닭이 작전 실패시 주군 대신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출신이 불분명하고 힘도 기준치 이하인 비리비리한 사람의 말이 아무리 옳아도 대부분은 무시할 것이고, 어쩌다가 지휘관의 눈에 들어서 책략을 조언해도 실패하는 순간 바로 신용을 잃어 패전의 원인으로 찍혀서 목에 칼이 날아오는 참변을 겪기 십상이다.

또한 애초에 전술의 수립이란 전장의 형태를 판단할 안목과, 그러한 지형에서 적이 어찌할지를 대충 예측한 뒤에 수렴해야 마땅한데, 이러한 안목은 경험으로 익히니 책 몇 권 읽은 밀덕이라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전장 지형을 보기에 적이 공격해올 경로가 셋이고 그래서 그 셋을 모두 막았다면...
적은 네번째 길로 공격해 올 것이다.

전투 자체가 일종의 도박이고 팽팽한 전장에서 한순간에 판단이 전황을 가르기에 전쟁터에서 몇 년씩 구른 장군이나 무패행진을 해온 명장 소리 듣던 인물도 한순간 실수로 훅 가버린다. 역사상 난다긴다하는 장군 중에서도 실수나 패전을 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책 많이 읽었다고 설친 밀덕의 최후는 이미 실제 역사에 있다. 조괄 항목 참조.원숭환 같은 반례도 있긴 하다만

마지막으로 위에 말한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정말로 제대로인 전략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도 과거의 전쟁터에서 그걸 효과적으로 쓰기 힘들다. 과거 세계엔 개인이 휴대가능한 무전기가 없다. 아무리 훌륭한 판단력을 지녔어도 복잡하게 전개하는 전쟁터에서 실시간으로 전쟁터에 명령을 하달할 방법이 전무하다.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인데, 깃발이나 나팔 등을 통한 통신수단도 각각의 한계는 매우 명확하고,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각 부대가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조차 없으며, 파악했을 때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이기 때문이다. 만약 언덕이나 동산 같은 고지대에서 병력의 배치상태를 잘 살펴볼 수 있다고 쳐도 까딱 잘못했다간 크림 전쟁 당시 발라클라바 전투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전략, 전술의 기본기는 정석으로 통하는 법이 있기에 지닌 지식으로 하지만 통신법이나 지휘법은 시대별, 장소별로 다 다르니 이것도 따로 익히고 그에 맞추어서 바꾸어야 한다. 그 시대에서 당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게 교육하고 거기에 걸맞는 지휘체계와 통신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미 군사전문가 수준 이상이다. 적어도 고등학생이나 일반 현대인이 쉽게 할 분야는 아니다.

그리고 옛 전술전법은 전부 이러한 연락방법이 가지는 한계를 전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前 국방부장관인 김태영 장관이 말한 "실제 상황은(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15]

굳이 중세까지 갈 것 없이 전장 상황을 실시간 화상으로 전달받고 각 병사들에게 명령 하달이 가능해서 지휘관이 RTS 게이머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제공받았던 90년대 미군 레인저조차 너무나 복잡하게 변화하는 시가전 상황에서 병력이 온통 흩어져 지휘 통솔 자체가 제대로 안 된 예가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이 좋은 예시.

3.8. 예언자

밀덕이나 역덕이 자신이 잘 아는 시대로 타임워프하는 경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언하여 명성을 얻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2차대전 초기의 미국에 떨어져서 진주만 공습을 예언하거나, 삼국지 시대에 조조 진영으로 가서 공명의 함정을 밝히거나 하는 식.

그런데 보통 이러한 예언이 확실하다고 믿을 근거는 자신이 현대에서 읽었던 역사책 뿐인데, 역사책은 기본적으로 후대에 전달된 기록이고 따라서 그것만 가지고 그 당시의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어느 시대에나 국가를 이끄는 높으신 분들은 여기에 휘둘릴 리는 없고 오히려 유언비어를 퍼트린다고 체포하거나 끔살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자신의 존재가 그 세계에 간섭하는 바람에 인간 사회 뿐만 아니라 자연현상마저 완전히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예언이 들어맞는다고 해도 그 예언 자체가 그 시대 인물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쳐서 역사를 바꾸면 그 시대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당연히 며칠 뒤의 세상조차도 더 이상 자신이 잘 아는 그 시대와는 천지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진주만 공습을 하러 가던 일본 연합함대가 중간에 역습을 겪는다면 일본은 그 이후로 원래 역사처럼 전쟁을 지속할까?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자신이 생각없이 내뱉은 한번의 예언이 나비효과로 작용해 나머지 모든 역사 지식을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다. 역사 개찬계획

우리가 아는 역사 지식 또한 별로 완전하지 않다. 현재까지 역사학자들이 밝혀낸 정보와 실제 역사는 얼마든지 다를 수도 있는 법이고 지금도 외부에 알려진 이유과 실제의 이유가 다른 역사적 사건은 엄청나다. 역사학에서 다루는 역사 자체가 그런 식의 반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나마 확실한 방법은 복권 번호를 맞추거나, 대박 기업을 미리 알아서 주식 투자를 하거나(포드 자동차나 제네럴 일렉트로닉스, 애플 같은 것), 그 시대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광물 자원이 있는 땅을 먼저 사버리거나, 장래의 개발 지역을 미리 사두는 부동산 투기 등등(...)이 있다. 차라리 돈이나 벌어서 나중의 계획을 위한 활동자금으로 삼아두는 것이 상대적으로는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자기만 알고 있는 게 최선일 상황이라 예언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주식 역시 조금 위험한데, 헝그리 정신으로 기업 임직원이 일치단결하여 발전을 이루어 낸 기업을 생각해서 그 과거 기업에 주식투자를 했는데 경영진이 그 투자금 먹고 날라버려 회사 도산이 난다면? 미래의 삼성현대는 없다!

3.9. 소결

특정한 조건 밖에서의 현대인 천재론은 "판타지의, 판타지에 의한, 판타지를 위한 구라"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애초에 현대인을 천재처럼 만든 그 무수한 과학과 기술은 아무 것도 없던 상태에서 옛 사람들이 생으로 고생해서 얻어낸 연구결과가 차곡차곡 쌓여 나타났다. 아이작 뉴턴이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다른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자.[16]

4. 현대인을 위한 변명

그렇다면 현대인의 지식은 아무런 쓸모도 없나 하면 그것은 아니다. 제약이 좀 심하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4.1. 고대어의 바다에 빠져라!

