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북조에서의 활동 ¶
소연: 짐은 원래 꿈이 많지 않으니 이 꿈이 영험을 볼까 두렵네. |
더구나 정화가 전하기를 후경이 양나라로 넘어오는 일을 정월 17일로 전했는데 바로 그 날이 소연이 그 꿈을 꾼 날이었다. 이에 꿈을 더 확신하게 된 소연은 후경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조서를 보내 후경을 대장군 하남왕 도독하남하북제군사 대행대로 임명하니 사실상 하남의 지배권을 후경에게 위임했다. 이 결과 형식적이지만 유송이후로 상실한 낙양과 그 주변을 양나라가 탈환하고, 한 때 국경선이 황하까지 이르렀다.
1.3. 남조에서의 활동 ¶
소개: 후경은 고환의 총애로 고관후록을 누렸으나, 고환의 무덤에 흙도 마르기 전에 동위를 배신했습니다. 그리고 서위로 갔다가 우문태가 받아주지 않으니 우리에게 온 것입니다. 거기다 그는 그 많던 군사와 땅을 다 잃고 단기필마로 도망친 필부일 뿐입니다. |
그러나 소연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한편 고징은 양나라와 관계를 개선하려고 사로잡은 남예주자사 정양후 소연명[1]에게 말했다.
고징: 선친(고환)과 양나라는 10여 년간 사이좋게 지냈는데 지금 관계가 벌어진 것은 후경이 도발한 탓이지 양나라 황제의 본심이 아니오. 나는 사자를 보내 황제가 이전의 친선을 잊지 않는다면 나도 선친의 뜻을 어기지 않고 그대들을 모두 고국으로 돌려보내주리다. 더불어 후경의 가족들도 같이 보내주겠소. |
이에 소연명이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니 소연은 대신들과 의논했다. 주이는 다시 화해함이 마땅하다고 했으나, 사농경 부기는 고징이 후경과 이간질을 유도해 후경의 난을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주이는 계속 화해를 주장했고 소연 역시 동위와의 전쟁을 원치 않아서 사자를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동위의 사자가 돌아가는 길에 수양에서 후경에게 잡혔다. 후경은 소연에게 고징과 화해하지 말라는 내용의 상주서를 올렸다.
후경: 고징이 급박하니 화해를 청하는 것이옵니다. 그 말에 동의하신다면 이미 이룬 공업을 버리고 오랑캐를 돕게 되는 것입니다. |
후경은 황금 300만냥을 주이에게 주면서 이 상주서를 전해주라고 했지만 주이는 황금만 받고 상주서를 올리지 않았다. 이 후 소연이 동위에 사자를 보내 고환의 죽음을 조문하고 동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했다. 이에 후경은 다시 상주했고 소연은 이렇게 답장했다.
후경: 신은 고씨와 이미 관계를 단절했는데 폐하께서 다시 그들과 관계를 개선하신다면 신의 입지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
급박해진 후경은 계책을 써서 소연명과 후경을 서로 바꾸자는 내용의 편지를 동위에서 보낸 것으로 위조해 소연에게 보냈다. 이에 소연은 다음과 같이 답장을 썼다.
소연: 소연명이 아침에 도착하면 후경을 저녁에 보내겠소. |
소연의 내심을 간파한 후경이 분노하자 그의 심복 왕위가 부추겼다.
왕위: 양나라의 칼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싸우다 죽읍시다. 대왕께서 어서 속단을 내리십시오. |
1.4. 후경의 난 ¶
후경: 지금 천자는 연세가 많고 조정에는 간신들이 활개치니 양나라는 멸망 직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왕은 원래 태자이셨는데 억울하게 물러나 사해 인사들이 모두 대왕을 동정하고 있습니다. 신도 대왕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자 합니다. |
8월 후경은 수양에서 간신 중령군 주이, 소부경 서린, 태자우위률 육험을 언급하며, 이들을 죽인다는 명분을 내걸며 반란을 일으켰다. 주이는 황제를 속이고 조정대권을 휘두르고 서린, 육험은 탐오와 수탈을 일삼았기에 사람들은 이 셋을 삼두(三蠹)[2]라고 불렀다. 이에 후경은 만인이 증오하는 삼두를 주살한다는 명분을 이용한 것이다. 후경의 반란군이 요새 몇 곳을 점령했다는 소리를 들은 소연은 쓴 웃음을 지으며 허세를 부렸다.