위에서 많이 강조되었던 언어의 문제점은 실제로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물론 당장 말이 통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다면 결국 해결할 수 있다. 그저 하나의 걸림돌일 뿐이며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언어를 배울 수 없으니 절망적'이라고 보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물론 상대가 아예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나 다른 종족이라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여담으로 위에서 언급된 십이국기는 이름만 '인간'이지 종족의 생태도 세계의 법칙도 아예 지구와는 다르니까 그냥 다른 차원의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에 더 가깝다.

인간의 언어 구조는 근본적으로 모두 같으니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결코 없다. 성실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배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배울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설사 아무런 기반지식이 없어도 말을 배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외국어를 하루아침에 배우기란 어렵지만, 언어습득 능력은 외국어의 바다에 빠지는 궁지에 몰리면 더욱 빠르다. 특히 우리가 지금 말하는 현대 언어의 직접적인 조상 언어처럼 근연관계가 깊은 언어라면, 그 사이 말이 아무리 많이 바뀌었어도 유사성이 상당히 높으니 아주 모르는 언어보다는 훨씬 빠르게 배우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나 지방에 간 다음, 주먹구구식으로 닥치는 대로 부딪히면서 그 동네 언어를 배우고 빠른 시간 내에 유창하게 익혀서 해당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매우 많이 있다. 만일 언어 습득이 절망적인 수준으로 힘들거나 수십년이 걸려도 더듬더듬 거리는 수준 밖에 안 됐다면 세계 인류가 이처럼 활발하게 소통하는 지구촌 시대를 맞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례를 들어보자면, 네덜란드얀 야너스 벨테브레이(Jan Jansz. Weltevree)의 경우 1626년 선원으로 홀란디아(Holandia) 호에서 근무하다가 제주도에 표착하여 관헌에 잡혔다. 조선에 반강제로 귀화해서 살다가 1653년(효종 4년) 헨드릭 하멜 일행이 표착했을 때 통역도 했다. 이 사람은 조선어를 전혀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30년 뒤에는 완전히 조선인과 같은 수준으로 말하게 되었고 오히려 네덜란드어를 많이 잊어버렸다.

게다가 언어만이 아니라도 없어도 인간에게는 눈치라는 것이 있고, 말은 안 통해도 서로서로 감정과 의사는 어느 정도 나눌 수 있다. 같은 인간끼리는 손짓발짓 하고 어버버 하다보면 자세히는 안 되도 어떻게든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멜표류기》를 보면 벨테브레가 도착하여 통역하기 전에는 조선군과 손짓발짓 하면서 눈치로 어찌어찌 의사소통을 나누었다.

물론 이것이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고 노력과 성의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례 말이 안 통하네 어쩌지 하고 토라져 있으면 평생 벙어리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현대인이 천재라는 주장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인과 현대인을 불문하고 가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에 가깝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언어를 쓰는 사회'에 떨어졌을 경우를 상정하자면, 일단 상당히 실증성이 높은 사례로 버마를 하러 떠난 침례교 선교사 애도니럼 저드슨(Adoniram Judson, 1788년~1850년)이 있다. 이 사람은 버마에 갔을 때만 해도, 버마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버마에서 버마어를 가르칠 사람을 구하기는 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도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게다가 버마어와 영어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었다. 그야말로 물에 빠져서 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했는데 지푸라기도 없는 상황. 그래도 일단 선교를 해야 하니 하루에 무려 12시간 동안 서로 말도 안 통하면서 어떻게든 대화를 하면서 버마어를 배우려고 애썼다.가르치는 쪽도 답답 그렇게 배우기를 3년. 애도니럼 저드슨은 버마어로 대화하는데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애도니럼 저드슨은 나중에는 버마어 사전도 만들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루 12시간 씩 3년 정도 공부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라면 무리없이 쓸 수 있게 될 것이고, 아마 판타지 세상에 떨어진 인간이 언어를 배울 기회를 얻는다면 따로 할 일도 없을 것이니 어떻게든 말을 배우는 것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4.2. 사용하는 지식이 엄청나게 간단하며 혁신적인 경우

손씻기라든지 통조림 같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혁신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지식은 충분히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손씻기를 도입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예도 있고,고딩도 이해할 만큼 확립한 수리체계는 분명히 매력적이며 강력한 요소다.

어떻게 이것들을 도입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대뜸 이세계에 떨어지면 앞에서 서술한 언어를 해결해도 아는 사람이 1명도 없다. 일단 좋은 곳에 드랍되어야 한다.

또한 생존 뒤라도 낯선 이방인으로서 권력이 하나도 없는 이세계인이 어떻게 지식을 전파하느냐가 문제. 손씻기만 해도 의사가 제안한 것임에도 도입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고, 비웃음만 실컷 샀을 뿐더러 물품 낭비하는 자라고 취급받앗다. 이런 지식을 퍼트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높으신 분들에게 지식의 효용성을 입증하기인데, 자신들 이익을 위해 단물만 빨아먹고 다른 나라에 그 지식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문도 권력도 없는 일개인을 살려줄 까닭은 전혀 없기 때문에 목을 보전할 비장의 수 하나 정도는 남겨야 한다.

따라서 이런 지식들로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간간히 생활의 지혜로 써먹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괴혈병에 걸린 선원들에게 거 과일 좀 많이 먹으면 낫던디 라고 말해준다던지. 이런 지식을 국소적으로 전파한다고 털리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정 안되면 실마리라도 주면 된다. 이를테면 고전적인 흑색화약의 재료인 탄소(목탄), 질산칼륨(초석), 유황을 귀띔해 준다든지, 증기기관을 제시한다든지. 이런 건 굳이 전문지식이 필요없고, 어떤 재료가 들어간다는 확신 하나만으로 기술 발전에 1세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밖에도 태엽[17] 등으로 의외로 현대인의 상식 가운데 고대인들이 모를 만한 지식이 매우 많다. 하다 못해 공정은 간단한데 발명이 어려웠던 유리 제조라인 같은 경우는 매우 값질 것이다.[18]

정 안되면 프레스 공정의 개념만 대장장이들에게 알려줘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고대에 정밀공정할 것도 아니고 증기기관의 기본적 개념과 철강 프레스 개념만 알려도 고대 통치자 입장에서는 당신은 놓치기 어려운 매력적인 지식 보따리. "또 있는데 생각이 안난다."라고 말한다면 죽일 수도 없다. 죽지 않을 정도로 맞을 수는 있다. 소위 미래인 고문

이렇게 힌트 하나 하나 슬쩍슬쩍 던져주면 권력자들도 죽이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권력자가 상당히 이성적이거나 계산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깔아야 할 것이다. 성급하거나 생각없는 자라면 역시 바라는 정보만 취하고 목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 이놈의 목을 쳐라! 그런데 여지간히 병신이 아닌한 권력자는 이성적일 확률이 높으니 이 점에서는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악운에 악운이 겹쳐 권력자가 성미 급한 사람이라면 일단 아부부터 해서 측근이 되야한다.

4.3.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을 경우

판타지 세계관에는 과학이 없으니 어떤 기계의 필요성이나 핵심적인 작동 원리를 대다수는 모른다. 예를 들어서 발광 마법이 있다면 굳이 전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탓에 전기공학은 발달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잠수함이나 레이더 등의 병기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간보다 수백 배나 똑똑한 드래곤, 현대 과학을 초월한 마법사,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드워프 등 초월적인 조력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미스릴, 아다만티움, 오리할콘 등의 광물이라든가 연금술, 마법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는 현대인 천재론은 당연히 성립한다. 게다가 엄청나게 초월적인 조력자조차 필요 없다. 왕가의 후원을 받는다든지, 대부호의 지원 정도만으로도 장인과 노예를 마음껏 쓸 수 있다면 적절한 지휘와 함께 공돌이를 갈아넣으면(...) 좋다. 간단한 물건이라면 그 시대에도 최고 장인이 있겠으니 이를 보고 완벽히는 아니라도 비슷하게 따라 만드는 것쯤은 가능하다. 물론 재료의 문제로 복제할 물건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자전거에 딸려있는 소형발전기 정도는 만들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는 조력자와의 관계가 거의 부모와 자식 수준 이상으로 매우 친밀해야 한다. 조력자의 입장에서는 믿고 돈과 시간과 인력을 크게 들여서 도와줬더니 실패하거나 초기의 결과물은 써먹기엔 영 아닌 물건만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생물이 판을 친다.

게다가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대개 마법이 있으니, 실패가 잇따르면 그냥 마법의 사용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결정적으로 마법사가 일련의 실험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마법을 만들거나 마법의 응용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한다면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게 마련이다. 단순한 선원 출신이었던 박연(벨테브레)이 조선의 화포 제조법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자. 그러나 이런 경우는 사회에 도움일지 몰라도 이계진입자인 자신에게는 별로 도움을 안 준다. 박연의 경우는 상당히 운이 좋은 사례고, 보통은 이렇게 외국인까지 동원해서 만든 물건이 결과가 나쁘면 바로 투옥이며, 참아줘도 몇 번 실패작 나오면 역시 감옥에 들어간다. 소련의 로켓 천재이자 지금까지 운용하는 소유즈 로켓을 개발한 세르게이 코롤료프도 로켓 개발 초기에는 예산은 퍼다 쓰면서 아직이라고 해대다 굴라그로도 끌려가고 그 뒤로도 실패할 때마다 생사의 경계를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대규모의 개혁은 혼자서는 평생을 바쳐도 못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하려면 초월적인 조력자와 많은 양의 지식(매뉴얼, 백과사전, 전공서적 등) 등의 여러 조건이 붙을 때만 성공 가능성이 꽤 높다.

그런데 이런 기반을 갖추려면 고도의 정치적 능력이 필요한데, 현대에서 치이고 치인 찌질이(...) 고딩은 이런 능력이 나올 리가 없다.

4.4. 전문적 기술자나 기술사(史) 학자, 혹은 실제 천재라서 많은 양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

여기서 많은 양의 지식을 소유한 경우란 대학 교과서나 노트북 + 태양전지 등을 가져간 경우 등을 포함한다.

현대의 학문은 매우 전문화했고, 고도로 분화해 전문기술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사실 아무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기술을 처음부터 내기란 어렵다. 저개발 국가들이 순항 미사일을 못 만드는 것은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니고 개개인이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인프라가 없어서다.

예를 들어 증류기를 어떻게 쓰는지 아는 것과 어떻게 제조할 줄 아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 것과, 푸른곰팡이 씨를 구하고 다른 곰팡이와 구별해내고 성공적으로 배양할 줄 알고 그런 시설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19] 폭약도 마찬가지인데 흑색화약이 3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재료를 구하고 정제할 줄 알며 배합비율을 아는 것은 별개다.[20]

사망률을 낮추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누의 개발. 비누 제조법은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나올 만큼 간단하다. 비누와 사망률이 무슨 관련이 있나 생각하기 쉽지만, 위생 따위에 관심이 없던 중세의 상황을 잊어선 안된다. 비누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말 가운데 "모든 의사들이 살린 사람보다 비누가 살린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도 있다. 심지어는 불과 백수십년 전만 해도 의사들조차 기름때와 피로 범벅인 옷을 입고 수술을 집도했다.

실제 예를 들자면 1840년, 오스트리아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가 산파가 아이를 받을 때보다, 의사가 아이를 받을 때 산모·산아의 사망률이 더 높자 의문을 품는다. 전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단순한 동네 할머니가 더 실력이 높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제멜바이스는 산파들을 관찰한 결과, 산파들은 애를 받으러 올 때 깨끗한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반대로 그가 관찰한 의사들은 수술을 하고서는 씻지도 않고 다음 수술을 집도하며, 심지어는 자동차를 정비하다가 기름에 찌든 상태로 진찰이나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위생에 엄청나게 신경쓰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그 때는 환자의 피가 덕지덕지 묻은 가운을 입고 수술하는 모습이 의사들의 권위와 경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제멜바이츠는 수술할 때 깨끗한 옷을 입고, 알콜로 손을 씻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환자의 감염 사망률이 낮아졌다. 자그마치 1/20으로!!