소연: 그 자가 너무 날뛰는구나. 짐이 채찍을 들기만 하면 단번에 죽을 것이. |
이에 주이도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임금과 대신들의 어리석은 오만이 넘칠 지경이니 코 앞에 닥친 화를 알지 못했다. 그나마 처음에는 계속 허세를 부리다가 양간 등 대신들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소릉왕 소륜에게 군대를 주어 후경을 토벌하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후경의 반란군은 잘 해봐야 1천명 수준이었기에 후경은 소륜의 대군에 밀려 포위당할 위험에 처하자 왕위의 제안을 듣고 수양을 포기하고 10월, 수렵을 떠난다는 핑계를 대며 바로 건강으로 진격했다. 역양에 이르자 태수 장철이 투항하니 반란군의 규모는 늘어났고, 후경은 순조롭게 장강 북안에 당도했다. 다급해진 소연이 양간에게 방책을 물었는데 주이가 반대했다.
양간: 병사 2천을 보내 채석을 지키고 소릉왕에게 명해 수양을 기습하면 후경은 진퇴양난으로 와해될 것입니다. |
소연은 양간의 건의를 무시했고 양간은 머리를 흔들어대며 탄식했다. 소연은 소정덕을 평북대장군 도독경사제군사로 임명하고 단양에 주둔시켰다. 그러나 진작에 후경과 내통하던 소정덕은 갈대를 나른다는 허위 보고를 올리고 장강을 건너기 위한 큰 배를 후경에게 보냈다. 후경은 강을 순시하는 왕질의 일거일동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침 소연이 진흔을 보내 왕질과 교체해 버렸다. 후경은 왕질이 떠나고 후임 진흔이 도착하기 전의 틈을 노렸다가 10월 22일, 후경은 8천의 병사와 수백의 군마를 배에 실어 장강을 건너 채석에 이르렀다. 그날 밤에야 그 소식을 들은 조정은 놀랐다. 장강방어선이 붕괴되고 후경의 반란군이 건강성 코 앞에 이른 것이다.
소연: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
후경은 실권을 잡고 소연의 군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을 박탈했다. 소연은 대성에 연금되었다가 5월, 꿀물을 요구하다가 받지 못하고 결국 아사했다. 한편 태청 2년 11월, 이미 소정덕은 황제를 자칭했다. 건강을 점령한 소정덕은 맨 먼저 궁으로 돌진해 소연 부자를 죽이려고 했으나, 후경이 오히려 막았다. 후경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시중 대사마을 줬으나, 이에 격분한 소정덕은 파양왕 소범에게 군대를 이끌고 건강으로 들어와 후경을 죽이라는 밀서를 보냈다. 그러나 밀서가 발각되고 후경은 즉시 소정덕을 교살하니 한 때 양아버지였던 큰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찌질이 패륜아의 말로였다.
소대기: 도적이 나를 인정하려 한다면 내가 오만해도 죽이지 않겠지만 나를 죽이려 작정했으니 아무리 비굴하게 굴어도 소용없다. |
소대기는 28세로 나이로 이렇게 죽었다. 8월, 소동이 즉위했고 10월, 후경이 연금되어 있던 소강에게 술과 안주를 보냈다. 소강은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고 술과 안주를 다 먹고 대취했는데 그 틈을 타서 후경의 명을 받은 사람이 흙을 담은 자루로 얼굴을 눌러 질식사시켰다.
왕위: 천자가 되셨으니 마땅히 칠묘를 세워야 합니다. |
이에 모든 신하들은 후경을 한심하게 여겨 몰래 웃음을 참지 못했고 왕위는 어쩔 수 없이 후표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위패에 그냥 아무렇게나 이름을 적어 넣었다.