그래서 제멜바이스는 손씻기 운동을 시작했으나, 오히려 사이비로 매도를 겪고 의학계에서 매장당했다(...). 이 사례는 본인이 아무리 획기적이라고 주장해도 그때 사람들 입장에선 개소리일 뿐이라는 측면을 잘 보여준다. 그런 걸 하려면 확실히 본인의 업적을 쌓고서 이름값이 높아졌을 때쯤 하자.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본인이 무슨 짓을 해봤자 사람들이 "오오 이세계 고등학생님 오오"라며 추앙할 만한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상술된 제멜바이스의 경우, 확실히 깨끗할수록 질병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통계상으로는 입증했지만 의학적으로는 대체 왜 그런지 제멜바이스 본인도 알지 못했다. 끝내 40년이나 지나서 파스퇴르가 병의 원인이 박테리아라고 밝힌 뒤에야 제멜바이스는 인정받았다. 게다가 그렇게 열심히 씻던 제멜바이스가 패혈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의사들은 청결무용론을 증명했다며 기뻐했다(...). 게다가 학회에서 의사들에게 손을 씻도록 지침을 내린 것은 거기서 30년이 더 흐른 1910년이었다. 백년 전만 해도 의사들도 손을 안씻고 진찰·수술을 해서 수많은 환자들을 죽였다는 이야기. 제멜바이스가 의사들에게 반감을 산 이유도 "손 안씻는 당신들은 살인자다!"라고 주장하며 광역 어그로를 끌어댔기 때문이었다. 지식을 도입하려면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정치력이나 말빨도 상당히 필요하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1831~1881)은 암살자에게 저격을 겪는데, 큰 부상은 아니었음에도 비위생적인 의사들이 수술하면서 패혈증으로 죽었다. 그래서 유럽 귀족들은 아프면 의사나 병원을 찾지 않고 웬만해서 아예 집에서 치료했다. 되려 이게 위생적으로 더 나았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는 수도꼭지도 페달식으로 해서 손으로 직접 안 만지고 발로 눌러서 틀거나 잠그고는 소독한 장갑까지 끼는 현대의 의사들이 보면 기겁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 어이없는 사실은 고대의 그리스나 로마 제국 때는 의사들이 철저하게 위생관리와 소독을 했다는 것.# 사회는 때때로 퇴보하기도 한다. 있던 지식과 기술도 사라지고 잘못을 시행하는 현실이니 새로 주입하기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이걸 하루아침에 이루라면 아무리 전문기술자라도 절대로 못한다. 이런 예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다.

  • 임진왜란비차(飛車)를 만들어 돌덩이나 비격진천뢰같은 것을 떨어뜨려서 폭격했으나 조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야사가 있다. 역시 오버테크놀로지 하나 갖고 세상을 제패하기란 무리다(...). 사실 이건 현대의 군대에서 개인 비행형 장비가 안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빠르면 사람 몸이 못 버티는데 그렇다고 느리면 쉽게 얻어맞는다.

  • 타임슬립 닥터 JIN의 주인공은 과거로 떨어질 당시 갖고 있던 의료도구 세트와 사기적인 능력(미나가타 진 항목 참조)을 활용해 처음 무사 집안과 인맥을 만들고, 계속해서 인맥을 넓혀나갔다.

하지만 일단 이 방법을 쓰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면서도 야생에서의 생존 기술이 뛰어나 자연에서의 대체물로 충분히 쓸 만한 장비를 만들 능력까지 겸비한 진정한 프로여야 한다.

4.5. 전염병이 돌 때

고대에는 2,30대의 전문가나 장군, 또는 천재가 등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린 전문가는 신뢰하기 어렵지만, 어쩔수 없는 까닭 중 하나는 전염병으로 다 죽어버려서 대체할 인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 때 당장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일단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도 높은 데다가 설령 운이 좋아 살아도 이럴 경우에는 급격한 사망률의 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으로 각지에 강도나 폭력배가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 현대인은 면역체계도 강하고 백신도 맞았기 때문에 무사하리라는 견해도 있는데, 당신이 떨어진 세계는 그런 현대적인 의료체계가 전혀 없는데다 현대에는 사라져서 백신 자체가 없는 지역적인 풍토병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천연두의 경우 1980년생 이후로는 근절된 것으로 보고 예방접종 자체를 안했는데, 과거에는 천연두가 대중적인 질병이었으니 면역이 없는 현대인은 떨어지는 즉시 병에 걸린다. 그리고 천연두에 걸리면 대부분 바로 죽는다.

이걸 예방하기 위해 약과 의료기구를 지참한다면? 가격과 부피에서 대개 이미 절망적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한 키니네만 봐도 매일 1정 이상씩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음식의 경우도 그 시대에는 기본적인 빵조차 톱밥과 각종 이물질이 섞여서 나오고, 물도 근처의 썩은 강물을 대강 길어서 파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 그걸 가려먹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산이다.[21] 게다가 이마저도 전염병이 돌면 사방에 썩은 시체와 병균 천지인데 오염되지 않은 식량 자체를 찾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인은 자신의 몸에 있는 세균을 백신 및 자연적으로 강화된 면역력으로 억누르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실제로 이 세균은 과거의 세균과 비교하면 수백만 세대 이상의 진화를 거친 초 강력한 슈퍼 세균일 수도 있다. 즉, 현대인을 과거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과거 세계에 생화학 병기를 투하하는 행위다.[22] 까딱하면 감기 걸린 현대인 하나 때문에 그 시대의 인류에게 스페인 독감(...)이 퍼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일단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문가로 자라잡으려면 첫번째 일을 완벽하게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2-3회 이상 벌이면서 빠른 시간에 진정한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사람이 없는 기간에만 그럭저럭 인정하다가 인구가 회복하면 단숨에 실업자로 바뀔 것이다.

4.6. 거대한 현대문명 집단이 많은 양의 현대문명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

1명 내지 소수의 구성원이 한정한 문물을 가지고 이주할 경우, 소설과 달리 생존률은 극히 낮다. 현대문명 문물들은 작동하는 데만도 전기나 석유 등의 자원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도라에몽에서는 노진구가 생필품 몇을 가지고 원시시대로 들어가 봤지만 물에 한 번 빠진 이후 무용지물이 되어서 원숭이 취급 받고 애완동물로 전락했다. 이건 애초에 노진구가 뭘 해도 안될 놈이라 그런 거긴 했지만

하지만 많은 수의 현대인이 이주할 경우, 특히 소화기를 비롯한 무기 체계가 있을 경우 현저한 기술우위를 이용해 원주민을 약탈하는 등의 형태로 패권을 차지하고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이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소설 808 포병대대의 경우는 이동한 인원은 군인 3명뿐이었지만 자주포와 전산 착오로 다량의 탄약 및 보급 물자가 박스카 단위로 주어졌으며 판타지 세계 진입 초기에 드워프의 도움을 얻어 차량의 동력을 마법을 쓴 일종의 영구기관으로 바꿔서 연료 문제도 해결한다.

해리 터틀도브의 The Guns Of South에서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우월주의자들이 AK-47과 유탄 발사기와 우지 기관단총 수백 정과 수만 발의 탄약을 가지고 타임워프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남부 연합의 진압군에게 처참하게 굴복한다. 작중 설명을 하자면 현대인 천재론에 입각한 일당들은 남부독립 뒤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하려다 실패하자 리 장군 암살 작전을 벌이고, 그것마저도 끝내 실패한 후 진압된다.

소설 대한민국에서는 크레모아로 일본군을 쓸어버렸지만, 일본군의 검시와 잔해수거로 일본군이 비슷한 것을 만들고, 탄약과 무기의 수급을 위해 독일과 기술을 공유해 제작하며, 장제스에게 지원요구를 대가로 M-16을 넘기고, 작중인물의 실수로 K2 소총도 뺏길 뻔하는 등의 상황을 보여주며 현대인이 기술을 독점하는 상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실은 지네 제식 소총인 아리사카 하나도 제대로 양산 못하고 스튜어트 M1 개런드 조차도 제대로 못 복제한 일본군 애들이 무슨 수로 현대 소총을 복제하겠느냐만은, 그리고 그것보다도 못한 장제스가 M-16을 받아서 뭣 하겠느냐만은 무슨 중국 군벌 무기 제작기술은 좀 치우처서 그렇지 나름 잘 복제한다 콜드 1911이나 마우저 C96 등은 일본군이 노획해서 잘쓸 정도의 물건이다 아리사카는 전쟁 말기에 만들어진게 이미지 까먹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나마 작동은 하는 총이었다

반대로 집단과 문물의 질적, 양적 수준이 모두 높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 더 세틀러다. 22세기의 지구에서 화성의 테라포밍을 위해 파견한 원정단이 의문의 힘에 의해 우주 어딘가로 차원이동하여 판타지 세계의 모습을 한 행성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과학자와 군인, 민간인들로 구성된 수천명의 인원과 수많은 장비, 식량자원과 22세기 수준의 강력한 군사력까지 갖춰서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그 행성에 있던 기존의 국가들은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적대하고 공격했으나 원정단의 군사력에 작살나며, 심지어 원정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인명 피해도 입지 않는다. 나중에는 오히려 원정단 측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증기기관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문물을 전해주며 문명 수준을 직접 이끌어 올린다.

물론 완전한 기술독점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지만, 현저한 기술우위를 유지한다면 패권을 차지하는 일이 상당히 수월할 것임은 분명하다. 현대의 기술 선진국들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분야별로 3년에서 10년 정도다. 하지만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기술력과 한국의 그것을 실제로 비교하면 그 10년도 안 되는 기술격차를 가진 국가를 따라잡는데도 몇십 년을 걸려서도 힘들 만큼 엄청남을 느낄 수 있다. 이해가 힘들다면 2차 세계대전 등 실제로 일어났던 전쟁사에 예시가 많다. 2차대전에서 일본군은 가끔 M4 셔먼 몇 대를 노획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걸 가지고 치하 등을 개량하는 건 꿈도 못 꾸고 계속해서 털렸다. 당시의 일본은 영국, 미국, 독일 등을 뺀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선진국이었음에도 그랬다.[23]

기술 격차가 10년 이내인데도 이러했는데, 기술 격차가 최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달하는 원주민들이 소총이나 크레모아 같은 생소한 것을 몇 노획해 복제품을 제작해서 현대인 강냉이를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건 원주민 천재론이다. 노획한 물건을 가지고 기술을 복제하는데 성공해도 티거를 노획해서 치하나 만들면 그나마 다행이고, 기술력에 따라선 그나마도 만드는데 십년 단위로 걸리거나 양산에 실패할 경우의 수가 더 높을 것이다. 아예 2차대전 당시의 일본군처럼 노획품을 분석하다가 엄청난 기술격차에 쇼크먹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팡구에서는 이지스함이 통째로 2차 세계 대전 시기로 넘어가지만 여기서도 연료는 어떻게 되지만 탄약 보급과 수리의 문제 때문에 그 소모를 감당하기가 차츰 힘들었다. 손상된 포신을 당대기술로 대체해서 몇 발 쏘지도 못하고 도로 망가진다거나 등등. 공업기술이 몇 번 본다고 따라할 수준은 아니다. 이건 당시 대다수의 일본군 무기가 너무 구린 탓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소수의 최신무기로는 다수의 구식무기를 못 막아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에는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잡거나, 아니면 진짜 일개 개인이 못 감당할 지경으로 많은 물자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거나, 심심하면 물건을 현대에서 끌어올 포탈이 있는 등의 보조설정이 필요하다. 아니면 1904 대한민국처럼 나라 하나가 통째로 과거나 이계로 가도 괜찮은 선택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술 우위와 패권을 차지하는 것 자체는 쉽지만 이걸 계속 유지하는 기간은 짧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기된 예시는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들의 경우고, 과학이나 기술에 관심이 많은 국가(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처럼)가 있다면 조악하게나마 모방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도 매우 빠르며 일단 최종목표물이 바로 확실하게 보이니 기술개발시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정도도 적어 무서운 만큼 기술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다. 덤으로 이런 국가에 거금을 받고 기술을 유출하는 스파이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 현실에서 백년차이라 안심하고 천천히 일하다간 25년 안에 동급의 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적 앞에 박살날 수도 있다.스트로그XCOM 시리즈 외계인 같은 애들이 미개한 지구인을 한번에 제압 안하고 시간 끌다가 헬게이트 열리는 경우[24]

설령 주변이 완전히 미개한 종족이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존재들은 기술발전할 능력은 적을지라도 사용자를 습격해서 죽이고 무기를 탈취한 다음에 사용법을 익히는 능력은 매우 빠르다. 한 마디로 말해 총을 만들 능력은 없지만 총을 빼앗은 다음에 능숙하게 장전, 조준, 발사하는 것은 원래 사용자를 능가할 수 있다.그러니까 마스터 치프 같은 애들이 탈취한 고스트 타고 깽판치는 경우

4.7. 왕족이나 귀족, 영주 등의 직위에 있는 경우

빙의물이나 환생물, 건국물 등이라면 정통성도 있고, 자기 밑에서 벌어질 웬만한 압력이나 반발 정도는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다. 조력자나 초월적인 조력자를 얻기에 평민보다 훨씬 유리하며, 자원이나 공돌이를 투입에도 자유롭다.

단 자신이 위의 직위에 있다면 늘 주변을 경계하고 국내와 국제정세를 항상 살피며 일반 내정에도 충실해야 한다. 옆의 국가가 보기에는 왕이 미쳐서 이상한 것을 개발한답시고 돈과 인원과 자원을 낭비하는 꼴을 보고 쳐들어가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무리하게 테크를 타다가 일꾼 러시에 박살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근대에 가까워진다면 단두대에 머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나오니 특히 국내의 반란분자나 자유주의 운동의 움직임을 상시 주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노래 정도의 상황은 약과일 수도 있다.

물론 근대에 가깝고 계몽주의와 자유주의가 나왔을때 대인배스럽게 왕족이나 영지의 전부, 아니면 대다수를 포기하고 계몽주의와 민주주의등 자유주의 사상에 몸 담그면 아마도 운좋게 당신이 살아있을 때, 혹은 당신이 죽고나서 얼마 뒤에는 당신의 대인배성이 세계 널리 알려질 것이다. 별로 남는 건 없다는 건 마찬가지다.

4.8. 문명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

이 아래의 목록에 있는 기술, 또는 개념이 발명(발견)되지 않은 구석기 시대 세계라면 이계진입한 평범한 고등학생이 20분 정도 노력해 문명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겁스 영문4판(국문2판) 겁스 무한세계 출전.


  1. 바퀴
  2. 지렛대

  3. 문자
  4. 숫자0의 개념

  5. 목축
  6. - 다만 생각보다 위력이 있는 것을 만들기 힘들다. 부담스럽다면 부메랑에 도전하자.

경우에 따라 신농 또는 복희와 같이 신으로 추앙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면 재미가 없으니 이런 이고깽물은 없다. 그래도 가끔 이런 것을 자기가 만들었다라 사기치는 내용은 드물게 나온다.

약간 다른 예이지만 9번의 활의 경우 심형래 씨의 영화로 유명한 "티라노의 발톱" 소설판에서는 주인공이 전투에 능숙해진 것 + 자신의 부족에는 없던 활의 존재라는 2가지의 이점[25]만으로 혼자서 부족을 평정하고 티라노를 유인해서 처리하는 활약을 보인다. 단, 활이라는 무기는 구석기 시대에 이미 발명한 무기라 쓰려면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런 곳에 떨어져서 살아나려면 야생에서의 생존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즉, 원시우림에 떨어져도 충분히 먹고 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여러분이 먹은 날고기가 조금 상했다는 까닭 하나만으로 여러분의 인생 마지막 식사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렇게 원시시대로 떨어지면 여러분의 생명이 짧음도 생각한다. 각종 질병과 기생충 덕분에 원시인들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지 못했고, 30살만 넘으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며 중요한 일만 가끔 하면서 모닥불 옆에서 불이나 쬐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라 80-90세에 할 일까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4.9. 예술가, 발명가일 경우

당연히 양판소에는 안 나오는 설정이지만 당신이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면 후세에 나올 작품들을 미리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그걸 사회에서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중세 유럽으로 떨어진다면 다른 화가들에게 원근법이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추앙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이나 조각이 당신의 특기라면 좀 암울하다(...). 기독교인이라면 도움을 줄 듯(...).

그러나 이것도 어려우니, 문명화되지 않은 원주민들에게 정육면체 투사도를 그려놓고 보여주면 실제 정육면체와의 연관성을 전혀 못 찾는다고 한다. 원근법과 같은 새로운 화법 또한 전혀 본 적 없는 사람한테 보여줘 봤자 이게 뭥미? 할 수도 있다는 것.

이렇게 그냥 이해만 못 받으면 차라리 낫다. 경우에 따라선 죽거나 죽을 만큼 고생할 수도 있다. 고대나 중세의 그림을 보면, 당시의 사상에 따라 중요하거나 높은 사람 또는 사물을 강조하는 의미로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놓은 일이 매우 많다. 특히 종교적인 미술에서 그런 면이 많은데, "실제로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이유로 이런 불문율을 따르지 않았다? 바로 끌려가서 종교재판 피고석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현대 문물 중 간단한 물건을 재현한다 해도 그 뒷일이 많이 귀찮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미 전기가 개발된 1800년대 유럽이나 미국에 떨어진다면 그냥 텅스텐과 진공유리관으로 만든 전구를 발명하고 로열티로 평생 먹고 살면 된다는 생각이 얼핏 들겠지만 안 된다. 당시 기술로 아무나 진공 펌프를 못 구함은 제껴 두더라도 재료 구하기부터가 골때린다. 에디슨은 텅스텐을 안쓴 게 아니고 못 썼다. 실제로 에디슨은 텅스텐을 실험했지만 당시 가공 기술이 떨어져서 실패. 탄소 필라멘트도 열이 모일 정도로 얇지만 바스라지지는 않을 정도로 두꺼워야 한다. 재료도 아무 나무나 갖다 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일본까지 가서 대나무를 얻어야 한다. 에디슨만한 규모의 시설이 없다면 꿈도 희망도 없다. 뭔가 만들려면 그 기반을 세워야 함을 잊지 말자. 더 이후인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조선이라는 세계 최고의 텅스텐 생산국을 식민지로 두고도 고속철갑탄을 뽑아내지 못했다. 필라멘트 가공보다 날탄 탄자의 가공이 훨씬 쉬운데도 말이다. 전시치하 생산 경제체제로도 불가능한 일을 일반인이 할 리가 만무하다.

만일 어찌어찌 하나 만들어내도, 특허법을 확립한 시기 다음에 떨어져야 잘 먹고 잘 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다만 특허분쟁에 잘못 발을 담갔다가 소송비용으로 파산한 실제사례도 있으니 주의. 게다가 그렇게 해도 불법 복제는 100% 막지 못한다. 과거로 갈수록 특허에 상대적으로 무감각하기 마련이라 스페인 같은 경우엔 20세기 초반까지 싸고 쓸만한 해적판 총기류(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권총들을 카피)로 유명했다. 만약 세계관에 군벌들이 난립하던 중국처럼 거리가 멀고 혼란스러운데다 특허권 개념도 없는 지역이 있다면 거기서는 더 거리낄 것 없이 복제한다.

특허분쟁이 나거나 혹은 당신의 특허가 침해받았다고 소송을 걸어도 별 소득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쟁사에서도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기관총이 특허전쟁에서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게다가 기술을 살짝 바꿔 특허를 피하는 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심지어 전쟁이 날 것 같은데 당신의 특허받은 기술로 만들 무기를 대량으로 조달시켜야 한다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당신의 특허를 정지시키거나 한두 군데 약간 고친 다음 당신의 특허기술을 쓴 것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그럴때는 돈내놓으라고하자. 안 주면 적국으로 망명해서 귀빈 대접을 받아라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류탄이 이런 경우.

4.10. 주인공이 원래부터 먼치킨인 경우


판타지 세계나 과거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원래 있었을 때부터 엄친아급의 스펙을 지니고 있는 완벽초인인 경우. 실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모든 문제를 하나부터 열까지 일사천리로 쉽게쉽게 해결한다.

가장 편히 이 문제를 처리할 방법이지만, 당연히 그 막장성은 웬만한 이고깽 가운데서도 최고 레벨을 달린다. 예를 들어 이능이 없는 중세 시대 유럽에 한마 유이치로를 보낸다던가

엄밀히 따지자면, 현대 사회에서 온 주인공이 중세 문명 수준의 판타지 세계에서 활약할 이유를 "현대인 천재론"으로 잘라 말하지 않고 "다른 현대인들이 온다면 택도 없는 얘기였지만 주인공은 원래부터 특별하고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시대차에 대한 개연성 문제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을 더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지만, 애당초 이런 이고깽류를 즐겨보는 독자들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무쌍난무 찍는 전개라 이들에게조차 좋게 보일 가능성은 낮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메리 수화되고 너무 먼치킨스러운 전개 때문에 다른 종류의 불쾌감을 준다는 건 덤. 이럴바엔 차라리 이고깽이 아니고 그냥 그 시대 인물인 주인공에게 이런 설정을 넣어줘야 더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

굳이 장점을 따지자면 현대 소재나 개그를 부담없이 넣을수 있다 정도? 제로의 사역마히라가 사이토의 메인 능력은 무기 조종이지만, 중간소재로 사이토의 옷의 재질이나 노트북의 섬세함 등의 내용이 지나가면서 다룬 적이 있다. 계생존귀환계획이라는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나름대로 능력이 있지만 중간이 가지고 있던 버너나 침낭들을 쓰는 부분이 있다. 그래봤자 뼉다구가 저 모양인데?

넓게 보면 "원래 초인이거나 강한 존재라는 인식이 독자들에게 익히 박혀있는 캐릭터를 판타지 세계로 보내 깽판치게 만드는" 전개도 여기에 속하며, 이는 곧 특정 작품의 2차 창작이나 크로스오버하고도 직결한다. 이를테면 제로의 사역마의 2차 창작 중 소환 관련 소재라든가. 물론 이 또한 지나치면 반드시 어느 쪽에서든 불쾌해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니 자제해야 좋다.

다만 주인공이 아닌 다른 조언자가 이런 포지션으로 나오는 일은 종종 있다. 주인공이 아니므로 성장의 필요성이 없으니 그런 듯.

비슷한 타입의 설정을 적용한 이세계물로는 노 게임 노 라이프가 있다. 이계로 건너온 주인공 남매가 말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천재 콤비이며, 건너온 세계의 법칙 자체도 이 남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되어있다.[26]

5. 결론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아더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에서도 위에 언급된 문제점들을 찾기 쉬움을 보면 아무래도 한국 전용이 아니라 만국의 소설에서 찾아볼 문제점일 수도 있다. 국내 소개한 소설들도 일단 어느 만큼 완성도를 담보한 물건들이기도 하고.

위 소설만 봐도 그렇지만 은근히 오래된 장르(...)다. 이는 근대, 특히 19세기에 들어서 자주 나오는데, 당시 이래저래 열등과 우월함을 나누는게 유행이기도 했고 야만문명 구별을 유독 좋아해서 굳이 현대인이 과거로 가는 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게 많다. 특히 유독 중세시대가 단골로 까였다.

물론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특수성을 살려 뜻을 펼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은 아니고 잘만 쓰면 뛰어난 흥미를 주는 일종의 로망일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을 설득력있고 근거있게 묘사하느냐는 어디까지나 소설가의 능력에 달렸다. 이 문서의 주제가 대책없는 '현대인 = 천재'단순공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현대인으로서 과거/환상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결과적으로 장르의 특성상 이런 작품이 완벽한 현실성을 보여주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적어도 사실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있다면 그 노력마저 무시하진 말자. 양판소라고 까이는 것들은 그게 기본적으로 안 되니까 까이는 것이다.

여담으로 중세는 고사하고 20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휴지라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게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것이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한다.

6. 판타지 세상에 떨어진 현대인을 위한 도움말

그래도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를 참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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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실 이 문서에 나오는 내용을 정리한 책이 있다. 바로 남성 퇴화 보고서라는 책.
  • [2] 현대에도 기아 문제가 있으나 이는 식량의 총 생산 부족이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 탓이다.
  • [3] 다만, 이조차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이다. 예를 들어, 의복같은 예를 생각해 보자... 의복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밑돌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산업 혁명 이후의 일이며, 그 이전까지는 섬유의 공급량 부족등으로 인해 오히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했다. 근대까지도 하인이나 노동자의 고용 조건에 '매년 옷 몇벌을 준다'는 조항이 괜히 삽입되어 있었던 게 아니다. 당시의 옷은 현재의 가구 비슷한,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선뜻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섬유는 어디서 구할 것인가? 이건 아예 소모자원인데, 현대와 과거 사이에 지속적인 물품 공급이 가능한 시간운송라인이라도 뚫어야 하나? 그리고, 12-13세기 이탈리아 상업도시를 이야기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상업도시는 길드의 주도권이 강했고, 이들 동종업 길드는 외부인의 참여에 극히 배타적이었다. 미래에서 기계를 가지고 온 기술자가 '나도 가게 차려서 옷 팔겠음! 나는 현대 기술로 막 만들어 팔거니까 니들은 다 굶어죽을거임!' 이라고 선언하면 기존의 길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1) 네 알겠습니다. 굶어죽겠습니다. 2) 너부터 죽여주마. 이를 생각하면 자신을 보호할 군사력까지 대동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기존의 업자들은 독살등의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위협적인 신참자를 배제하려 들 텐데 이건 어쩔건가? 식재료나 물도 현대에서 운송? 아예 나라를 통채로 들고가서 세계정복하는게 낫지 않을까? 요컨데, 현대 생산 기술이란 해당 기술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써 성립하고 기능하는 것이다. 이를 한 부분만 뚝 떼서 과거에 이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에러.
  • [4] 물론 망원경을 직접 만들기란 곡률의 지식과 유리를 매우 정밀하게 깎는 장인급의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
  • [5]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도 농활 하루 거들어주고 나서 이거 운동이라고 말하는 때가 많다. 이런 걸 운동이 아니라 생활로 평생을 했던 사람들마저 기사들의 체력은 못 이긴다는 이야기이다. 오죽하면 민개병제가 있었겠나? 입시위주 교육에 찌들어 책만 읽고 게임이나 하던 고등학생이라면 그저 답이 없어진다.
  • [6] 물론 이는 아주 잘못인 의학 지식이 의학계 전반을 지배했던 것도 한몫 한다. 사혈 요법이라고 해서 체액의 균형을 맞춘답시고 피를 리터단위로 뽑은 일도 있었고, 무조건 장을 비워야 좋다고 설사약을 먹여댄 때도 있었다. 이쯤이면 치료를 안해야 낫다.
  • [7] 이는 기득권의 의료독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근대 선교사 단체는 꼭 의료인을 1명씩 대동하고 다녔는데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만큼 호감을 심기 좋은 방법은 드물기 때문이다. 즉 이교도가 가진 의료기술이 우리가 가진 의료기술보다 좋다면 사람들이 이교도를 따를 우려가 생기는 것.
  • [8] 심한 곳은 마을 몇 개 거리 정도만 나가면 말이 안 통했다고 한다.
  • [9] 이 부분은 과학적인 사실과 약간 다를 수 있다. 현대에만 존재하는 SARS나 신종 인플루엔자, 에볼라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을 과거로 가지고 간다면 대규모 감염사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경우엔 시대를 넘어가는 경우 전혀 의미가 없다. 항생제 내성이란 특성을 가진 세균은 무언가를 희생해서 항생제 내성이란 특성을 얻은 것이기에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선 항생제 내성이 없는 박테리아에게 경쟁력이 뒤져서 사멸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을 얻은 박테리아는 과거로 간다면 내성을 잃거나 생존경쟁에서 밀려서 사멸하게 될 확률이 높다.
  • [10] 근데 이건 사실 루머다. 하지만 현실성은 충분.
  • [11] 물론 라틴어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예: IVSTITIA → Justitia), 이 경우는 시대에 따른 차이라기보다는 그냥 표기법이 다르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대 라틴어에서도 j는 그냥 모조리 i로 바꿔도 아무런 하자가 없고, u를 v로 쓰는 것도 표기법의 차이로 이해할 만큼 변화가 없으니 다른 언어에 비하면 양반이다.
  • [12] 과거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건너갔을 때 일본의 저명한 학자와 필담을 나눴다. 그런데 我們(우리)이란 표현을 쓰자 "나도 모르는 글이 있더라"며 학자가 혀를 찼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한자를 잘 안다고 저절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자와 한문은 다르다. 다만 저 我們(간체로 我们)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똑같이 우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 [13] 물론 이런 술법이 있으니 말을 안 배웠다는 것이 설명에 맞다. 더 편한 길이 있으면 사람은 그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마련.
  • [14] 손자가 기원 전 500년, 그러니까 무려 2,500년 전 사람이다.
  • [15] 거기에 스타크래프트는 유닛을 드래그 지정해서 우클릭하면 게이머가 원하는대로 이동을 해주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지휘관이 부대를 맡으면 가장 큰 적은 적군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군이다!
  • [16] 그러나 뉴턴이 말한 이 발언은 꼭 겸손이 아니었다는 말들도 있다. 여기 참조.
  • [17] 목재로도 태엽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각종 탈곡기의 발전을 뜻한다. 물레방아 같은 것에는 태엽 비슷한 것이 쓰인다.
  • [18] 고대 유리는 어지간한 보석보다 귀했다. 현대 공정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쉽다. 다만 유리제조공정의 향상으로 유리값이 똥값이 되는 것을 알아차린 길드의 목표가 될 확률이 무한히 커진다. 그 길드안에 들어가 신장이 되자 물론 베네치아나 네덜란드 등의 소규모 무역국가에서 독점체계를 차리는 식으로 선수를 치면 될 일이다.
  • [19] 물론 이만한 지식만 알아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을 갈아넣어도 되니까.
  • [20] 실제로 Mythbusters의 "임기응변으로 대나무 대포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나름 전문가라는 세 사람이 3가지 재료를 구입해서 배합비율을 몇 시간을 고민하고 몇십 번을 시도해도 상업용 흑색화약의 위력에 크게 못 미쳤다. 실험실에서나 쓰이는 1급 시약들을 배합해서 화약을 만들어도 만원짜리 폭죽 1발보다 못한 현실.
  • [21]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맥주, 와인, 차 등을 물 삼아 마셔댄 것에는 물이라고 아무거나 함부로 못 마실 환경적 특성도 한몫 했다. 지금도 유럽의 몇몇 지역은 깨끗한 수원지에서 퍼온 생수 가격이 맥주보다 비싸고, 중국에서는 차는 무료인데 생수가 유료인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같이 식수를 마구 쓰는 나라가 오히려 드물다.
  • [22] 신대륙의 원주민이 구대륙의 모험가들에게 당하여 인구수가 토막난 것도 비슷한 까닭이다.
  • [23] 물론 일본의 경우는 기술뿐만이 아닌 그런걸 제대로 굴릴 자원이나 상부의 결정 등 다른 외부적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한 경우에 가깝다.
  • [24] 물론 이 가정은 다른 나라들은 우리 기술 훔쳐서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걸 보면서도 이쪽은 하나도 발전 안하고, 넘치는 무력과 자금력이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들을 통제 안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나라 하나가 단체로 현실에서 로그아웃하지 않는 한은 보기 힘든 케이스.
  • [25] 첫번째의 경우 머리쓰는 건 확실히 나은데 육체능력은 거기서 거기다.
  • [26] 이 세계에서 폭력과 살생 자체가 금지되어있고, 모든 것을 게임으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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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15-08-30 14: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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